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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눈으로 본 서양과학

입력 : 2014-12-12 19:27:27 수정 : 2014-12-12 19:2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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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경 지음/돌베게/1만4000원
뉴턴의 무정한 세계/정인경 지음/돌베게/1만4000원


“이걸 왜 공부해야 하지?” 학창 시절 복잡한 공식으로 이루어진 과학 문제를 풀면서 이런 말을 한번쯤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비단 공부를 잘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이 땅에서 과학을 공부하면서 그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몸으로 체화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그러니 왜 공부하는지 매번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뉴턴의 무정한 세계’도 비슷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책은 우리가 ‘순수하고 가치중립적’이라고 믿는 과학이 사회적 환경의 산물임을 밝히고, 우리 사회가 지금 신봉하고 있는 과학이 한국 풍토에 맞는 과학이 아닌 서양의 환경에 의해 탄생하고 서양의 필요에 의해 발전한 과학이라고 밝힌다.

단, 여기서 저자가 경계하는 것은 우주와 생명의 비밀을 푸는 과학 그 자체라기보다는 과학적 사실에서 파생된 담론을 말한다.

저자는 뉴턴과 다윈, 패러데이 등이 우주의 신비, 생명의 신비를 밝히는 과정을 따라가며 이들의 업적이 인류에 커다란 지적 진보를 가져다줬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이들의 순수한 열정과는 별도로 이들이 만들어낸 과학적 진보는 서구의 사회적 환경에서 이들의 의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발전했다.

뉴턴, 다윈, 패러데이 등의 순수한 열정이 만들어낸 과학적 결과물은 제국주의적 욕망에 불타던 당시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사회진화론, 인종주의, 우생학, 식민주의 등으로 그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파생돼갔다. 에디슨은 그 스스로가 자본주의적 열망에 빠지는 오류를 범하기도 했다.

그리고 20세기 초 근대과학이 본격적으로 한국에 자리를 잡으면서 이 같은 왜곡도 함께 수용된 것이다.

일본의 지배를 받는 뼈아픈 경험 속에 과학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고, 이에 따라 근대과학의 가치를 수용했지만, 이들의 과학이 제국주의와 자본주의 등에 의해 왜곡됐다는 것은 미처 깨닫지 못한 것.

책은 흥미롭게도 이렇게 왜곡된 과학적 담론이 이 땅에 수입된 풍경과 지식인들의 고뇌를 이광수의 ‘무정’, 염상섭의 ‘표본실의 청개구리’,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이상의 ‘날개’ 등 당시 쓰인 소설을 통해 독자에게 생생하게 보여준다. 

정인경 지음/다산 에듀/2만원
동서양을 넘나드는 보스포루스 과학사/정인경 지음/다산 에듀/2만원


같은 저자의 ‘동서양을 넘나드는 보스포루스 과학사’ 역시 동일한 주제의식을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인류의 탄생부터 현대 과학기술의 융합까지 과학사의 흐름을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넘어 담아낸 책으로 각기 다른 모습으로 형성된 문명 속에서 지역·문화적 차이에 따라 상이하게 발전한 과학의 모습과 특성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서양의 근대과학을 중심으로 배워 온 우리에게 새로운 과학적 시각을 던져준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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