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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술도 서양 기준에서 벗어나 본연의 색깔 찾아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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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완식이 만난 사람] 장간 칭화대 미술학원 교수에게 듣는 中 미술계 과제 낙옆이 깔린 캠퍼스 길을 자전거 행렬이 질주한다. 10여 년 전 베이징대 연구학자로 베이징에 머물고 있을 때 간간이 지인을 만나기 위해 들렀던 칭화대 캠퍼스 풍경을 오랜만에 다시 마주하게 됐다. 세련된 학생들의 옷차림과 고급 승용차들, 신축된 현대식 대학 건물 등이 그간의 세월을 말해 줄 뿐이다. 중국 미술학계의 허리세대를 대표하는 칭화대 미술학원 장간(張敢·45) 교수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중국 미술계의 고민과 당면한 과제 등을 그는 쏟아냈다. 그것은 중국의 이야기이자 한국의 자화상이기도 했다.

중국 중앙미술학원에서 서양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은 장 교수는 요즘 르네상스 시기 미술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중국미술사가 아닌 서양미술사를 전공하게 된 배경이 우선 궁금했다.

“19세기 특히 아편전쟁 이후 중국이 쇠락하면서 당시 사람들은 서양의 모든 것들이 좋은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기에 서양 것들을 무조건 받아들였고 20세기 초에 많은 예술가들이 서양 유학을 떠났다. 그러고 나서 항일전쟁과 국내전쟁, 문화혁명 등을 겪으면서 중국 예술가들은 예술을 할 시간이 그렇게 많거나 길지 않았다. 개혁·개방 이후 다시 서양의 예술들이 자유롭게 중국으로 들어왔다. 이렇게 들어온 서양 것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사람들이 서양의 예술을 잘못 이해한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서양의 예술을 전부 그대로 가지고 들여와서 중국의 예술을 서양과 똑같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아마도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는 중국인들에게 서양의 것을 정확하게 연구해서 제대로 설명해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전공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혹자는 서양 교수들을 채용해서 강의를 듣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이지 않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중국인의 시각에서 서양 것을 연구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인들이 서양예술사를 연구하는 것은 중국 고대사를 연구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다.”

그는 전통에 대한 화두를 늘상 부여잡고 있다. 모든 것이 서양화된 현실에서 나름의 나침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서구적 변화는 필연적인 부분도 존재한다. 그렇지 않았으면 우리는 아직도 변발을 하고 여자들은 전족을 해야 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에는 분명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로 인해서 전통문화가 상실된다는 데 문제가 발생한다.”

그는 최근 침향(沈香)전시회를 관람한 적이 있다. 중국 고대인들이 몸에 지니고 다닌 향이다. “침향은 원래 중국 전통의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일본 것을 모방한다. 물론 일본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일본 것은 일본 문화를 가지고 있는 물건이다. 그러면 중국 것을 어떻게 중국 특징을 살려 발전시켜 나가느냐를 생각해야 한다.” 

중국 미술계의 중견 리더인 장간 교수. 중국미술교육 발전 프로젝트도 주관하고 있는 그는 “좋은 미술대학에 합격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좋은 미술교육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그가 예술의 개방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우리 것을 지키겠다고 지금의 예술을 한대나 당대 시기로 돌아가게 할 순 없다. 그러기에 외부 문화를 받아들여 중국의 색깔을 가진 예술과 문화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서양미술사 연구도 이를 위해서 있는 것이다. 서양 것을 연구해서 중국 문화의 일부분으로 흡수해야 한다.”

그는 중국 미술계가 서서히 자신의 생각과 언어를 구사하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왕성하다고 말했다.

“이제 서양의 기준에서 탈피해야 한다. 우리가 잘하고 우수하면 그것이 이 시대의 미술이 되는 시대가 됐다. 반대로 중국인들이 중국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면 왜 그렇게 쇠락을 길을 걸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안에도 분명 좋지 않은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그는 외부 문화를 거울에 비유했다.

“나를 보기(이해) 위해서는 거울이 필요하다. 이 거울이 외래문화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외래문화라는 거울을 통해서 비로서 나의 문화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는 요즘 신세대 작가들의 작업 방식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다.

“삶에 대한 깊은 통찰 없이 그냥 방 안에서 그림만 그려서는 안된다. 인생이라는 화판 위에 그림을 그려 나간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서구 미술시장에서 잘 나가고 있는 장샤오강, 웨민준 등 아방가르드 작가들의 대한 그의 비판적 시각도 눈길을 끌었다. 중국인의 자존심 차원의 문제처럼 들렸다.

“서구인들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의 단면을 대변해주고 있다. 어쨌건 중국에 비우호적인 서구적 기준이다. 그들이 중국 미술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 없다. 중국에는 많은 역량 있는 작가들이 있다. 쉬빙(徐氷) 같은 작가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서구인들이 다양한 중국 예술가들을 접촉하고 이해하길 희망한다.”

사실 최근 들어 서구 화랑들이 중국 아방가르드 작가들의 작품을 중국 내에 팔려고 내놨으나 큰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헤지펀드의 개입도 중국인을 망설이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서양의 사상도 어느 정도 고착화되고 굳어져 가고 있다는 점을 중국인들이 간파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봤을 때 서구인들이 아주 개방적으로 보이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아주 고지식하기까지 하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서구미술이 스스로 한계를 토로하고 있을 정도다. 그런 점에서 한국이나 중국은 깊은 역사를 가지고 예술을 접근해 왔기 때문에 향후 세계미술을 이끌어 가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베이징 진르(今日)미술관에서 열리는 한국작가 3인 초청전 ‘하나에서 셋으로’(8일∼19일) 가 그 첫발이 됐으면 한다.”

명대 때만 해도 중국은 세계의 중심이었다. 중국이 21세기 들어 다시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세계미술시장에서 중국이 차치하는 비중은 이제 30%를 넘어서고 있다. 잘나가는 작가 10명을 줄로 세우면 선두의 3, 4명이 중국 작가들이다.

“중심이라는 것은 아주 유동적이다. 18, 9세기는 파리가 중심이었고 2차세계대전 이후에는 뉴욕이 중심이었다. 그러고 나서 중심이라는 것이 분산되었다. 도쿄라든지 서울, 베를린 등 다원화로 변했다.”

끝으로 중국미술계에서의 비평가의 입지는 어떤지 질문을 던졌다. 세계적으로 비평가들의 위상은 떨어지고 컬렉터들이나 기획자들의 입김이 세진 형국에서 중국 상황이 궁금했다.

“중국도 약간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비평가들과 기획자가 보통 혼합되어 있다. 한 사람이 비평하기로 하고 기획을 하기도 한다. 다만 어떤 사람들은 순수하게 학술적인 부분으로 접근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상업적인 부분으로 접근한다는 것에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비평가의 덕목은 뭘까. 흔히 주례사만 늘어 놓는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대가들과 비교해서 삼사류 작가들을 쓰레기 취급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작가들 사이에서도 일류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들의 작품에서 좋은점은 어디에 있는지를 잘 관찰해야 한다. 예술은 다원적이기 때문이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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