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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영화에 '통 큰 투자'… 새 먹거리로

입력 : 2015-05-25 20:29:53 수정 : 2015-05-25 22:4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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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시대 '이자 장사' 한계… 문화콘텐츠에도 눈돌려 2013년 5월 영화제작사 로제타시네마 직원은 6년간 준비해온 영화가 제작비 부족으로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절박한 심정으로 은행 문을 두드렸다. 영화사 특성상 순이익이나 담보 등 대출을 위한 평가자료가 없어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IBK기업은행의 문화콘텐츠사업팀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보고 3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영화 ‘연평해전’은 그렇게 저예산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80억원 규모의 블록버스터가 됐다.

영화 `연평해전`
그동안 은행들은 마케팅 제휴를 맺은 영화 관객이 100만, 300만명을 돌파하면 우대금리를 주는 예·적금 상품들을 출시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최근 영화에 직간접적으로 수십억원 규모의 제작비를 대면서 큰 손 투자자로 나서고 있다. 수수료 수입은 막혀 있고 저금리 기조에 이자 장사로는 한계에 봉착한 은행들에게 문화 콘텐츠 투자가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최고 금리 줬던 영화 흥행 연계 예·적금


한때 은행들은 영화의 흥행성적에 연계한 상품들을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2011년에는 우리은행에서만 ‘글러브’ ‘써니’ ‘7광구’ ‘오싹한 연애’ 등 6편의 시네마 정기예금이 출시됐다. 당시만 해도 기본금리가 연 3.7∼4% 초반으로 지금보다 훨씬 높은 데다 우대금리도 관객 100만명 돌파시 0.1%포인트, 300만 돌파시 0.3%포인트로 높은 편이었다. 300만명 돌파를 목표로 했던 ‘써니’는 700만명을 넘어서면서 4.45%라는 시네마 예금 사상 최고의 금리를 가입자들에게 안겨줬다.

영화가 대박 나면 은행 고객들의 주머니도 덩달아 두둑해졌다. 영화 마케팅을 하는 동안 은행은 인터넷 홈페이지 화면 등을 영화 포스터로 바꿔 고객들에게 신선한 이미지를 줄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효자 상품이었다.

하지만 2012, 13년에는 영화 연계 예·적금 상품이 눈에 띄게 줄다가 지난해 우리은행이 ‘변호인’ ‘상의원’, 하나은행이 ‘트랜스포머’ ‘명량’ ‘해무’ 상품을 각각 출시해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은행 고객들은 별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명량’은 176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흥행성적 1위를 기록했지만, 명량 예금상품 가입자들이 받은 최고 금리는 2.7%에 그쳤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영화 제휴 상품은 영화가 흥행한다고 해서 그 이익을 은행이 공유하는 게 아니라 영화 마케팅 차원에서 영화표 몇 장 제공받는다”며 “판매좌 수를 제한하는 것도 우대금리를 줘야 하는 고객이 너무 많아지면 손실이 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국제시장`
◆셈 빠른 은행, 영화 투자 성과는?


은행의 영화투자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관객 1400만명을 동원한 ‘국제시장’에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이 투자해 재미를 본 사실이 알려졌다.

특히 이 영화에 6억5000만원을 간접투자했던 기업은행은 관객이 손익분기점인 600만명을 훨씬 넘어서면서 영화 흥행의 주요 수혜자가 됐다. 앞서 기업은행은 영화 ‘수상한 그녀’(투자수익률 220%) ‘관상’(140%) ‘명량’(114%) 등 대박 영화의 투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큰 수익을 거뒀다. 애초 영화 제작사 및 배급사, 방송국 PD 출신 직원 등으로 구성된 문화콘텐츠사업팀을 만들어 투자조합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간접투자만 했던 기업은행은 노하우가 쌓이자 2013년 7월 해당 팀을 부서로 승격시키고 지난해부터는 아예 직접투자에 뛰어들었다. ‘군도’ ‘신의 한 수’ ‘역린’ ‘연평해전’까지 직접 손댄 영화만 10편이 넘는다. 영화 관련 대출과 직간접 투자 등의 투자규모도 2014∼16년 3년간 7500억원에 달한다. 문화콘텐츠금융부 정성희 팀장은 “자금을 투자해서 기업을 성장시키고 그에 따른 금융이익을 창출하는 은행 본연의 목적과 영화산업 투자가 맞아떨어져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삼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 등 다른 은행들도 영화를 비롯한 문화 콘텐츠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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