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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소국도 대국도 아닌 한국, 소신 피력할 땐 자신감 보여야”

관련이슈 美·日 新밀월, 동북아 안보 격랑

입력 : 2015-05-04 19:48:27 수정 : 2015-05-04 23: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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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新밀월, 동북아 안보 역량] ④·끝 美·中 사이에 낀 한국외교 어떻게 “북이든 남이든 한국인들은 충동적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충동적이고 호전적인 사람들이 사건(분쟁, 전쟁)을 일으켜서 우리 두 나라(미국과 중국)를 놀라게 하지 않도록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박승준 ‘한국과 중국 100년’)

냉전의 중심에 있던 1972년 2월. 죽(竹)의 장막을 넘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총리와의 비공개 회담에서 한 발언이다.

한국의 동맹국 미국 대통령이 당시 우리의 적성국으로 여겨지던 ‘중공’ 최고 지도부와 만나 주한미군 역할이 북한의 남침 저지뿐 아니라 한국의 북침 방지에도 작용한다는 의미로 강조했던 말이다.

최근 한국이 처한 외교·안보적 상황 역시 이러한 미·중 갈등 속 대국정치에 휘둘리고 있다. 유럽, 중동에서 힘을 잃고 있는 미국은 중국의 부상에 맞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자신들 영향권 아래 두려 하고 있다. ‘대국굴기’를 지향하는 중국은 과거와 달리 국력에 걸맞은 대접을 해 달라며 신형대국관계를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 이런 미·중 간 대결의 틈바구니에서 파생된 것이 중·일 및 남북 갈등, 미·일 밀착 및 중·러 협력 구도다. 40여 년 전 미·중 화해가 그랬던 것처럼 작금의 미·중 대립구도는 한국 외교를 다시 시험대 위에 불러 세운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활로를 찾기 위해 미·중·러·일에 둘러싸인 우리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국력의 현주소를 냉철히 판단해 국익을 위해 눈치를 봐야 할 때는 눈치를 봐야 하고, 소신 있게 대응할 때는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일부에서 한·미 동맹이 미·일 동맹보다 약하게 보인다고 문제를 제기하는데 한·미 동맹이 미·일 동맹 수준이 돼 한·중 관계의 갈등이 싹튼다면 훨씬 잃을 게 많다”며 “ 우리 외교를 이런 상황의 궁지로 몰 필요가 없고, 그렇게 된다면 결국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퇴행적 역사관에 동조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교 위기론은 심한 것이고, 사실 우리 외교에서 지킬 것은 지킨 것 같다”면서도 “그렇다고 크게 성공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미·중 대결 구도에서 외교적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결국 남북관계 개선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신상진 광운대 중국학과 교수는 “미·중 대립 구도에서 한국의 입지가 나빠질 수 있지만 미·중 화해 구도에서도 한국의 입지는 얼마든지 약화될 수 있어 미·중 관계가 좋든 나쁘든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운신의 폭을 넓게 가져 가야 한다”며 “이는 결국 남북관계 개선을 의미한다”고 제시했다.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바둑, 장기에서 결정적 승부처가 있듯이 현재 중요한 포인트 하나가 남북관계 개선 등을 통한 외교적 공간 확보”라며 “박근혜 대통령 집권 2년이 지났는데도 우리의 외교적 기량을 활용할 수 있는 남북문제에서 진전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홍 수석연구위원도 “남북관계가 정상화되면 주변국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때문에 대북 기조는 도덕론이나 원칙론에 매몰될 필요가 없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자국 이해에 따라 아시아정책의 우선순위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도 남북관계 개선은 긴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일본과의 관계를 미국에 맡겨 놓은 상황이었는데 미·중은 갈등 관계이고, 한·미 관계는 이상해지고 미·일 관계는 돈독해지면서 우리는 배타적인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되고 있다”며 “한국이 미·중의 냉전적 대결구도나 봉쇄구조에서 탈피하려면 남북관계를 개선해 운신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청중·염유섭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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