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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도순 둘러앉아 한바탕 놀아볼까요?”

입력 : 2015-05-07 21:09:30 수정 : 2015-05-07 2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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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사랑방’ 공연마다 매진 행렬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朴대통령이 국악공연장 찾아준다면
언론과 일반인 관심도 높아지겠죠?”
“매월 마지막 수요일이 정부가 정한 ‘문화가 있는 날’이잖아요.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꼭 한 번 국악공연을 보러 왔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이 국악 공연장을 찾으면 국악에 대한 언론과 일반의 관심도 자연스레 높아질 겁니다. 국악원에서는 매달 문화가 있는 날에 다양한 국악공연을 마련해 관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해숙(61) 국립국악원장은 정부가 ‘문화융성’을 국정기조로 내세우면서 국민의 문화 향수의 기회가 많아진 요즘도 우리 고유의 음악인 국악이 상대적으로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그래서 김 원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통령이 ‘문화가 있는 날’에 국악 공연장에 왔으면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는 지난해 1월 국립국악원 수장에 취임하면서 국악인으로 평소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국악 무대에 반영하면서 ‘국악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올 초부터 기획한 국악원 내 풍류사랑방에서 마련한 요일별 국악 프로그램은 ‘히트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김 원장을 서울 서초구 우면동 국립국원장실에 만났다.

김해숙 국립국악원장은 “풍류사랑방의 수요춤전, 목요풍류, 금요공감, 토요정담 4개 특화공연을 통해 국악도 재미있다고 느끼는 국악 팬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국악원 제공
풍류사랑방 기획 공연이 반응이 좋은 것 같다고 인사를 건넸다. “130석 규모의 풍류사랑방은 마이크와 스피커를 사용하지 않고 순수한 자연 음향으로 관객과 연주자가 만나는 공연장입니다. 이곳에서 수요일은 전통춤 중심의 ‘수요춤전’, 목요일은 풍류 음악 중심의 ‘목요풍류’, 금요일은 국악과 다른 예술 장르의 협업 공연인 ‘금요공감’, 토요일에는 문화계 명사와 얘기 나누는 ‘토요정담’으로 꾸며집니다. 공연마다 매진 행렬이 이어지고 있어 고무적입니다.”

풍류사랑방 공연으로 국악 취향에 따른 관객의 선택 폭도 넓어졌을 뿐 아니라 연주자들도 예술성을 드러낼 수 있는 도전적인 무대가 마련됐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이 무대에서 1년간 180여회의 공연이 펼쳐진다. 국악계에서는 지금 같은 매진 추세라면 풍류사랑방 무대가 국악이 관객과 가까워질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원장은 풍류사랑방을 기획한 배경을 상세히 설명했다. “공연은 가까운 거리에서 보면 감동이 더하기 마련입니다. 원래 국악은 사랑방 분위기에서 (공연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가족이 오순도순 둘러앉은 우리의 사랑방을 떠올려 풍류사랑방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마이크와 스피커 없는 공연무대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공연장이 너무 울려 평가가 좋지 않았어요. 저와 국립국악원 용호성 기획운영단장이 음향을 대폭 보완했어요. 이제는 연주자와 관객 모두가 만족하는 것 같습니다.”

금요일마다 열리는 ‘금요공감’ 무대의 한 장면. 금요공감 무대에서는 다른 예술 장르와의 협업 공연이 주로 펼쳐진다.
국립국악원 제공
김 원장이 국악인이 된 계기가 궁금했다. “중학교 1학년 때 (국악을) 시작한 거죠. 14살 때 숙명여중에 진학하려 했으나 떨어졌어요. 그래서 언니가 다니던 국립국악학교에 진학해 가야금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서울대 음대 국악과를 나와 지금까지 40여년간 이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가 국악인으로 살기로 결심하게 한 것은 국악학교 교훈이었다. 교실 벽에 붙은 ‘국악은 겨레의 얼’이라는 문구는 철없는 그에게 남다른 울림이 됐다. 이 문구는 수십년이 흐른 지금도 그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김 원장은 대학 졸업 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대한민국예술원 전문직연구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교수, 전통예술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국악인들 사이에서 일찌감치 국악원장감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김 원장은 국악도 조기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악도 어릴 때부터 감성을 잡아야 합니다. 세살배기 손녀가 있는데 지난해 국악원에서 야외공연을 보고 아리랑과 강강술래를 흉내내더라구요. 어릴 때부터 국악을 경험케 하고 소질을 길러주는 게 중요합니다.”

그의 말대로 국악원은 영유아들이 국악을 접할 수 있는 ‘유모차 음악회’, ‘태교 음악회’. 어린이극 ‘솟아라 도깨비’, 어린이 청소년극 ‘까막눈의 왕’ 등 어린이를 위한 국악 무대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 소리, 국악 지킴이’를 자처하는 김 원장은 국악의 소외와 일각의 무관심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실감했습니다. 취임 후 첫 국감이라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의원들이 국악에 대해서는 한 차례도 질문을 하지 않았어요. 하루 종일 앉아 있다가 왔습니다. 국악이나 순수예술보다는 체육 분야 질의가 많았어요. 국민의 관심이나 예산 규모가 크니까 그런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이해는 하지만 서운했어요.” 그의 서운함은 이것만이 아니다. “언제부턴가 TV에서도 국악 프로그램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지상파 TV 몇 곳에서 판소리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말이죠. 문제는 TV사극도 음악을 국악이 아닌 서양음악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 뿌리인 국악이 대중매체에서도 외면받고 있는 겁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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