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권법 제정·재단 설립 등 절실 지난해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북한인권 실태에 관해 한국을 비롯한 관련 국가에서 광범위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근거로 올해 3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인권 결의가 채택되고 관련된 권고가 발표됐다. 그러나 북한인권 문제를 개선함에 있어 그동안 우리의 노력과 현실은 유엔이 보여줬던 관심과 기대 수준에 턱없이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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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열 고려대 교수·북한학 |
유엔이 공식 발표한 보고서 내용이 북한 주민에게 제대로 알려질 수만 있다면 일반 주민은 물론 엘리트들에게도 작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체계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도 마련됐어야 했다. 북한 주민들에게 보고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보고서 내용을 알기 쉽게 편집해 풍선에 띄워 보내거나 국내외 대북 방송매체를 활용해 소개하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최근 국내 대북 방송의 경우 심각한 재정난으로 기존 방송 시간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방송망을 이용한 송출 기회를 제공하든가, 아니면 중앙아시아 지역의 방송 시간대를 확충할 있도록 지원이 확대돼야 할 것이다.
COI의 권고에 따라 북한 반인도법죄자에 대한 책임성을 확보해 나가기 위해 한국에 설치하기로 결정된 유엔 현장기반 조직에 대한 구체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는 보고서 채택으로 소임을 완수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유엔 현장기반 조직이 이를 이행하게 되는데, 한국 정부가 이를 유치하기로 결정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현장사무소가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서울 중심부에 위치해 많은 정보와 자료가 수시로 수월하게 수집되고 정리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COI 조사활동에 많은 역할을 했던 북한인권 관련 비정부민간단체(NGO)들이 지속적인 협조와 체계적인 지원을 하게 될 경우 정부가 직접 나설 수 없는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임을 감안해 중장기적으로 후원할 수 있는 기금이나 재단의 설립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현장 실태조사 및 관련 자료의 수집·보관을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의 기구인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를 범정부적 기구로 개편·강화하면서 유엔 현장기반 조직과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해 향후 북한의 광범위한 인권 침해 사건에 대한 신고 및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 기록, 보존하며 법적인 구속력을 갖춘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치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북한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는 COI 보고서에 명시돼 있듯이 보호 책임을 중심으로 북한 정권 및 인권 유린 행위에 직접 가담한 부서와 인물을 처벌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식을 제시하는 등 합법적이고 현실적이며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유린되고 있는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고, 북한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구체적 현실에서 접근해야 한다. 무엇보다 COI의 권고를 적극 이행하기 위해서 국내 북한인권 관련 정책 및 법제도를 정비하고 이를 선도할 북한인권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은 남북 국회회담 추진에 앞서, 또는 이와 병행해 북한인권법의 조속한 제정을 통해 국제사회의 관심과 우려 대상인 북한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압박과 협력을 통해 북한 변화를 촉진해 통일 기반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북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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