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혈관 건강 유지가 핵심
치매는 사람의 지적 능력과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의 소실을 뜻한다. 과거에는 ‘망령’, ‘노망’ 등이라고 부르며 노인이면 당연히 겪게 되는 일종의 노화 현상이라고 생각했으나, 최근 많은 연구를 통해 뇌질환의 한 분류로 인식하고 있다.
치매를 유발하는 원인 질환은 세분화할 경우 70개도 넘는다. 이처럼 다양한 질환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은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의 두 가지다. 가족력 등 유전적 요인이 강한 알츠하이머병과 달리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질환에 따른 뇌의 손상이 누적되어 나타나는 치매다. 혈관성 치매를 일으키는 위험 인자로는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심장병·흡연·비만 등을 꼽을 수 있다. 혈관성 치매의 경우 조기에 발견하면 더 이상의 진행을 막을 수 있고 예방도 가능하다.
증상이 심하면 일반인이 봐도 치매라고 쉽게 알 수 있으나, 초기 단계에서는 치매 여부를 판별하는 게 쉽지 않다. 따라서 자세한 환자의 증상 기록 검토와 함께 신경학적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기억장애 및 치매클리닉 심용수 교수는 “유전자 이상에 의한 가족성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30, 40대에도 치매가 나타날 수 있어 젊은층도 치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치매 예방을 위해선 규칙적 운동과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생활 태도 유지,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의 위험 인자 제거 등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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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환자가 장난감으로 주어진 과제를 수행할 있게끔 의료진이 곁에서 돕고 있다. 전문가들은 “치매 환자를 위해 만든 각종 수칙을 잘 지킬 때 환자의 일상생활 수행 능력이 유지되거나 개선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일단 치매가 발병했다면 체계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치매 환자들을 위해 만든 일상생활 지침을 잘 지킬수록 환자의 일상생활 수행 능력이 개선되고, 보호자들의 부담도 경감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대한치매학회가 개발한 일상생활 지침은 ‘뇌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는다’, ‘내일의 약속과 모임을 점검한다’, ‘새로운 공부 또는 취미를 시작한다’ 등 문항을 담고 있다. 학회가 치매 환자 125명을 대상으로 5개월 동안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지침을 잘 지킨 환자들은 일상생활 수행 능력이 차츰 나아졌고, 그에 따라 보호자들의 부담도 크게 감소했다. 치매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상윤 교수는 “치매 환자들이 가족과의 대화 등 일상생활을 잘 유지해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고, 환자 가족들의 고통 또한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창형 교수 등이 만든 일명 ‘금메달 사업’으로 불리는 치매 예방 프로그램도 주목된다. 이는 치매 예방 수칙을 잘 지키는 초기 단계의 치매 환자에게 금메달처럼 생긴 상품을 줘 동기를 유발한다. 홍 교수는 “치매 예방을 위해선 올바른 습관의 꾸준한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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