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농가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방자치단체들도 분주해지고 있다. 중국에 이어 뉴질랜드와 FTA가 체결되면서 주민들은 ‘특단’의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지만,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태다. 중국과의 협정에서 빠진 쌀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곡물과 과수 재배 농가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게 지방정부의 판단이다. 15일 체결된 낙농 선진국 뉴질랜드와 FTA 타결도 축산농가들을 두렵게 하고 있다. 농업과 축산업 등 1차산업 종사자들의 염려 속에 지자체들은 FTA 체결이 미칠 영향을 분석하며 대책팀을 가동하기로 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고 강점을 활용해 FTA 체결 환경을 정면 돌파해 나간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지자체의 움직임과는 별개로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지자체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아직 실질적 수준이 아니라 한계가 여전하고, 중앙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처방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위기를 기회로’
충남도는 한·중 FTA에 맞서 우선 ‘3농(농어업·농어촌·농어민)’ 혁신 추진 속도를 더 높이기로 했다. 도내 농식품의 분야별·품목별 기반을 강화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게 목표다.
내년부터 2018년까지 4년 동안 추진하게 될 3농 혁신 2단계에는 4조7000억원을 투입, 5대 부문, 15대 전략과제, 50대 중점사업을 추진한다. 2단계에는 또 ‘2030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 충남 농정의 미래비전과 부문별 발전전략을 제시하는 등 지속 추진 기반을 마련한다.
FTA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대응책을 만들고 추진하기 위한 ‘FTA 대응추진단’도 꾸린다. 4개 실·국이 참여해 상시 운영하게 될 대응추진단은 분야별 협상 결과와 파급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방안 등을 마련한다. 도는 또 충남발전연구원과 공동으로 한·중 FTA 종합대책 연구용역을 즉시 추진할 방침으로, 중국 농업의 실태 분석은 물론, 품목별 대응 방안, 대중국 수출 확대 방안 등을 모색한다. 대중국 농식품 수출시장 개척에도 행정력을 집중한다.
도내 농식품 업체 등의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 물류비를 당초 20억7700만원에서 6억600만원 늘리고, 내년에는 30억원으로 확대 편성한다. 이와 함께 충남도 상하이무역관과 협력해 중국 현지 수출상담회 개최를 검토하고, 이달 26∼28일 열리는 베이징 식품박람회에는 8개 업체에 대한 참가를 지원한다. 도는 특히 도내 농림수산물이 안전하고 친환경적임을 부각, 고품질 명품화 전략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한다.
전남도 역시 피해가 클 전망이지만 면밀한 대책 수립을 고심하고 있다. 특히 전남의 주력 생산품인 참깨와 팥·대두·맥아 등이 저율할당관세 품목으로 지정된 데다 해바라기씨유와 옥수수, 수박 등은 5년 내에 관세가 철폐된다. 전남도는 저비용 고소득 농업구조 전환을 비롯한 밭 농업 경쟁력 제고, 농산물 수출기반 확대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전남도는 정부에 무역이익 공유제 시행, 재촌 보조금 지원, 농산물 가격안정기금 조성 등을 요구했다. 또 농가 수입보장 보험 실시 주요 곡물 자급률 목표 상향, 밭 농업 기계화율 제고, FTA 피해보전 직불제 현실화, 농업·농촌 활성화 지원 특별법 제정 등 59개 대정부 정책과제를 제안했다.
전남도의회 농수산위원회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농산물 최저가격 보상제 등 농가소득 안전을 위한 대책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농민들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실질적 타결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제원 기자 |
경북은 FTA 체결과 함께 농축산유통국장을 단장으로 한 FTA 특별 대책팀을 구성했다. 11월 말까지 대구경북연구원과 공동으로 FTA 추진에 따른 영향 분석을 검토하고 종합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경북에서 전국 생산량이 가장 많은 품목은 사과와 포도·자두·참외·한육우 등 12개 품목으로 집계되고 있다. 또 연관산업의 피해가 우려되는 종목은 오미자와 인삼 등이다. 또 전국적으로 마릿수는 많지 않지만 지역 농민들에게 차지하는 경제 비중이 높은 축산물과 신선과실 수입에 따른 간접 피해 예상 품목으로 고령의 딸기와 참외, 수박 등이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책 중에는 직접 타격을 받는 농식품 가공품을 위해 지역 자원을 융·복합화하는 6차 산업을 활성화해 농식품 가공 산업을 2017년까지 170개소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 내년에 경북형 마을 영농 사업을 13개소로 늘리는 부분도 이번 계획에 포함돼 있다. 또 친환경 무농약 농산물 생산 면적을 내년에는 1만2000㏊로 늘리고 친환경 학교 급식에도 적극 활용키로 했다. 축산물은 한우 고급화를 위해 내년에는 1등급 한우 생산을 68%까지 늘리고 양질의 사료 공급을 위해 조사료 재배 면적을 내년까지 2만9000㏊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경남도는 이번 한·중 FTA의 ‘실질적 협상타결 선언’과 관련해 지역 농업의 근본적 체질을 개선하고 미래성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중국과의 불균형적인 농업 분야 수입초과 구조 고착화, 한·중 FTA로 인해 경남 농업이 개방체계에 노출되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제주도는 이미 수립된 1차산업 경쟁력강화 종합대책의 경우 정부의 추가지원대책 발표와 연계해 수정보완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전천후 농업기반조성, 기후변화에 따른 다양한 밭작물 개발 등 선제 대응 차원에서 밭작물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 중상류층을 대상으로 고급 농수축산물 수출전략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덧붙였다. 또 감귤 우수품종 개량과 생산과 마케팅, 유통 전문가 그룹을 총망라해 종합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원희룡 제주지사와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위기의식을 갖고 제주농어업 체질을 개선하고, 농어업정책 방향의 대전환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철도차량 부품도 대책 절실
한·중 FTA 타결로 일부 국내 산업의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의 철도 차량 부품업체들이 중국산 저가 부품이 국내에 대량으로 들어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철도 차량 부품 업체들은 국내산과 가격 경쟁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값싼 중국산 부품이 국내에 반입되면, 국내 중소기업의 붕괴는 물론 차량 안전에도 심각한 문제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경남 창원에는 국내 유일의 전동차 완성업체인 현대로템이 가동 중이다. 아울러 관련 부품업체의 53%가 경남에 밀집해 있다.
창원상공회의소는 “철도 완성차 제작업체가 있는 대부분 국가들은 철도산업 보호를 위해 자국 내 제작이 어려운 제품이나 경제성이 없는 부품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해당 국가에서 자체 조달하고 있다”면서 “철저한 입찰 자격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정부조달협정(GPA) 미가입국이다. 이에 따라 창원상의는 중국 업체의 입찰 참여를 배제해줄 것을 서울메트로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기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창원·대구·천안·제주=안원준·전주식·김정모·임성준 기자 am3303@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