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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두 얼굴의 감시자, CC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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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2-02 05:30:00 수정 : 2015-02-10 14: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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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7시. 직장인 김모(34)씨는 여느 때처럼 출근을 하려고 집을 나섰다. 집 근처 왕십리역에서 지하철 5호선을 탄 뒤 광화문역에서 내렸다. 역 근처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를 들러 커피 한 잔을 산 뒤 200m쯤 걸어 회사에 도착했다. 점심은 동료와 회사 근처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에 들러 햄버거로 간단하게 해결한 뒤, 거래처 사람을 만나려고 서둘러 회사를 나섰다. 퇴근길 미용실에 들러 머리 손질을 하고 나서 김씨는 여자친구를 만나 분위기 좋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오붓하게 저녁식사를 즐겼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안방에 들어와보니 벽에 걸린 시계가 밤 9시를 가리킨다. 과연 김씨는 오늘 하루 이른바 ‘두 얼굴의 감시자’인 CCTV와 몇 차례 마주쳤을까. 정답은 30번이다.

이제 CCTV(폐쇄회로 TV)는 현대 사회에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됐다. 몇 해 전부터 뜨거운 이슈가 되는 사건·사고가 CCTV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최근에는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가 추진되고 있는데,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늘리지 말자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일부 학부모들이 스마트폰으로 아이들을 실시간으로 보게 해달라고 요구하자, 교사들의 75%는 실시간 중계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반면 이번 '크림빵 뺑소니' 사건 피의자가 제 발로 경찰서를 찾게 만든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CCTV였다. 이처럼 ‘양날의 검’인 CCTV에 대한 국내외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 '양날의 검' CCTV, 사생활 침해 논란 '와글와글'

2013년 10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실시한 안전행정부 국정감사에서는 '두 얼굴의 감시자'인 CCTV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인터넷에 연결된 CCTV는 보안에 취약해 간단한 해킹으로 볼 수 있다"며 실제 해커가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프로그램으로 여의도의 한 카페에 설치된 CCTV를 손쉽게 들여다보는 시연 영상을 공개했다.

진 의원은 "굳이 해킹을 하지 않아도 일반인들은 스마트폰 어플을 설치해 세계 각국의 거리, 서울의 모 호텔 로비와 수영장·교회 등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며 "CCTV를 회전하거나 줌으로 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자치단체의 CCTV 통합관제센터 관제요원들은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실시간으로 줌(Zoom)으로 확대해서 보거나 CCTV를 회전시키기도 한다"며 "특히 단독주택이 밀집된 이면도로에 설치된 방범용·주정차단속·쓰레기투기감시용 CCTV는 조금만 회전하거나 줌 기능을 사용해도 사생활 침해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진 의원이 안행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7월 말 기준 전국 79개 'CCTV통합관제센터'에 5만6579대의 CCTV가 통합 연계돼 있고, 1750명의 요원이 CCTV를 관리하고 있다. 그는 "관제요원 1750명 중 위탁업체에서 관제대행을 맡는 직원이 1113명(63.6%)으로 가장 많고, 지자체에서 월 100만~200만원의 봉급으로 채용한 기간제근로자가 352명(20.1%), 경찰이 206명(11.8%), 공익·청경 등이 82명(4.5%)"이라며 "일부 지자체의 경우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경찰 1명이 공익요원에게 관제업무를 완전히 맡기는 곳도 있다"고 꼬집었다.

◆ 사회 불안심리 고조, CCTV 판매 2~6배 ↑

하지만 이 같은 사생활 침해 논란 속에서도 연초부터 어린이집 아동 폭행, 인질 살해 등 잇단 사건으로 사회 내 불안 심리가 크게 고조되면서 육아나 보안 목적으로 CCTV를 찾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 특히 떨어져 있는 아이나 노약자의 상태를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네트워크형 CCTV의 경우 판매량이 2~6배로 치솟을 만큼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오픈마켓 옥션에 따르면 사업자 회원 전문몰 '비즈플러스'에서 지난 1월9~22일 CCTV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가량 늘었다. 구매자는 주로 사업자 회원은 주로 자영업자 또는 법인·기관으로 개인 회원에 비해 대량 구매가 많았다. CCTV의 경우 사업자 회원 중에서도 ▲어린이집·유치원·독서실·학원 등 보육·교육시설 ▲종교재단 ▲복지시설 ▲병원 등 유아동·노약자를 집단으로 수용하는 기관들이 사들이고 있다. 개인 회원까지 포함하면 갑작스러운 CCTV의 인기는 더욱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옥션 전체 고객(개인·사업자 회원)의 CCTV 판매량은 무려 70%나 증가했다. 옥션 뿐 아니라 또 다른 오픈마켓인 G마켓에서도 최근 몇 주간 CCTV가 지난해 동기대비 56%나 많이 팔렸다.

