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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조개껍질·산호에 반해 세계각국 돌며 모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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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09 22:26:05 수정 : 2014-12-12 15: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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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해양박물관장 박한호씨 수심 6000m 심해에 살던 희귀한 모양의 산호, 껍데기 한 쪽의 무게만 100㎏에 달하는 대왕조개, 보르네오 섬에서 온 2.5m 크기의 손가락산호.

2011년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 인근에 문을 연 울산해양박물관엔 진귀한 ‘물건’들이 가득하다. 전 세계 70여개국에서 온 조개껍데기와 산호 등이 자그마치 7000여점이다. 지난해까지 5만여명의 관람객이 박물관을 다녀갔다.

49년간 전 세계를 돌면서 수집한 산호 등 진귀한 물건을 수집해 박물관을 건립한 박한호 관장이 자신의 애장품을 배경으로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9일 울산해양박물관을 찾아 박한호(76) 관장을 만났다. 생활한복 차림의 박 관장이 환하게 웃으며 기자를 반겼다. “꼭 물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지요? 해양박물관은 제 일생을 바쳐 만든 겁니다.”

박씨는 49년째 산호와 조개껍데기에 빠져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더 정확히는 ‘바다’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에 매료돼 있는 거라고 힘줘 말했다.

박씨와 산호·조개의 인연은 19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자개장에 쓰이는 재료를 구해 국내 가구업체에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산호와 조개껍데기는 그에게 큰 의미가 없었다. 원주민을 통해 한두 점 수집하는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박씨는 우연히 산호를 수집하러 영국과 스페인, 네덜란드 등 세계 각국에서 온 학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그들은 눈으로 보는 산호와 조개껍데기가 교과서보다 나은 교육자료가 된다고 말했다.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바다생물들을 대한민국의 아이들에게도 보여줘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박물관 건립이 ‘꼭 해야 할 일’로 정해진 순간이었지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세계 각국의 조개껍데기와 산호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시장에 나와 있는 것은 값이 비쌌다. 의미도 없는 것 같았다. 박씨는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의 오지로 눈을 돌렸다. 원주민들에게 빨랫비누와 냄비 등의 생필품이나 전통공예품, 한복을 주고 조개껍데기와 산호를 받아왔다. 당시엔 치안이 좋지 못한 때라 생명의 위협을 받은 적도 있다. 벌레에 쏘이기도 했고, 풍토병으로 고생하기도 했다. 관련 정보는 미국에서 열리는 셸마켓과 수집하러 떠난 곳에서 만난 각국의 수집가, 학자들을 통해 얻었다. 1년에 6∼7번 수집을 위해 세계 각국으로 나섰다. 한 번 출국하면 한 달씩 체류하며 정보와 조개껍데기, 산호를 모았다.

박씨는 “하나라도 더 한국에 가져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미쳐 있었던 거지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조개껍데기와 산호, 바다생물 3000여종 10만여점을 수집했다. 지금은 환경보호 규제 등이 강해지면서 국내 반입이 금지돼 있는 것들도 있다.

이제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할 때라고 박씨는 생각했다. 그의 어머니 고향인 울주군 서생면에 박물관을 만들겠다고 결정했고, 아들 충훈(46)씨와 함께 박물관 설립을 위해 노력했다. 2011년 말, 울산해양박물관은 울산시에 1종 전문박물관으로 등록됐다.

박씨의 50여년을 담아 만든 해양박물관 2층 산호관은 유리창 없이 장식했다. 아이들이 좀 더 가까이에서 산호를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쉽게 바다생물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하는 교육프로그램과 체험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소장하고 있는 자료를 도록으로 펴내는 작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모두 대한민국의 미래들이 바다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박씨는 “해양자원은 무궁무진합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이런 자원을 연구할 학자를 키워내야 합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박물관을 통해 얻은 작은 궁금증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학자를 만들어 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나는 그걸로 보람을 느낍니다”며 환하게 웃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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