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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초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때의 옛날로 돌아가자…”

입력 : 2015-06-13 01:29:16 수정 : 2015-06-13 01:2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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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잃은 아버지의 애끊는 고백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이어령 지음/열림원/1만5000원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이어령 지음/열림원/1만5000원


“만일 지금 나에게 그 30초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하나님이 그런 기적을 베풀어주신다면, 그래 민아야, 딱 한 번이라도 좋다. 낡은 비디오테이프를 되감듯이 그때의 옛날로 돌아가자. 나는 그때처럼 글을 쓸 것이고 너는 엄마가 사준 레이스 달린 하얀 잠옷을 입거라. 그리고 아주 힘차게 서재 문을 열고 “아빠 굿나잇!”하고 외치는 거다. 약속한다. 이번에는 머뭇거리며 서 있지 않아도 된다. 나는 글 쓰던 펜을 내려놓고, 읽다 만 책장을 덮고, 두 팔을 활짝 편다. 너는 달려와 내 가슴에 안긴다. 내 키만큼 천장에 다다를 만큼 널 높이 들어 올리고 졸음이 온 너의 눈, 상기된 너의 뺨 위에 굿나잇 키스를 하는 거다. 굿나잇 민아야, 잘 자라 민아야.”

딸을 잃은 슬픔을 처음에는 독백처럼 글로 썼다. 시간이 지나면서 독백은 딸에게 하는 이야기로 바뀌었다. 그리고 다시 하나의 산문이 되고 시가 됐다. 스스로에게 하는 말인지, 딸에게 하는 말인지, 자신과 똑같이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누군가에게 주는 글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글이 책이 되어 나왔다.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는 이 시대의 대표 지성 이어령 선생이 3년 전 세상을 떠난 딸 이민아 목사에게 보내는 우편번호 없는 편지이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보내는 위안이다.

영문학도에서 변호사, 검사, 목사로 살다가 마침내 암으로 숨을 거둘 때까지 소외된 젊은이들과 함께하기를 추구했던 딸의 기적 같은 힘은 아버지 이어령에게도 오랫동안 의문이었다. 고통스러운 투병에도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그는 이미 세상에 없는 딸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딸의 생애를 재구성하면서 그 답을 추구해나간다. 딸을 잃고 난 뒤에야 고통 없이는 사랑을 얻을 수 없음을 알게 되고 드디어 진정한 아버지 자격을 얻게 됐다고 고백한다.

책에는 또 다른 울림을 주는 이어령의 시와, 이민아와 부인 강인숙이 서로에게 써보낸 편지 모음이 실려 절절한 가족애를 보여준다.

이어령은 문학평론가, 소설가, 시인이자 대학교수, 언론인, 초대 문화부 장관 등의 직함을 가진 대한민국 대표 석학이다. 그가 글을 써온 60년 동안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이면, 아버지 이어령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비로소 만나게 된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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