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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손길도 내팽개친 北…대외강경 기조 강화

입력 : 2015-05-20 19:17:26 수정 : 2015-05-21 00: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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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인권·평화메시지 부담된 듯… 긴장 고조 북한은 20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 허가 철회에 대해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반 총장이 전날(19일) 세계교육포럼(WEF) 개회식 후 발표한 개성공단 방문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었다. 사과나 납득할 만한 설명 대신 유엔에 대한 강력한 비난과 핵 타격 능력 과시에 나섰다.

과거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수차례 방북을 추진하다가 무산되기는 했으나 이번 경우처럼 방문 전날 문전박대를 당하지는 않았다.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왼쪽)을 접견하고 있다. 반 총장은 21일 개성공단을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북한의 갑작스러운 허가 철회로 방북이 무산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이 세계 최고의 국제기구 수장에 대한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고 방북을 철회한 것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대체로 ▲대외 강경 기조 강화 ▲중재자로서의 반 총장 역할에 대한 회의론 ▲북한 권부의 불안정성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아산정책연구원 고명현 연구위원은 “북한이 한동안 조용하고 도발도 자제했는데 이제는 긴장 수위를 높이려고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며 “최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나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의 포격 훈련을 볼 때 전체적으로 남북관계 개선보다는 그 반대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이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을 철회한 이날 오후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성명을 통해 SLBM 시험발사를 부각하며 핵타격 능력을 재차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반 총장이 국제사회와 한국의 일방적 메시지 전달을 우려해 막판에 결정을 뒤집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반 총장이 한국의 일방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것 같다는 북한 내부 판단이 작용한 것이 (방북 허가 철회의) 이유가 아닐까 싶다”며 “반 총장이 (서울에 와서) 강조하는 비핵화, 인권, 교류협력, 평화 메시지가 북한으로서는 중립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 총장은 19일 북한이 흡수통일 기구로 지목한 통일준비위원회와 조선일보 주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등에서 북한의 ‘최고 존엄’인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핵·경제개발 병진노선의 포기와 인권 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방북 직전까지 북한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셈이다.

20일 북한 국방위 성명에서 “우리 전략잠수함의 탄도탄 수중 시험발사는 병진 로선에 따른 우리 군대와 인민의 자위력 강화 조치의 일환이며, 전략적 타격수단 개발의 새로운 높은 단계”라고 핵·경제개발 병진노선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는“북한에 이득이 되는 보따리가 없는 상황에서 반 총장의 방북이 북한에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되는지 재평가하고 (반 총장의 방북을) 한국과 미국이 이용할 것을 우려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 사진=노동신문
최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숙청 등 공포정치를 펼치고 있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서도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은 “북한은 최근 공포정치를 통해 내부의 결속을 다졌다”며 “반 총장 방북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된다면 김 제1위원장에게는 득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북 무산은 남북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전망이다. 당초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은 남북관계 개선의 촉매제 역할과 함께 전세계를 향해 한반도 평화 번영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일대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됐었다. 반 총장은 이날 오후에 열린 유엔 창설 70주년 기념 특별행사에 앞서 미리 배포한 자료에서는 “내일(21일) 개성공단에 가면 유엔은 (북한을) 도울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다. 평양을 방문할 준비가 됐음을 밝힐 것”이라고 했으나 방북이 무산된 뒤 연설문에서는 이런 내용이 모두 빠졌다.

반 총장의 방북을 무산시킨 북한은 앞으로 대외 강경 기조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이며, 남북관계 돌파구 마련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측이 남측 및 국제사회와 관계 개선을 기초로 성과를 내겠다는 발상보다는 노동당 창건 70주년(10월10일)까지 일정한 긴장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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