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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학계 고대사 연구, 식민사학 반복하고 있다”

입력 : 2014-10-08 20:11:21 수정 : 2014-10-08 20: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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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 학자 이덕일씨 출간 책서 비판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에서 만난 이덕일 소장은 단호했다. “(한사군이 평양에 있었다고 보는 주류 역사학자들의 주장은) 1차 사료의 근거가 없다.”

그는 “자기들의 주장과 다르면 ‘재야’라고 치부하고, 정신병자로 몰아 죽였다”며 주류 학계의 배타성을 거칠게 지적하기도 했다. 이 소장은 주류 학계의 고대사 연구가 일제강점기 식민사학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대표적인 학자다. 이런 주장을 담아 최근 ‘우리 안의 식민사관’(만권당)을 발간했고, 주류학자들을 실명으로 비판했다. 

책은 파열음을 내고 있다. 비판의 대상이 된 김현구 고려대 명예교수는 “허위 주장을 담아 나를 식민사학자인 것으로 매도했다”며 이 소장의 사과, 책의 판매·배포 중지 등을 요구했다. 응하지 않을 경우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 소장의 주장, 두 학자의 대립은 고대사를 둘러싼 주류, 비주류 간 해묵은 논쟁, 감정 싸움의 양상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최근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정부, 정치권에서 비주류 학설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사군 위치와 임나일본부설을 둘러싼 논란

비주류 학자들이 제일 큰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두 가지다. 중국 한나라가 설치한 한사군이 한반도 북부에 있었다고 보는 ‘한사군 한반도설’이 하나다. 이런 관점을 따를 경우 고대 한반도는 중국의 강역이 되어 동북공정에 대응할 논리가 없어진다고 주장한다.

다른 하나는 ‘임나일본부설’이다. 고대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주장인데, ‘삼국사기 초기기록 불신론’과 연결된다. 일제의 학자들은 임나일본부의 존재를 기술하지 않은 삼국사기의 기록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불신론을 적용하면 삼국의 실질적인 국가체제 성립 시기는 4세기까지 늦춰져 한국 고대사의 발전이 그만큼 더뎠다는 의미가 된다.

비주류 학자들은 이런 주장이 정설로 굳어진 근원을 역사학계의 ‘태두’로 꼽히는 이병도에게서 찾는다.

식민사학 정립의 한 축이었던 조선사편수회에서 활동한 이병도와 그의 서울대 출신 제자들이 학계를 장악하면서 식민사학의 영향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인식이다.

한 중견 역사학자는 “불신론을 견지하는 학자들 대부분이 서울대 출신이고, 그들의 인맥, 학맥을 따지면 그 끝에 일본인 학자들이 있다”며 “고대사 연구가 지금도 일제강점기 때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그들과 다른 이론을 주장하면 학교에서 자리 잡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쓰다 소키치는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한 대표적인 일본 학자다. 그가 그린 고대 한반도 지도에는 임나일본부가 분명하게 표시되어 있다. 비주류 학자들은 쓰다 소키치와 같은 식민사학의 영향력이 우리 학계에 여전하다고 주장한다.
만권당 제공
◆비주류 학계에 대한 높아진 관심


이 소장은 주류 학자들이 그들만의 ‘유토피아’를 만들어 식민사학의 논리를 지금까지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의 인식이 과장되었다고 보는 학자들도 주류의 철옹성 같은 지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한다. 최근 정치권, 정부에서 비주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가고 있는 흐름은 이런 점에서 주목된다. 국회의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가 대표적인 경우다. 특위는 서강대 이종욱 석좌교수, 인하대 남창희 교수 등 비주류적 관점을 가진 전문가들을 초청해 회의를 열었다. 나선화 문화재청장도 지난 7월 특위에 참석해 최신 고고학 성과를 반영하는 것에 소극적인 주류학계의 풍토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특위 위원장을 대리하고 있는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실 관계자는 “비주류 학자들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게 특위 위원들의 생각”이라며 “특위는 예산편성권이 없지만 관련 상임위의 심의 과정에서 (비주류 학자들을 위한 예산을 우선 배정하는 등의 조치에) 힘을 실어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위는 주류, 비주류의 주장을 모두 담은 책을 만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비주류 학자들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학문적 역량의 부족, 서툰 문제 제기 방식 등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진흥사업단의 역사기초자료 번역작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업단은 학문적 다양성의 확대를 위해 역사기초자료 번역작업에 대한 문호를 최근 몇 년 사이 대폭 개방했지만 비주류 학자들의 역량 부족 때문에 작업은 대개 주류 학자들의 차지가 됐다.

막무가내식 주장을 일삼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립기관 소속의 한 연구자는 “주류 학계를 비판하고, 고대 한국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목적 의식이 너무 앞서는 경우가 많다”며 “검증을 하라고 하면 감정적으로 흐르고 하니까 교수들이 대화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다. 비주류 학자들이 자극적인 주장을 펼치면서 혼란에 빠뜨린 부분들도 있다”고 꼬집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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