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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Ei 대신 ARB… 급성 심근경색 새 치료법 되나

입력 : 2014-12-14 21:37:00 수정 : 2014-12-14 21: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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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한주용·양정훈 교수팀 논문 英 의학지 소개 박모(55)씨는 한 달 전 아침 출근길에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다행히도 곧바로 응급조치를 받고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져 생명을 구했으나 다른 문제가 생겼다. 심근경색 재발 등을 막기 위해 먹는 약물로 인해 밤잠을 이루기 힘들 만큼 마른기침이 심해진 탓이다. 박씨는 “심한 경우 밤에 잠을 못 자는 것은 물론 일상생활에서 말을 하는 것조차 힘들다”고 호소한다.

이처럼 부작용을 수반해 온 기존 심근경색 치료법의 변화가 예상된다. 치료 효과는 비슷하면서 부작용은 상대적으로 작은 약물의 개발 가능성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한주용 교수·양정훈 교수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한주용, 양정훈 교수팀은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가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사망률을 낮추고 심근경색 재발 예방에도 효과적임을 확인하고,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영국의학협회지(BMJ) 최신호에 게재했다.

한, 양 교수에 따르면 그동안 급성 심근경색이 발병하면 환자의 막힌 심장혈관을 뚫어준 뒤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ACEi) 계열 약물을 투여하는 것이 표준적 치료였다. 심근경색의 재발을 막고 심장 기능의 보존과 회복을 통해 궁극적으로 심혈관계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인 환자들은 유전적 특징으로 인해 ACEi 계열 약물을 투여했을 때 10명 중 5명꼴로 마른기침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

그 때문에 일부 의료진은 대안으로 ARB 계열 약물을 환자들한테 투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ARB 계열 약물이 심근경색 환자한테 과연 효과가 있는지를 놓고 학계 의견이 엇갈리면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됐다.

이번에 한, 양 교수팀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우리나라 53개 의료기관에 등록된 급성 심근경색 환자 6698명의 데이터를 세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 ARB 계열 약물을 쓴 환자 1185명 중 사망에 이르거나 심근경색이 재발한 경우는 전체의 1.8%인 21명으로 조사됐다. 한편 ACEi 계열 약물을 쓴 환자는 4564명의 1.7%인 77명이 사망하거나 심근경색이 재발했다. 이처럼 ARB 계열 약물과 ACEi 계열 약물의 심근경색 치료 효과는 거의 비슷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마른기침 같은 부작용 측면에서 두 약물은 큰 차이를 보였다. ARB 계열 약물을 투여한 환자들은 ACEi 계열 약물을 쓴 환자들과 달리 마른기침 등 부작용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ARB 계열 약물이 ACEi 계열 약물과 치료 효과는 동등하면서 부작용은 훨씬 작은 점이 입증된 셈이다.

급성 심근경색 치료 과정에서 복용하는 약물로 인해 마른기침이 부쩍 심해지는 등 부작용에 시달리는 환자가 많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 기침 등 부작용이 작은 새로운 약물의 개발 가능성을 확인해 최근 국제학술지에 게재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 교수는 “최근 급성 심근경색 환자 대부분이 응급치료를 받고 심장 기능이 보존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ACEi 계열 약물과)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면서 부작용은 작은 ARB 계열 약물이 심근경색 환자의 예후를 개선시킬 수 있는 대체 약물이 될 가능성을 증명해 보인 것”이라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그는 “ARB 계열 약물의 치료 효과 유무를 놓고서 논란이 있었는데, 효과는 같고 부작용은 작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밝혀냄에 따라 논란이 불식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양 교수도 “우리나라는 그동안 ACEi 계열 약물 사용 후 마른기침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가 다수라 다른 나라보다 ARB 계열 약물을 많이 처방해 온 편”이라며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혼란을 초래했으나, 이번에 명확한 근거를 마련한 만큼 보다 많은 심근경색 환자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ACEi)=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등 치료에 널리 쓰이는 약물.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크지만 기침을 유발하는 등 부작용이 있다. 동양인은 이 부작용이 특히 심한 편이다.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뛰어나 고혈압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약물. 마른기침을 유발하는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와 달리 기침 등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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