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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명 목숨 구한 비번 소방관… 화마에 스러진 예비 신부

입력 : 2015-01-11 19:41:56 수정 : 2015-01-12 07: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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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화재 참사 긴박했던 사고 당시 “멈춰, 질서를 지켜야 합니다.”

새내기 소방관의 이 한마디가 대형 참사를 막았다. 지난해 5월26일 의정부소방서 송산119안전센터에 임용돼 근무한 진옥진(34·사진) 소방사.

불이 난 의정부시 대봉그린아파트 8층에 사는 진 소방사는 화재가 난 지난 10일 오전 ‘비번’ 근무자로 집에서 쉬던 중 화재를 접했다. 진 소방사는 임용된 지 채 1년이 안 됐지만 그건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불이 난 사실을 알아채자마자 직업정신을 발휘했다. 집집마마 문을 두드리며 토요일 오전 늦잠에 취한 주민들을 깨워 옥상으로 대피시켰다.

진 소방사는 아파트 주민들이 극도의 공포감으로 우왕좌왕하자 “질서를 지켜라”고 소리치고는 옥상으로 대피시켰다.

앞서 그는 특히 아래층에서 불이 번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절대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지 말 것을 강조했다.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는 한꺼번에 많은 연기가 ‘침입’할 경우 빠져나갈 공간이 거의 없어 유독가스 흡입으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판단한 것이다. 생명에 위협을 느낀 아파트 주민들은 아파트 밖으로 뛰어내리거나, 이불을 묶어 아래로 늘어뜨려 빠져나오는 등 아비규환 상황이었다. 진 소방사의 인도로 옥상에 대피한 주민 13명은 덕분에 모두 구조됐다. 진 소방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도 너무 무서웠으나 정신을 차리고 평소에 배운 대로 했다”고 겸손해했다.

또 하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윤효정(29·여)씨는 전날까지만 해도 두 달 후 새신부가 될 꿈에 부풀어 있었으나 이번 사고로 숨졌다.

경기도 의정부시 화재사고로 거처를 잃은 주민들이 11일 의정부시 금오동 경의초등교에 임시 마련된 대피소의 난로 옆에 모여 앉아 추위를 녹이고 있다. 대피소에는 3∼4인용 텐트 50여개가 설치돼 이재민의 편의를 도왔다.
의정부=남정탁 기자
경기도 의정부 백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임시 빈소에서 만난 윤씨의 삼촌은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고 결혼 준비를 하면서 신혼집을 차릴 생각에 들떠 있던 조카의 모습이 선하다”면서 “화상이 너무 심해 부모에겐 시신을 차마 보여주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윤씨는 온몸에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윤씨 부모는 혹시나 하는 마음을 안고 이 병원 저 병원 뛰어다녔다. 몇 시간을 애태우며 기다렸던 딸은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왔다.

이번 화재사고로 졸지에 집을 잃은 이재민들은 찜질방과 인근 경의초등학교 강당에서 밤을 보냈다. 특히 경의초교에서 수용된 주민 42명은 추위와 불편함으로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전모(25·여)씨는 “텐트가 설치돼서 그런지 잠자리는 괜찮지만 씻는 곳이 마땅히 없어 너무 불편하다”고 했고, 원모(43·여)씨는 “단열 매트가 깔려 있긴 하지만 나이 많은 사람이 자기에는 너무 추운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피해자 상당수는 20∼30대 젊은 층으로 나타났다. 불이 난 건물이 원룸과 투룸에 혼자 사는 직장인이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 가운데 20대가 50명으로 가장 많았다. 30대 44명, 10대 이하 12명, 40대 10명, 50대 7명, 60대 이상 5명으로 나타났다.

한편 “소방 헬기가 프로펠러 바람을 일으켜 불이 확대됐다”는 주민 주장에 대해 소방당국은 “헬기 투입은 구조활동의 기본”이라고 해명했다.

주민들은 “처음 불이 난 대봉그린아파트는 30분 만에 불길이 거의 잡혔는데 헬기 프로펠러가 바람을 일으켜 옆 건물로 확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석원 의정부소방서장은 “아파트와 고층건물 화재 때 소방 헬기를 활용한 구조와 진화는 소방대응활동의 기본”이라며 “건물 외벽이 가연성 자재로 마감돼 외벽을 타고 급격히 확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의정부=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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