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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베이징의 쪽빛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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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6-14 21:37:02 수정 : 2015-06-14 23: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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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동계올림픽 유치 팔 걷은 中정부
오염배출공장 문닫고 국민에겐 휴가 강요
‘스모그 퇴출전’ 약발… 파란 하늘 지속되길
중국 4대 직할시인 베이징과 충칭(重慶)의 날씨는 비슷하다. 하늘은 뿌옇고 도시 전체가 매캐하다고나 할까.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일 년 중에 손꼽을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충칭이 ‘안개도시’로 불린다면 베이징은 ‘스모그의 도시’로 낙인찍혔다는 게 차이점일 것이다.

그런 베이징에서 요즘 이상기후(?)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바닷가 마을이나 고원지대에서나 관찰할 수 있는 베이징란(北京藍·베이징의 짙푸른 하늘)이 출현해서다. 2년여간 베이징에서 생활하면서 처음으로 본 하얗디 하얀 뭉게구름, 푸른 바다와 같은 하늘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주말 모처럼 찾은 허베이(河北)성 랑팡(廊坊)시 상공에서는 헬리콥터 편대비행도 볼 수 있었다. 

신동주 베이징 특파원
나들이 인파는 이동하는 철새처럼 V자 대형으로 하늘을 비행하는 헬리콥터 편대의 장면을 휴대전화 카메라 속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랑팡시가 중국에서 공기 질이 좋지 않은 10대 도시 중 하나란 점을 고려할 때 기이한 현상인 것만은 분명하다.

잠시 일본에서 생활하던 때 매일 매일이 쪽빛이던 요코하마(橫濱)나 햇살을 머금은 한국의 푸르른 여름 하늘과 견줘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수치상으로도 베이징의 PM 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 먼지) 농도는 제로(0)에 가깝다.

이 같은 진풍경이 신기했는지 관영 신화통신은 13일 홈페이지에 비가 갠 후 더욱 짙어진 푸른하늘 사진 등 베이징란(베이징 블루 스카이) 사진을 대거 실었다. 사진전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베이징 유력지 신경보는 일기예보에서 “극상품의 짙푸른 하늘이 주말에도 계속된다”면서 나들이를 적극 권장하기도 했다.

베이징란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베이징이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선 사실에 주목한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2022년 치러질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대표단이 스위스 로잔으로 날아가 베이징을 후보지로 선정해 달라고 호소한 게 지난 9일이었다. 후보지가 결정될 7월31일을 앞두고 중국 대표단은 인공 강설과 인공 강우도 강조했다고 한다.

최근 한국에서는 메르스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그 싸움이 단기전이라면 중국의 ‘스모그와의 전쟁’은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 세월이 필요한 장기전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지도부는 환경전문가인 천지닝(陳吉寧) 칭화(淸華)대 총장을 환경보호부장(장관)으로 기용해 스모그에 대해 공세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공직을 맡은 천 부장은 지난 3월 기자회견에서 “총장 때는 매일 아침 가장 먼저 하는 일이 학생들 생각이었지만 지금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하늘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염 배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환경보호법도 시행되고 있고 베이징시는 스모그 퇴치를 위해 2017년까지 8000억위안(약 144조원)을 투입하기로 한 상태다.

절대 권력을 보유한 중국 공산당은 맘만 먹으면 못하는 일이 없는 듯하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과 지난해 11월 에이펙(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당시 쪽빛 하늘까지 만들어 냈다. ‘올림픽 블루’, ‘에이펙 블루’를 위해 중국 정부는 오염 물질 배출 공장의 가동을 정지시키고 휴가도 국민들에게 강요했다. 그 덕분에 베이징 시민들은 국제행사 기간 동안 맑은 공기와 푸른 하늘을 접할 수 있었다. 베이징 발령을 받아 스모그 위험수당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구미·일본 주재원들은 요즘 베이징 하늘이라면 수당 반납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외국인뿐 아니라 중국인들도 베이징란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궁금해한다. 우선은 2022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후보지는 베이징과 카자흐스탄 알마티 중 한 곳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마이크로폰 디플로머시’(선동적 외교)로 중국위협론뿐 아니라 스모그 현실도 과장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것마저 없었다면 중국 지도부는 푸른 하늘 조성에 적극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꼼수라도 좋다. 베이징란이여, 7월 말까지라도 지속되기를.

신동주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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