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하루 500여명 그칠 우려 충남 공주 시민들은 요즘 논밭 한가운데 덩그러니 모습을 드러낸 건축물을 보고 너나 할 것 없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오는 3월 개통, 운행되는 KTX 호남고속철도의 공주역이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고 있다.
철로 선상에 지은 지상 3층, 지하 1층(5273㎡) 규모의 역사에는 건축비만 185억원, 주변개발비까지 포함하면 440억원이나 들었다. 공주역이 이런 취급을 받게 된 것은 애매한 위치 때문이다.

직접 연결도로도 없이 기존 4차선 국도(23, 40호)와 약 4㎞, 왕복 2차선 지방도(693, 697호)와 2.3㎞나 떨어져 따로 진입로를 내야 했다.
공주시민이 KTX를 타려면 역까지 택시로 20여분 가야 한다. 서울까지 가려면 시내에서 고속버스보다 시간상 차이는 없고 비용은 더 비싸다. 이대로라면 있으나 마나 한 유령역으로 전락할 위기다.
국토교통부가 이런 외딴 곳에 역사 입지를 정하면서 밝힌 이유는 논산 등 주변 지역의 ‘고속철도 접근성’ 때문이다.
공주역은 인근 대도시인 대전에서 26㎞, 군인 유동인구가 많은 계룡시에서 15㎞, 부여에서 17.7㎞, 논산에서 16㎞가 각각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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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 문을 열 KTX 호남선 공주역. 애매한 위치 선정으로 자칫 유령역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
코레일도 하루 이용객이 500명 안팎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입지 결정 당시 2000명에 이를 것이란 국토교통부 예측은 이미 꼬리를 감췄다.
당초 역사 이용권으로 흡수하려던 논산 등지의 이용객도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돼 게도 구럭도 다 놓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들 지역 역시 이용의 불편함을 호소하며 직통도로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공주시는 역사 기능을 살리기 위해 2012년 역 주변 393만여㎡에 인구 1만8000명을 수용하는 역세권 신도시 개발계획을 뒤늦게 수립, 추진하고 있지만 헛바퀴만 돌리고 있다. 650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민간자본을 유치해 개발한다는 뜬금없는 계획에 단 한명의 사업자도 나서지 않아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공주=임정재 기자 jjim6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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