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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 높아진 천주교 ‘복음 정신’ 구현 실험대

입력 : 2014-08-19 21:57:40 수정 : 2014-08-19 21:5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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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교황 방한으로 성장 예상
교황 “교회, 가난한 자 잊으면 안돼”
한국 천주교가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이후 높아진 위상에 걸맞게 그리스도 ‘복음의 정신’을 얼마나 구현할지 실험대에 올랐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4박5일간 한국 방문은 천주교 신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교황 방한으로 천주교는 신자 수가 늘어나는 등 외적 성장이 예상된다. 천주교 관계자에 따르면 교황이 방한하면서 그동안 냉담했던 신자들이 성당에 나오고 있다고 한다. 

아직 종교를 정하지 못한 예비 신자들이 천주교를 택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각 천주교회에는 방문과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교황 방한 기간 평화방송의 시청률이 평소의 8배나 늘어난 것은 일반인들의 높은 관심을 방증한다.

바티칸은 현재 아시아 대륙을 주목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가톨릭 신자 비율은 중남미(72%)와 유럽(33%)에 크게 못 미치는 12%에 불과하지만, 인구 규모는 세계의 60%를 차지한다. 미국과 유럽에서의 신자 수 감소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인 셈이다.

교황청 ‘교회통계연감 2012’에 따르면 한국 천주교 신자는 544만여명으로, 아시아에서 필리핀(8024만명), 인도(1976만명), 인도네시아(753만명), 베트남(657만명)에 이어 다섯 번째다. 특히 한국 천주교는 1995년부터 2005년까지 10년간 신자가 219만여명이 증가해 74%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아프리카 오지 톤즈에서 진정한 나눔을 보여준 이태석(1962∼2010) 신부처럼 해외 선교에도 적극적이다. 한국교회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을 통해 보여준 각별한 관심으로 아시아 전체 교회를 견인할 동력까지 얻게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기간 중 한국 천주교 주교단에게 “교회가 풍요로움에 취해 가난한 자를 잊으면 안 된다”고 책망에 가깝게 말했다. 교황이 방한 첫날인 14일 서울 광진구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를 방문해 한국주교단을 만난 후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달라지는 위상과 함께 과제도 점검해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교황의 방한 목적이 교회의 외적 성장은 아니었다. 그가 방한 기간 보여줬던 언행을 보면 알 수 있다. 교황은 체구에도 맞지 않는 소형차를 타고, 주교 시절부터 쓰던 낡은 철제 십자가를 착용하며, 검소한 식탁을 고집했다. 대전 월드컵경기장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서도, 천주교 평신도사도직 대표들과 만났을 때도, 고통받는 이들과 가난한 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 천주교 주교단과 만났을 때는 “교회가 풍요로움에 취해 가난한 자를 잊으면 안 된다”며 책망에 가깝게 말했다. 교황 스스로 낮은 자리를 찾아다녔고, 장애로, 혹은 각종 재난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어루만지며 기도했다.

한국 천주교도 여느 종교와 다름없이 많이 세속화됐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중산층 교회가 되면서 약자와는 멀어진 느낌이다. 교인들은 물론 성직자조차 자본주의 사고와 가치관에 물들어 가고 있다. 한국교회가 성과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교회는 그리스도가 보여준 복음의 정신이 살아 있어야 한다. 스스로 ‘가난한 자를 위한 교회’ ‘가난한 교회’ ‘정의를 위한 교회’가 돼야 한다. 교황이 보여준 언행을 정확히 깨닫고 소외받은 이들을 위로하는 교회로 돌아가야 한다. 울타리 안의 교회가 돼서는 안 된다. 일부 성직자와 종교학자들은 소외계층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경제적 불평등이나 제도 때문이라면 교회는 타협하지 말고 저항해야 한다고 말한다. 종교는 마음의 평화를 넘어 사회적 평화도 가져다 줘야 하기 때문이다. 

18일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하기 전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교황.
사진공동취재단
그 변화를 젊은이들에게 기대한 것일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기간에 아시아 청년들과 두 차례나 만나 애정을 쏟았다. 교황은 15일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해 한국 청년 대표로 나선 박지선양이 “한국은 세계 유일한 분단 국가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한국 가톨릭 청년들이 어떤 마음을 갖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씀해 달라”고 조언을 구하자,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고 두 나라 형제자매들이 하나로 뭉치고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염원하고, “누가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닌 우리가 언제나 한 가족인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그리고 화해와 평화를 위해 기도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김민수 불광동 성당 주임신부(한국천주교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는 “프란치스코 교황님 방한 이후 냉담했던 사람들 중에 성당을 찾는 숫자가 부쩍 늘었다”며 “그들 스스로 ‘교황님을 뵈면서 다시 성당에 나왔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김 신부는 그러나 “교황님이 원하는 진정한 변화는 교회가 ‘가난한 사람, 고통받는 사람’을 위하는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석만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소장은 “교황이 좋은 이미지를 주고 감으로써 신자뿐 아니라 비신자들 사이에서도 가톨릭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하고 있다”고 전하고, “교황이 중산층 중심으로 보수화돼 가는 한국 교회에 견제의 메시지를 보낸 만큼 지도층들이 이것을 조율해야 할 큰 과제를 안게 됐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출국을 하루 앞둔 17일 “이번 한국 방문을 하느님의 선물로 생각한다”고 말해 한국교회에 큰 희망을 걸고 있음을 내비쳤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tol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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