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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구난방’ 대외원조, 돈 주고 뺨 맞는 일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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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18 22:16:10 수정 : 2014-08-18 22: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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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대외원조 평가에서 5년째 꼴찌권을 맴돌고 있다고 한다. ‘수혜국의 행정부담 경감’ 부문에서는 조사대상 31개국 중 30위, ‘영향력 극대화’에서는 29위에 머물렀다. 차마 세계에 내놓기 부끄러운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세계개발센터(CGD)와 브루킹스연구소가 공동조사한 ‘2014 원조의 질’ 보고서 내용이다.

세부항목 성적표는 더 기막힌다. 한국은 수혜국의 역량을 증진했는지를 판단하는 8개 가운데 5개 부문에서 평균 이하 점수를 받았다. 원조사업이 수혜국의 예산에 누락되거나 기본적인 협력조차 이뤄지지 않은 경우도 허다했다. 한국의 대외원조는 2008년 8억230만달러에서 2013년 17억4000만달러로 5년 새 두 배 넘게 불었다. 한마디로 돈은 돈대로 쓰면서 대접은 제대로 못 받고 있다는 뜻이다.

대외원조가 고비용·저효율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중구난방식으로 공여되고 있기 때문이다. 온갖 이름의 원조가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면서 중복되거나 비효율적으로 집행되기 일쑤다. 수혜국의 정책과 혼선을 빚거나 실정에 맞지 않는 일도 허다하다. 돈을 받는 쪽 사정은 생각하지 않고 주는 사람 마음대로 사업을 벌이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오죽했으면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되레 부담을 느낀다는 뒷말이 나오겠는가. 현재 원조를 관장하는 곳은 정부 부처만 20여곳이고 지방자치단체까지 합치면 40곳이 넘는다고 한다.

한국은 원조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탈바꿈한 모범국이다. 세계 최빈국 수렁을 탈출한 데에는 국제사회의 도움이 컸다. 광복 이후부터 우리가 받은 원조는 127억달러에 이른다. 우리는 그 돈으로 공장을 짓고 고속도로를 만들어 ‘한강의 기적’을 일궜다. 레슬링과 권투 경기의 추억이 아련한 서울 장충체육관도 필리핀이 무상으로 지어준 것이다.

남의 도움을 받은 나라가 은혜를 갚는 것은 가슴 뿌듯한 일이다. 하지만 원조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가난한 나라들이 부국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해 집중 지원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수혜국이 원조를 기반으로 제2, 제3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우리의 기술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해야 한다. 정부 부처와 지자체의 중구난방 지원체계를 바로잡는 일도 급하다. 돈 주고 뺨 맞는 불상사가 반복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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