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보면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1945년 9월 27일 쇼와(昭和) 일왕이 맥아더 연합군 최고사령관을 찾아가서 했던 회담이 그 후 일본의 운명을 결정한 역사적 회담이 됐다. 이때 165㎝의 작은 체구에 정장 차림의 긴장한 모습으로 차렷 자세를 하고 있는 일왕과 노타이 셔츠 차림에 단추까지 풀어헤친 편안한 스타일로 손을 허리에 얹은 180㎝의 맥아더 사진은 전승국과 패전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그러나 일본의 내각정보국은 이 사진을 게재한 신문에 대해 불경하다는 이유로 발매금지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연합군 총사령부(GHQ)는 일본 정부에 대해 “신문검열 권한이 없다”며 발매금지 처분 취소를 명한다. 사실 이 사진이 의미하는 교육적 효과는 절대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이때 두 사람의 뒤쪽 벽에는 영어로 된 시 한 편이 적혀 있었다. 바로 코넬대학 교수가 맥아더에 보낸 ‘청춘’(Youth)이라는 시였다. 하지만 이 시를 쓴 새뮤얼 울먼은 당시로서는 앨라배마주 출신이라는 것 외에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는 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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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가사키 선문대교수·국제정치학 |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어떤 마음가짐을 뜻한다. 청춘이란 장미빛 볼, 붉은 입술, 그리고 유연한 무릎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열정이다.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한 정신이다.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와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을 의미한다. 때로는 스무 살의 청년보다 예순 살의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다. 나이를 먹는다고 누구나 늙는 것은 아니다.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 것이다. 세월은 피부를 주름지게 하지만, 열정을 상실할 때 영혼이 주름진다. 근심, 두려움, 자신감의 상실은 정신을 굴복시키고 영혼을 한낱 재로 소멸시킨다. 예순이건 열여섯이건, 모든 인간의 가슴속에는 경이로움에 대한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왕성한 미래의 탐구심과 인생이라는 게임에 대한 즐거움이 있다. 그대의 가슴 나의 가슴 한가운데는 이심전심의 무선국이 있다. 조물주와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아름다움, 희망, 생기, 용기, 힘의 메시지를 수신하는 한 당신은 그만큼 젊을 것이다. 그대가 기개를 잃고, 정신이 냉소주의와 비관주의의 얼음으로 덮일 때, 그대는 스무 살이라도 늙은이다. 그러나 당신의 기개가 낙관주의 파도를 잡고 있는 한, 그대는 여든 살로도 청춘의 이름으로 죽을 수 있는 희망이 있다.”
맥아더가 좌우명으로 삼은 이 시 ‘청춘’은 어느 일본인 또한 감동한 나머지 한시(漢詩)조로 번역해 널리 알려지게 됐다. 당시 일본은 나라 전체가 전쟁의 폐허로 참담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그때까지 목숨처럼 간직했던 이상, 신념 등 그 모든 것을 잃고 상실감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맥아더는 이 ‘청춘’을 통해 실의에 빠진 일본인들에게 희망의 빛을 선사한 것이었다. 파나소닉의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도 이 시에 빠져 ‘청춘’을 인쇄한 액자를 전국의 판매점, 판매회사, 대리점으로 보냈다고 한다.
이 울먼의 시 ‘청춘’은 시대와 민족을 넘어서 지금도 많은 사람에게 용기와 희망의 등대가 되고 있다.
야가사키 선문대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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