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긴 울림으로 다가온 수행의 ‘깨달음’

입력 : 2015-05-15 21:30:00 수정 : 2015-05-15 21:30:0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현진 지음/필몽 그림/담앤북스/1만4000원
스님의 일기장/현진 지음/필몽 그림/담앤북스/1만4000원


불교계 문장가로 유명한 현진 스님의 글을 모은 ‘스님의 일기장’이 출간됐다. 수행자로 살아온 30년의 세월과 글쓰기 인생 20년을 아우르는 143편의 에세이가 담겼다. 오랜 수행과 글쓰기 내공에서 우러나오는 향기가 오롯이 풍겨나오는 글들이다. ‘언젠가는 지나간다’는 소제목의 글 중 한 토막이다.

“우리 생애의 최후의 때가 다가오더라도 당당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자세, 이것을 수행이라고 정의한다. 기독교의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무엇이나 다 정한 때가 있다. 하늘 아래에서 벌어지는 무슨 일이든 다 때가 있다.’ 그렇지만 이 시기와 때는 어떤 절대자나 전지전능한 신이 정해 주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신의 섭리이기 이전에 우주의 질서이며 조화다. 불교식으로 말하면 인과율(因果律)인 것이다.”

마치 사람을 앞에 두고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진솔하다. 짧은 호흡의 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삶의 철학과 진리를 쉽고 명쾌하게 풀어낸다.

“봄꽃들은 겨울을 이겨 내고 봄을 맞이한다. 인고의 과정을 무시하고 성급하게 피지 않는다. 무엇이든 단박에 되는 것은 없다. 노력과 반복이 삶의 질서를 완성해 준다. 현재 살고 있는 삶의 조건과 형태가 화두여야 한다. 그래서 차 마실 땐 차만 마시고, 밥 먹을 땐 밥만 먹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삶을 들여다보면 가위바위보 대결과 같다. 한 번 질 때도 있고 이길 때도 있다.”

짧고도 강렬한 문장이 긴 울림을 남긴다. 불교경전과 선사들의 법어, 동서양 종교들의 경구에서 길어올린 지혜가 가득하다. 스님은 월간 ‘해인’ 편집위원과 불교신문 논설위원으로 활동했고 지금도 글쓰기와 불교의 대중화에 주력한다. 세계일보 정성수 종교전문기자는 현진 스님의 글에 대해 “무엇이든 보고 들으면 이를 깨달음으로 녹여내는 솜씨가 일품”이라고 평했다.

성안스님을 그리는 사람들의 모임 엮음/라이프맵/1만3000원
대장경 천년의 지혜를 꽃피우다/성안스님을 그리는 사람들의 모임 엮음/라이프맵/1만3000원


‘대장경 천년의 지혜를 꽃피우다’는 성안 스님의 생전 글을 모은 책이다. 그는 팔만대장경을 연구하는 데 평생을 바친 해인사의 석학이었다. 고려시대 국사 의천은 “대장경 편찬은 천년의 지혜를 천년의 미래로 보내는 일”이라고 했다. 성안 스님은 의천의 가르침에 따라 그 의무를 다하고자 노력하면서 이 글들을 썼다고 한다. 그는 대장경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했고, 대장경을 잘 보존하기 위해 해인사 장경각을 떠나지 않고 살았다.

경남 합천 해인사에 보관돼 있는 국보 52호 팔만대장경 장경판전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국제적인 가치를 인정받았다.
연합뉴스
“산중에 밤이 찾아오면, 산사에는 고요한 적막이 아스라이 깔립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만 간간이 들릴 뿐, 무엇도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는 정적이 흐릅니다. 그 가운데 스님들이 함께 생활하는 방에서 다 같이 간경을 합니다. 그 간경 소리는 온 도량으로 퍼져나갑니다. 부처님의 뜻을 헤아리는 것은 마치 캄캄한 어둠 속에서 한 줄기의 빛을 찾아 움직이려는 길을 잃은 나그네의 그것과 같습니다.”

성안 스님은 천주교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대학 졸업 후 우연히 동주 원명 스님을 만나 해인사로 출가했다. 해인사 강원을 졸업하고 각지의 선원을 찾아 정진하였으며 미얀마와 미국에서 불교학을 연구하고 다시 해인사로 돌아왔다. 오로지 팔만대장경의 연구와 보존이 삶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정진하다가 2014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과의 인연을 마쳤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