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합격자 26명 중 19명 동문
35세 넘는 응시자 1년마다 1점 감점
경력 많은 선장·기관장 출신 불이익
해양수산부 조사 결과 교원채용 전형위원장인 교육본부장이 연수원 자체 규정을 어기고 “서류심사 점수가 40점 미만인 자는 시범강의에서 제외하라”고 인사담당자에게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사담당자는 A씨를 시범강의 대상자에서 빼지 않고 통보했다가 뒤늦게 이를 알고 시범강의 불참을 종용했다. 원래 합격자 발표에 오류가 생기면 정정공고를 통해 알려야 한다.
이처럼 한국해양수산연수원의 교원채용이 엉망진창이다. 최근 6년간 교원채용 응시자의 시범강의를 채점하는 외부 전형위원뿐 아니라 내부 위원도 특정 대학 일색이었다. 채점표에는 응시자의 출신학교가 고스란히 노출됐는가 하면 경력심사기준도 모호했다. 여기에다 합격자의 절대 다수가 이 대학 졸업자이다 보니 채용 불공정·특혜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23일 새정치민주연합 황주홍 의원실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한국해양수산연수원이 2009∼2014년 15차례 교원채용 시범강의 내외부 전형위원으로 선임한 107명 중 93명(87%)이 한국해양대 졸업자이거나 이 대학 교수였다. 2009년 9월부터 2013년 7월까지 12차례 교원채용 시범강의 외부 전형위원 16명 모두는 한국해양대 교수였다. 이 기간 합격자 15명 중 13명은 한국해양대 졸업자였고, 부경대와 목포해양대 졸업자가 1명씩이었다. 이후 3차례 교원채용 시범강의 외부 위원(14명)에도 한국해양대 교수(6명)는 빠지지 않았다. 내부 위원은 응시분야별로 3∼5명인데 10차례 교원채용 시범강의에서 모두 한국해양대 출신이 선임됐다.
6년간 이 연수원에 채용된 교원 26명 중 19명이 한국해양대 출신인 것과 관련해 채점 불공정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시범강의 채점표 양식에 출신학교가 표기돼 있기 때문에 얼마든 자기 대학 출신자에게 고득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전형위원 섭외기관을 다원화하고 시범강의 채점표에 출신학교가 표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류전형과 시범강의 위원장이 모두 이 연수원의 교육본부장인 점도 공정한 평가를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수부는 전형위원이 외부위원을 위촉하고, 필요 시에만 내부위원(이 경우에도 절반 이상은 외부위원 위촉)을 선임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해양수산연수원은 2013년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에서 임시직으로 근무한 B씨의 경력(연구원)을 어선항해사 채용분야 유사경력으로 인정했다. 만일 이를 유사경력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면 B씨는 임용에서 탈락했을 수도 있었다.
이 연수원의 교원채용심사 방법 및 기준에는 두 가지 이상 경력이 중복된 경우 높은 점수 하나만 인정한다고 돼 있지만 어느 경력을 중복 심사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 심사자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평가점수가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C씨는 이 연수원의 상선항해사 교원으로 채용될 때 해운물류 석사학위로 가점을 받았다. 하지만 응시자의 학위와 관련, 채용분야 범위를 정한 학과 기준이 없어서 C씨는 가점을 못 받을 수도 있었다.
한국해양수산연수원은 나이가 만 35세를 초과할 경우 1년마다 1점을 감점하고 있다. 이 규정은 경력이 많으나 연령이 높은 선장, 기관장 출신에게 신규교원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6000t 이상 외항상선에서 선장과 기관장으로 근무한 뒤 육상 직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다. 이들은 35세 미만 응시자보다 최소 10점(40대 중반)에서 15점(50대 초반)이나 낮은 점수를 받는다.
◆시범강의 독립성 제한
한국해양수산연수원은 서류심사(80점)에서 고득점자 순으로 교원 채용인원의 4배수를 뽑아 시범강의(20점)를 거친 뒤 총점 60점 이상자 중 성적순으로 임용한다. 서류전형 점수 40점 미만자가 시범강의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은 없다. 그런데도 연수원은 A씨의 사례처럼 서류전형 40점 미만자를 시범강의 대상자에서 배제했다. 서류전형 40점 미만자는 시범강의에서 만점(20점)을 받아도 60점 미만이라 합격할 수 없다는 게 연수원 측의 설명이다. 해수부는 서류전형 40점 미만자에 대한 처리방안을 신설토록 했다. 아울러 교육기관의 특성을 감안해서 인재를 모집하려면 1차 서류전형은 최소한의 자격을 검증하고, 2차 시범강의는 새로운 기준에서 평가해 1·2차 시험이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 작년 6월 실시된 교원채용과 관련해 규칙을 위반한 교육본부장과 인사담당자 등에 대해 징계나 경고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교원임용 개선사항과 관련된 규정을 개정토록 했다”고 말했다.
세종=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
[단독] 해수硏 교원 채용, 한국해양대 ‘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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