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깬 아이가 말합니다 “무서운 사냥꾼 이야기, 사람들에게 해줘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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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희 지음/이야기 꽃/1만3000원 |
황토빛 초원에 파란색 군복을 갖춰 입은 코끼리들이 몰려든다. 등 뒤에 총을 멘 이들은 망원경으로 초원을 살핀다. 그러다 발견한 벌거벗은 회색빛 피부의 커다란 사람 아이. 코끼리들은 일제히 달려가 총 수십 발을 쏜다. 총을 맞은 아이는 곧 뒤로 쓰러진다.
그림책 ‘이빨 사냥꾼’은 영화 ‘혹성탈출’을 저절로 떠올리게 한다. ‘혹성탈출’이 유인원과 인간의 위치를 뒤바꿨다면, ‘이빨 사냥꾼’은 코끼리와 바꾼다. 결국, 통하는 건 역지사지다. 인간의 행동을 동물의 시선에서 낯설게 봄으로써 반성의 계기를 제공한다.
‘이빨 사냥꾼’이 주목하는 건 코끼리 밀렵이다. 총에 맞아 쓰러진 아이의 눈에 들어오는 건 어금니를 뽑기 위해 톱, 망치 등 온갖 장비를 들고 있는 코끼리들이다. 뽑아낸 어금니는 밧줄에 묶여 시장으로 옮겨진다. 줄을 지어 늘어선 어금니는 그 상태에 따라 등급과 가격이 매겨져 거래된다.
이 어금니를 코끼리들이 길게 줄을 서서 구매를 하는데, 그 쓰임새가 더욱 가관이다. 조각상, 지팡이, 목걸이, 시계, 선글라스 등 모두 사치품이다. 모두 실제 코끼리 상아로 만들어지는 제품이다.
중후하게 차려입은 코끼리가 어금니로 만든 파이프로 담배를 피우자 까만 연기가 자욱하게 퍼져 간다. 그 연기 속에서 초원에 웅크리고 누워 있던 아이가 꿈을 깬다. 아이는 코끼리 상아를 어깨에 메고 가는 사람들을 둘러본다. 그리고 나지막이 말한다.
책은 줄곧 어둡게 전개되다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된다. 줄곧 명도가 낮은 그림이 이어져 읽는 내내 긴장감까지 느끼게 한다. 책을 쓴 조원희 작가는 이 작품으로 지난해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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