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정부 지원체계
B협동조합은 상품을 만들어 3억원 가까이 팔았다. 그런데 사기를 당해 물건대금을 거의 받지 못했다. 유통경로와 관련된 내용을 충분히 습득하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사실상 폐업 상태인 협동조합이 속출하고 있다. 이사장이나 조합원 등이 전화로 연락되지 않거나 아예 사업도 착수하지 않은 협동조합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설립에만 급급한 나머지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김성오 한국협동조합 창업경영지원센터 이사장은 7일 “영업을 하지 않는 협동조합의 90%는 핵심 발기인들이 사업계획을 철저히 짜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준비 부족이 사업 부실의 주범이라는 얘기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도 “협동조합이 성공하려면 경영자나 핵심 임원들이 협동조합 관련 교육이나 전문적인 기술 교육을 받아야 하고 사업모델을 잘 개발해야 하며 자금 조달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협동조합의 부실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2012년 12월1일 시행된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5인 이상이면 상조·공제 등 금융업과 보험업을 제외한 다양한 사업과 업무영역의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한 달 평균 241개가 설립되는 추세여서 내년 말이면 1만개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협동조합이 난립하고 있지만 내실있게 운영되는 곳은 드물다.
◆겉도는 정부지원책 및 법체계
정부의 허술한 지원체계도 협동조합 활성화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현재 정부는 일반협동조합을 중소기업으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받을 수 있는 벤처캐피털 펀드를 협동조합은 받을 수 없다. 현재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투자 등을 목적으로 결성된 한국벤처투자조합의 투자 대상은 주식회사와 유한회사로 한정돼 있다.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은 2013년 12월 협동조합에도 출자할 수 있도록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 의원은 “자주적·자립적·자치적인 협동조합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협동조합 기본법이 제정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후속 법령 정비가 미진한 상태”라며 “협동조합이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해 활성화하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력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개정법률안은 작년 4월 법률안 소위에 상정됐으나 1년 넘게 처리되지 않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은 공익증진 활동(40% 이상)과 수익사업을 병행하기 때문에 외부 지원이 없으면 지속적인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 쉽다. 그러나 사회적협동조합은 중소기업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중소기업청의 소상공인협업화자금 등 지원에서 제외되고 금융기관 대출을 받는 데도 불리하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사회적협동조합은 중소기업과는 달리 비영리법인으로 성격이 다르다”면서 “앞으로 사회적협동조합의 수와 매출액 등의 증가 추이를 봐서 중소기업으로 인정하는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조달 입찰 시 여성기업이나 장애인기업, 사회적기업에는 가점을 주고 있다. 정작 이들 기업보다 공익적 기능이 훨씬 큰 사회적협동조합은 가점이 없다.
사회적협동조합 설립에도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다. 사회적협동조합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신청일로부터 60일 이내 해당 부처는 인가해야 하지만 최대 1년이 걸려 인가를 받은 곳도 있다. 한 사회적협동조합 관계자는 “연말에 설립에 필요한 서류를 냈는데 아무런 보완 요구도 없이 4개월가량 지나 확인을 해보니 연초에 담당자가 바뀌어 인가절차가 중단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김성오 이사장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사회적)협동조합의 설립·인가 업무처리를 지원하고 있는데 전문성이 뛰어난 만큼 사회적협동조합 인가권을 위임하면 훨씬 빨리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태조사…내실화 도모
기획재정부는 이달 초부터 협동조합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2013년에 이어 두번째 실태조사다. 기재부의 의뢰를 받은 16개 협동조합중간지원기관은 전체 협동조합의 이사장·조합원·근로자를 대상으로 전화·방문·설문조사를 한다. 실태조사 주요 내용은 ▲협동조합의 설립·사업·구성원·재무상황·정책수요(이사장) ▲협동조합 가입경로·지속참여의사(조합원) ▲근무형태·지속근무의사(근로자) 등이다. 기재부는 다음달까지 실태조사를 마치고 10월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협동조합의 내실화를 도모하는 한편 제2차 협동조합기본계획(2017∼2019년)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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