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대골마을 2만여 가구…이웃집과 절전 아이디어 공유
지난 13일 서울시 동작구 상도 3·4동에 자리 잡은 성대골마을의 ‘에너지 슈퍼마켙’에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와 함께 다양한 물건이 눈앞에 펼쳐졌다. 일반 슈퍼마켓과 달리 이곳에서는 발광다이오드(LED) 전구, 태양광 휴대전화 충전기 등의 에너지 절약 용품을 판매한다. 슈퍼마켓이 아닌 슈퍼마켙이라는 이름은 영어 ‘에너지’의 앞글자 ‘E’라는 의미를 담는 동시에 슈퍼마켓의 옛 표기법인 만큼 처음이라는 뜻을 강조하기 위해 붙여졌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에너지 절약 물품을 모아 판매하는 이 슈퍼는 일상에서 사람들이 참여해 에너지 자립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전시장이자 교육장소로 기능하고 있다. 슈퍼의 난방, 조명 등 전기도 모두 가게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로 충당하고 있다.
다음 세대에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자는 생각으로 뭉친 성대골마을 주민들은 도심 속 에너지 자립을 꿈꾸며 여러 가지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개인 한명 한명이 모두 절전소라는 개념으로 ‘성대골 절전소’를 만들었다. 가정별 전기요금고지서 분석에서 시작해 마을 학생들이 직접 절전 컨설턴트로 집집마다 점검을 했다. 참여 가구의 전기사용량은 지난해 평균 10~15% 절감됐다. 15가구에서 시작된 운동은 2만여가구, 다른 지자체까지 확산됐다.
서울시에는 성대골마을 외에 에너지 절약이나 효율화, 생산 활동을 통해 자립을 꿈꾸는 에너지 자립마을이 15곳 있다. 이들은 이웃과 단절된 도시의 특성상 주민들이 뜻을 모아 활동하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펼치며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강동구 천호동의 십자성마을은 주민 수십 가구가 집에 3㎾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 전력 사용량을 대부분 자체 충당하고 있다. 성북구 석관동 두산아파트 입주민들은 절전 활동을 통해 아낀 전기요금 2억여원으로 올해 경비원 임금을 19% 인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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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통영시 연대도(오른쪽)의 태양광발전시설 모습. 연대도 제공 |
최근 작은 섬에서부터 광역자치단체까지 여러 지자체에서도 에너지 자립을 선언하고 있다.
경남 통영시의 작은 섬 연대도는 탄소 제로의 ‘에코 아일랜드’로 불린다. 48가구 82명이 거주하고 있는 섬으로 태양광발전소가 마을 에너지의 90%가량을 충당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마을공동지열센터가 2016년 구축되면 100% 화석에너지 없는 신재생에너지 섬이 된다. 마을회관과 경로당은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 파시브 하우스고, 폐교를 리모델링해 에코 체험센터도 세워 연 1억원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연대도 최두기(70) 이장은 “연대도는 에너지 자립 섬을 넘어 자연환경을 이용한 각종 관광상품을 개발해 연간 5000여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며 “각종 시설에 따른 에너지 공급을 제외하더라도 현재 가구당 월 1000원 미만의 전기료만 부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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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소 없는 섬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제주도의 해상풍력발전단지 조감도 제주도 제공 |
국토 최남단 마라도 인근 가파도는 탄소 없는 섬 사업의 시험무대다. 가파도는 도서 내에 있는 디젤발전기를 운전해 독립적으로 전기를 생산·소비하는 섬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가동한 풍력발전시설로 100가구 180명의 주민이 전기를 쓸 수 있게 됐다. 37가구에 3㎾급 소규모 태양광 발전기가 설치되고 섬 주민들이 공용으로 사용하던 승용차 4대가 전기자동차로 교체됐다. 섬 경관을 망치던 전신주 130여개 등도 모두 지중화를 마무리했다.
경북 울릉군은 울릉도 녹색 지열발전소 건립 등을 통해 2020년까지 ‘에너지 자립섬 울릉도’를 만들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울릉도에서 운영되는 고비용 디젤발전기 설비를 줄이는 대신 태양광, 풍력, 지열,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고 전기를 대량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 장치(ESS) 등을 연계해 전력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자체의 에너지 자립 노력이 특정 신재생에너지 분야에만 치우친 데다 비효율적 퍼주기 정책이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정인 중앙대학교 교수(산업경제학과)는 “초기 유럽 기술이 도입되다 보니 우리나라 실정에 상관없이 태양광 발전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음식물 쓰레기를 이용한 바이오가스 등 지역 상황을 반영한 신재생에너지의 다변화가 필요하다”며 “신재생에너지 생산과 함께 지역에서 값싼 산업·농업용 전력을 효율적으로 절약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소용 기자, 통영·울릉·제주=안원준·장영태·임성준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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