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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법률전’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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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2-22 21:53:19 수정 : 2015-02-23 00:3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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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법률’ 무기 삼아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 영토분쟁 우위 점령
방공식별구역 중첩 우리도 대응책 필요
“법률전(法律戰)요? 글쎄요, 그게 뭔가요?”

중국군이 현대전의 한 양식으로 규정한 법률전에 대한 질문에 돌아온 대답이다. 법률전은 중국에서 활동하는 우리 군 전문가뿐 아니라 학자들에게조차 생소한 용어인 듯하다. 수많은 군사·정보·외교 전문가들이 거쳐갔지만 법률전 연구물은 물론 이 용어를 아는 이를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에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다.

법률전은 일상생활 중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 해결이 어려울 때 법원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법정다툼 정도로 이해되기도 한다. 지난 21일 중국 매체 ‘참고소식’이 중국 택시 호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시장의 양대 산맥인 콰이디다처(快的打車)와 디디다처(滴滴打車)의 합병이 법률전을 초래할 것이라고 보도한 것을 보면 법률전은 일반용어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법률전이란 용어는 군사적으로는 법률을 무기로 삼은 전쟁으로 정의된다. 중국군은 2003년 현대전을 구성하는 ‘삼전(三戰)’을 첫 규정하면서 법률전을 가장 중시했다. 삼전은 법률전과 심리전, 여론전을 말한다. 중국군은 삼전의 조합을 통해 전쟁 수행의 정당성과 효율성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중국이 법률전을 중시하는 것은 현대전 특성상 핵무기 보유국도 실제 핵무기 사용이 어렵고 재래식 전쟁 역시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 인식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법률전은 손자병법이 최상의 전법으로 제시한,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을 구현할 수 있는 길로도 보인다.

실제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이 법률전을 적극 활용해 주변국과의 영토 분쟁뿐 아니라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바꿔나가려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 프로젝트다. 중국 정부는 남중국해 난사군도(스프래틀리제도)의 융수자오(永暑礁·피어리 크로스 암초)에 활주로와 항만시설을 갖춘 인공섬을 만들었다. 이미 분쟁도서 주변 6곳을 매립한 데 이어 필리핀과의 분쟁 지역인 휴스 암초 주변의 7만5000㎡에도 새로운 대형 시설물 건설에 착수했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제2의 싼사(三沙)시 탄생은 필연적일 것이다. 중국은 2012년 7월 베트남과 분쟁 중인 시사(西沙)군도에 속하는 융싱다오(永興島)에 싼사시를 설립해 하이난(海南)성에 귀속했다. 싼사시는 남중국해 난사·시사·중사 군도를 통합 관할하는 행정구역으로 탄생했다. 현재는 초등학교와 유치원 건설공사가 한창일 정도로 중국은 무주공산(無主空山)이나 다름없는 남중국해 도서 곳곳에 깃발을 꽂고 있는 것이다. 

신동주 베이징 특파원
이 같은 행위는 횡포나 실력 행사로 비치지만 이미 국제법과 중국 국내법, 상대국 법률까지 모두 검토한 뒤 이뤄진 것이어서 충격적이다. 싼사시 설립 계획이 전해졌을 당시 베트남 국회는 시사·난사군도를 포함한 해역을 자국의 주권 관할 범위에 넣은 해양법을 통과시키며 대응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었다.

우리도 중국의 법률전을 강 건너 불 구경할 처지는 아닌 것 같다. 2013년 11월 중국이 동중국해 상공에 선포한 방공식별구역(CADIZ)이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과 중첩되고 이어도까지 포함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CADIZ 조정 의사가 없다고 밝힌 이상 한·중 양국의 긴장은 언제라도 조성될 수 있다. 이뿐인가. 중국은 우리의 요구에는 귀를 막은 채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국 배치를 우려한다는 일방적 주장만 펼치는 데 익숙하다. 연례 행사인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서도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자국의 안전까지 위협한다는 수사만 늘어놓는다.

미묘한 시점에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신임 주중대사로 내정됐다. 한·중 수교 23년 만에 처음인 군인 출신 첫 주중대사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국방부 장관 시절 ‘꼿꼿 장수’로 불린 김 대사 내정자로부터도 “법률전요? 그게 뭔가요?”란 대답을 듣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중국 외교·군사전략의 신무기인 법률전에 관한 논문이나 서적 일독을 권하고 싶다.

신동주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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