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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노동시장 유연화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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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02 20:55:20 수정 : 2014-12-02 23: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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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비정규직 격차 해소부터
중산층 그룹 통합 목표로 삼아야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양극화 현상이다. 1997∼1998년의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정책이 실시되면서 빈익빈부익부 현상은 지난 10여년간 진행된 결과일 것이다. 현재 한국의 노동시장은 두 개의 큰 부문으로 양분돼 있다.

첫 번째 그룹은 노조가 결성된 대기업의 정규직 근로자이다. 대부분 전일제로 일하고 있고 연공서열 임금제의 적용을 받고 있으며 경영상의 이유가 있어야만 해고가 가능하다. 이에 근로시간, 임금, 고용이 모두 경직돼 있는 편이다. 통계를 보면 월평균 350만원 정도의 봉급을 받고, 한 기업에 입사하면 평균적으로 12년 정도 근속을 하며, 이 그룹 중 99% 정도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으며, 75%는 고용보험의 적용을 받는다. 학계와 정부가 고용 유연성의 제고를 정책으로 내세울 때 주로 대상이 되는 그룹으로 우리나라의 약 1800만 임금근로자 중 120만명 정도가 이 그룹에 속한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경영학
또 하나의 그룹은 비정규직 근로자로서 중소기업에 주로 근무하며 노조가 결성돼 있지 않다. 통계에 따르면 월평균 110만원 정도의 봉급을 받고, 한 기업에 입사하면 평균 1.7년 정도 다니다가 직장을 옮기며, 이 그룹 중 33% 정도만이 국민연금, 건강보험, 그리고 고용보험의 적용을 받는다. 고용보호가 거의 돼 있지 않아 비정규직보호법에 따라 한 직장에서 2년 이상을 근무하는 경우가 드물다. 봉급은 2005년쯤에는 정규직의 65% 정도를 받았으나 2013년에는 정규직의 55% 정도를 받아 정규직과의 소득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정규직은 평균 15% 정도가 노동조합원임에 비해 비정규직은 노조원이 2%에 불과하다. 근로조건도 열악하고 고용도 불안해 노조를 결성하고 싶어하지만 노조를 결성하면 고용계약이 갱신되지 않을 것을 두려워해 거의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못한다. 이 그룹에 속하는 근로자는 약 470만명 정도로 약 1800만 임금근로자 중 26%가량을 차지한다.

노동시장이 두 부문으로 나눠져 있으니 정책도 당연히 부문에 따라 다른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즉, 경직적인 고임금의 정규직은 임금, 근로시간, 고용 유연성의 제고가 목표가 돼야 하고, 이미 고용이 극히 유연해 보호막이 거의 없는 워킹푸어(working poor) 상태인 비정규직은 지금보다 임금이나 근로조건, 고용안정을 개선하는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즉, 갈수록 격차가 커지는 두 부문의 차이를 줄여 하나의 큰 중산층 그룹으로 통합하는 것이 궁극적인 노동정책의 목표가 돼야 할 것이다.

최근 정부 당국자의 정규직 해고요건 완화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 발언은 정규직의 고용 유연성 제고를 목표로 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경력사원의 기업 간 이동이 쉽지 않고, 사회안전망이 극히 미약해 정규직이라도 막상 해고되면 대안이 없는 게 현실이기에 도입이 된다면 노동계의 반발과 직장인의 동요가 있을 것으로 예측이 된다.

정규직의 고용 유연성 제고를 위해서는 성과급을 강화하는 임금 유연성이나 유연 근로시간제의 광범위한 도입 등 근로시간의 유연성부터 추진하는 것이 보다 용이할 것이다. 정규직 해고요건의 완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중견사원의 기업 간 이동을 용이하게 하고, 사회안전망이 개선돼야 사회적 갈등을 줄이면서 해고요건 완화를 통한 고용 유연성을 추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논의에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것은 비정규직의 임금, 고용안정 등의 근로조건을 개선해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는 측면이다. 정규직의 고용 유연성만을 추구하고 열악한 비정규직의 근로조건을 개선할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노동시장 전체의 하향 평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결국 정규직의 고용 유연성 제고와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개선을 맞바꾸는 대타협을 노·사·정이 자발적으로 이뤄내도록 정부는 이에 대한 기반을 조성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이번 정부의 발언이 한 번의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갈수록 악화하는 한국 노동시장의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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