이 같은 CCTV 구매 열풍은 최근 잇따라 불거진 아동학대 사건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13일 인천 연수구 한 어린이집 여교사의 4세 여아 폭행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고 이후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사례가 드러나면서, 어린이·노인·환자 학대 여부를 CCTV로 확인하려는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여기에 경기도 안산에서 2명이 목숨을 잃는 인질극 사건까지 비슷한 시점에 겹쳐, 육아뿐 아니라 보안을 목적으로 CCTV를 설치하는 개인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와 함께 CCTV뿐 아니라 어린이집 폭력 사건을 계기로 자녀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유아동 돌봄 관련 제품 수요도 늘고 있다. 옥션에서는 2주동안 미아방지용 장신구(아이 정보가 새겨진 팔찌·목걸이 등)와 미아방지용 가방(긴 끈이 달린 미아 방지용 배낭)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60%, 85% 더 팔렸다. 또 아이들을 어린이집 보다 조부모에 맡기는 가정이 늘면서, 최근 1주일 사이 50대 이상 회원의 유아용품 구매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35%나 증가했다.

김순석 옥션 디지털팀장은 "사회적 이슈가 관련 상품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흔하지만, 이번 CCTV의 경우 자녀 안전에 관한 문제라 더 영향이 큰 것 같다"며 "기관뿐 아니라 개인의 CCTV 구매도 크게 늘었으며, 특히 언제 어디서든 안전을 확인할 수 있는 네트워크형 제품이 인기"라고 설명했다.

◆ 비명을 감지, '귀가 달린 CCTV'도 있다?

온 국민의 공분을 사며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크림빵 뺑소니' 사건 피의자 허모(37)씨가 사건 발생 19일만에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의 부실한 초동수사로 엉뚱한 차량이 용의선상에 오르자 내심 완전범죄를 꿈꿨을지도 모를 허씨가 제 발로 경찰서를 찾게 만든 역할을 한 것은 CCTV였다. 차량 증가와 함께 더불어 증가 추세였던 뺑소니 사고가 최근 부쩍 늘어난 CCTV와 차량 블랙박스로 감시망이 촘촘해지면서 발 붙일 곳을 잃어가고 있다. 뺑소니 사건 해결의 1등 공신은 급증한 CCTV다. '크림빵 뺑소니' 사건 역시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건물 외벽에 달린 CCTV 동영상이 용의 차량을 특정 짓고, 결국 허씨의 자수를 유도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실제로 이미 CCTV는 전국 곳곳에서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진천군은 2011년 7월 CCTV 관제센터를 충북에서 처음 개설, 24시간 근무하며 460대의 CCTV를 관리하고 있다. 특히 비명 등 이상한 소리를 감지, 치안활동에 도움을 주는 '귀가 달린 CCTV'가 설치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이 관제센터에서 경찰에 제공한 범죄나 사고 조사 영상자료는 무려 400여건에 달한다. 충북의 뺑소니 사건 전담 경찰관은 "CCTV가 점차 늘면서 그물망 감시를 하고, 급증한 차량 블랙박스도 도로의 파수꾼 역할을 하면서 이제 뺑소니는 절대 경찰 수사망을 빠져 나갈 수 없다"고 자신했다.

◆ 그저 '사후약방문'일 뿐…美 시민 60% "CCTV 추가 설치 반대"

그렇다면 미국 등 선진국의 국민들은 CCTV에 대해 어떤 견해를 보이고 있을까. 보스턴 마라톤 테러 이후 미국 주요 도시들이 적극적으로 CCTV 확충에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CCTV가 보스턴 테러범을 검거한 ‘1등 공신’이기는 하지만, 사생활 침해 위험이 크고 정작 테러 예방 효과도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포천과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보스턴 경찰청은 거리 행인의 얼굴을 생생하게 찍을 수 있는 '눈높이(eye-level)' CCTV를 도입하는 등 시내 CCTV 감시망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에드워드 데이비스 경찰청장은 다음 보스턴 마라톤 경기 때 무인정찰기를 현장에 띄우는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뉴욕시의 레이 켈리 경찰청장도 테러의 단골 표적인 맨해튼에 CCTV 확대 및 강화안을 추진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경찰청도 시내 중심가인 '마켓 스트리트'에 CCTV를 추가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미국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산하 테러방지·정보 소위원장인 피터 킹(공화·뉴욕) 의원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CCTV 확충을 지지하며, 테러를 예방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CCTV 관련 장비 시장은 2013년 32억달러의 시장 규모가 2016년에는 41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지방자치단체는 CCTV 확충을 위해 연방 정부의 국토안전부에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는 CCTV 시장이 테러 공격이 있을 때마다 성장했고, 보스턴 테러도 비슷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하지만 사생활 침해 이유로 CCTV 확대를 반대하는 여론도 강하다. 미국 허핑턴포스트가 보스턴 마라톤 테러 이후 실시한 인터넷 여론 조사에서 CCTV 추가 설치를 지지한 시민은 40%에 그쳤다. 보스턴 마라톤 결승점 근처에 애초 많은 CCTV가 있었지만, 폭탄 테러가 일어난 만큼 CCTV가 범행을 예방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테러가 일어난 이후 범인을 잡는 데만 도움을 주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것이다.

실제 로스앤젤레스 등 도시들은 '비용이 많이 든다'는 등의 이유로 대규모 CCTV 도입을 기피하고 있다. 그러나 CCTV 확대 지지자들은 기술이 진보하면서 CCTV의 테러 억제 효과도 강화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예컨대 뉴욕시가 도입한 첨단 CCTV 시스템은 폭탄이 들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버려진 가방 등을 기계가 자동으로 인식해 경찰에 통보한다는 것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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