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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위험國 ‘뒷북 경고 문자’

입력 : 2014-08-24 18:53:05 수정 : 2014-08-24 23:4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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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국 방문했는데도 못 받기도
현지로밍망 이용 일괄전송 한계… 맞춤형·실시간 서비스 도입 필요
‘(귀하는) 여행제한 지역이 포함된 국가를 여행 중입니다.’

회사원 염모(45)씨는 지난해 10월부터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파견 근무를 하고 있다. 그는 매주 수요일 외교부로부터 ‘주의’를 당부하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있다. 종교분쟁을 겪고 있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이 여행제한지역으로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민다나오 섬과 마닐라는 비행기로 1시간 이상 떨어져 있어 상관이 없는데도 수개월째 경고 메시지가 온다”며 “문자를 받을 때마다 불안감이 커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일본 북부 홋카이도를 여행한 정모(31·여)씨는 외교부의 주의 문자 메시지를 받고 당황했다. 정부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 물질이 유출된 후 해당 지역 방문객들에게 경고 문자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정씨가 문자를 받았을 때는 이미 여행을 마친 뒤였다. 정씨는 “후쿠시마 지역에서 멀어져 갈 때 경고문자를 받았다”며 “뒤늦게 문자를 받고나니 꺼림칙하고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여행이나 파견, 이민 등으로 해외로 나가는 한국인들이 해마다 늘어가고 있지만 정부의 여행경보시스템은 헛돌고 있다.

24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여행, 출장 및 이민 등으로 출국한 한국인은 모두 1484만6485명이다. 2012년 대비 8.1% 증가했다. 올해 해외로 나간 한국인은 6월까지 760만5872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가 늘어났다. 이 가운데 정정 불안으로 여행제한국가로 설정된 터키는 전년 동기 대비 올해 6월 방문자가 38% 늘었다. 팔레스타인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이스라엘도 전년동기 대비 올 5월 방문자가 4.5% 증가했다.

외교부가 위험 국가 방문자에게 경고 문자를 보내는 여행경보시스템을 마련한 건 2009년이다. 당시 예멘을 여행 중이던 관광객 4명이 폭탄테러로 사망하고 의료 봉사를 하던 비정부기구(NGO) 활동가가 살해되면서 국민 보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외교부는 위험 국가를 남색(여행유의), 황색(여행자제), 적색(철수권고), 흑색(여행금지)으로 구분하고, 적색과 흑색 등급 국가를 방문한 국민에게는 문자를 발송해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방법으로 국민보호가 제대로 되는지 의문이 일고 있다. 이 문자는 로밍 망을 통해 체류기간이나 해당 국가의 방문 위치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전송된다. 해외로 나간 국민이 체류하는 지역이나 여행 일정에 상관없이 문자를 받게 돼 당혹스럽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위험 국가를 방문했는데도 경고 문자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업무상 해외 출장이 잦은 김모(36·여)씨는 “지난해엔 문자를 받았던 것 같은데 올해 케냐, 필리핀, 중국으로 출장을 갔지만 경고 문자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외교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문제를 개선하고자 외교부는 위험지역의 테러 발생 여부나, 사건 사고 발생에 관한 뉴스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문자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지만 예산부족으로 실행하지는 못하고 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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