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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정보, 뺏으려는 자 vs 지키려는 자

입력 : 2015-04-29 05:00:00 수정 : 2015-04-29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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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정보가 경쟁력인 현대사회는 정보를 ‘뺏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싸움으로 요약됩니다. 향후 도래할 ‘빅데이터 시대’의 편리함을 위해서라도 우리 스스로가 아낌없이 개인정보를 내줘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불특정 다수에게 개인정보가 유출될 개연성도 커진다는 데 있는데요. 특히 우리나라는 단 13개의 숫자로 구성된 주민등록번호 하나만 있으면, 개인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개인정보보호에 취약한 실정입니다. 개인정보의 유출은 금융범죄와 사생활 침해 등 숱한 2~3차 피해를 일으킬 우려도 있는데요. 그런데 개인정보 유출이 워낙 만성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이제 상당한 내성이 생긴듯합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주민등록번호를 ‘아이핀(i-PIN)’이라는 새로운 숫자로 대체하겠다는 정도인데요. 하지만 아이핀도 정보유출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으며, 최근 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아이핀이 유출되는 사고까지 발생했습니다. 점점 어렵고 복잡해지는 개인정보관리 문제, 그 핵심이 되는 주민등록번호 제도와 그 대체제로 거론되는 아이핀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각에 대해 알아 봤습니다.

국민 대다수는 본인의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됐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또 아이핀이 대체수단이 되기에 충분히 안전하다고 느끼는 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주민등록 대체수단 및 아이핀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이 현행 주민등록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선 공감을 하면서도, 대체 필요성에 대해서는 점점 의문을 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하는 것과 관련해서 전체 57.3%가 주민등록번호를 다른 방법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여성보다 남성, 그리고 연령이 높을수록 주민등록번호의 대체 필요성에 동의하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었다. 그에 비해 주민등록번호를 다른 방법으로 대체하면 많은 혼란이 일어날 것 같아 염려된다는 응답은 37.7%로, 대체를 주장하는 쪽 의견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같은 조사와 비교했을 때 주민등록번호의 대체를 주장하는 의견은 감소한 반면, 대체에 따른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은 주목해 볼만하다.

트렌드모니터는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더 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며 “개인정보유출을 최대한 방지하면서 현재의 주민등록번호체제를 사용하는 것이 아쉬운 대로 최선이라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주민등록번호 제도 자체를 찬성하는 의견은 그리 많지 않았다. 주민등록번호 제도와 관련한 전반적인 인식평가 결과, 10명 중 4명만이 우리나라에서는 주민등록번호가 꼭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향후에도 주민등록번호제도가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응답자는 33.9%에 그쳤다. 또한 주민등록번호 제도가 국민들에게 편리한 제도라고 보는 인식도 상당히 낮은 편으로, 상당수 사람들이 주민등록제도의 효용성에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주민등록번호가 개인보다는 국가기관 및 기업에 더 필요한 정보라는 의견에는 64%가 동의할 만큼 다수가 주민등록번호를 정부와 기업의 편의를 위한 도구로 인식하고 있었다.

트렌드모니터 관계자는 “이렇게 주민등록번호 제도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대체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회적 비용 및 불편함에 대한 우려와 함께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체념’이 뒤섞여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주민등록제도의 변경은 소모되는 비용 대비 필요성이 낮을 것 같다는 데 동의하는 의견이 동의하지 않는 의견보다 우세했으며, 주민등록제도가 다른 제도로 변경되면 왠지 불편할 것 같다는 의견은 지난해보다 더욱 증가한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주민등록번호 유출에 무감각해진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전체 응답자의 86.8%가 이미 전 국민의 주민등록번호가 사실상 모두 유출된 상황인 것 같다고 바라봤으며, 어떤 수단이 되든 개인정보 보호는 불가능한 것 같다는 의견도 10명 중 7명에 이르렀다.

주민등록번호의 대체수단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아이핀의 실효성과 대체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지는 소비자들이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핀의 주민등록번호 대체 필요성에 대해 작년에는 전체 61.7%가 공감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43.4%만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연령이 높을수록 아이핀으로의 대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었다. 아이핀으로 바뀐다 해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는 체념이 일정부분 섞여있는 것으로 보여지는 것으로, 아이핀이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에도 34.3%만이 동의했다.

아이핀의 주민등록번호 대체 필요성·가능성을 낮게 바라보는 이유도 결국은 안전성 문제 때문이었다. 전체 75.9%가 아이핀도 해킹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조사보다 더 높아진 결과다. 즉, 아이핀의 안전성에 대한 의심이 더욱 커진 것으로 특히 20~30대가 아이핀도 해킹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는 인식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전체 63.1%는 아이핀을 도입하는 인터넷사이트나 정부부처가 많아지면, 아이핀을 발급받을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물론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핀을 써야만 하는 환경이 조성될 경우에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소비자의 입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실제 발급받은 아이핀 번호가 있다는 소비자가 54.2%로,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이와 함께 최근 공공 아이핀 75만개가 유출된 사고를 인지하고 있을 만큼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관심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10명 중 8명이 공공 아이핀 유출 피해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음에도, 실제 개인정보의 유출 여부를 직접 확인한 소비자는 전체 11%에 불과했다.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지만, 정보유출 사고가 워낙 빈번하게 발생하다 보니 그 충격에 무감각해지는 모습이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민간기업도 아닌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공공 아이핀이 유출되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체 88.4%는 앞으로 공공 아이핀 유출과 같은 사고가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바라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10명 중 7명은 이번 공공 아이핀 부정발급 사태가 예고된 인재라고 지적했으며, 처음부터 예상했던 일이라는 의견도 61.4%에 달했다. 공공 아이핀의 보안 기능이 민간 아이핀보다 높을 것이라는 의견은 27.6%뿐이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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