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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병사 8만명…"자살" 예고해도 손 못쓰는 軍

입력 : 2014-08-12 19:20:44 수정 : 2014-08-13 09: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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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구멍 뚫린 ‘관리체계’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가 반드시 존재한다.” ‘하인리히 법칙’이다.

지난 6월 강원 고성의 육군 22사단에서 GOP(일반전초)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 임모(22) 병장을 계기로 보호관심병사 관리 부실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이후에도 관심병사 관련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총기난사와 자살 등 대형 사건·사고가 연이어 터지고 있지만, 군 당국은 사전예방에 실패한 채 뒷북만 치고 있다.

12일 오후 총기 자살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광주 제3군사령부 직할부대로 육군 중앙수사단 차량이 들어서고 있다. 군 헌병대는 가혹행위 여부를 조사 중이다.
광주=연합뉴스
육군 28사단 소속 관심병사 2명의 동반자살 사건도 여러 번 경고음을 울렸다. 28사단 예하부대의 같은 생활관(동기 내무반)에서 복무했던 A(23) 상병과 B(21) 상병은 입대 후 군 복무에 어려움을 겪어 각각 8, 7회에 걸쳐 정신과 진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A 상병은 B급 관심병사였고 B 상병은 A급 관심병사였다.

A 상병은 지난 5월2일 인성검사 때 자살예측 판정 및 복무 부적응 결과가 나왔으며, B 상병은 지난해 인성검사 때 자살 충동 및 복무 부적응 결과가 나왔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두 상병은 지난 2월 복무 부적응 병사를 대상으로 사단급 부대가 운영하는 ‘비전캠프’에 입소했고, B 상병은 지난 7월 군단급 부대에서 운영하는 ‘그린캠프’에 입소했다. B 상병은 지난해 10월 부대에서 자살을 기도한 적이 있으며, 11월에는 부대를 탈영했다가 8시간 만에 체포되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10월 면담과정에서는 성(性) 정체성 혼란을 언급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B 상병은 후임병에게 “8월 휴가 중 A 상병과 동반 자살하려고 한다”고 지난 6월에 사전 예고까지 했지만 간부에게는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살 가능성이 큰 병사를 방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날 자신의 총기로 자살한 제3군사령부의 C일병도 ‘자살 우려’로 A급 관심병사로 분류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강원 춘천시 신북읍 102보충대에서 입대 병사들이 보충대까지 배웅하러 온 가족과 친구 등을 향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이날 1290명이 102보충대를 통해 입영했다.
춘천=연합뉴스
지난 8일 경기 연천에서 5t군용트럭을 몰고 탈영해 버스 등과 추돌해 민간인 4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육군 6군단 6포병여단 이모(21) 상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A급 관심병사였던 이 상병은 사건 발생 전부터 자신의 탈영을 수차례 예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7월 군의관과의 면담에서는 “탈영, 자살하고 싶다”는 이야기까지 털어놨지만, 군은 탈영을 막지 못했다. 이로 인해 애먼 민간인 한 명만 하반신이 마비되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육군에는 현재 관심병사가 총 8만811명으로 전체의 23.1%를 차지한다. 이 중 A급 관심병사는 8634명에 달한다. 하지만 일선 야전부대에서는 상급부대 지시 이행, 전투준비 및 교육훈련, 기타 부여된 과업 등으로 병사 관리에만 매진할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군의 한 관계자는 “A급 관심병사가 군에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병력 부족으로 군에 들어오는 관심병사는 늘고 있지만 이들이 병영생활에 제대로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국방부 차원의 대책은 아직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군 당국은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에 따른 조기 전역 절차를 기존 2∼3개월에서 2∼3주로 줄이고 정신질환자의 현역 입대 제한을 검토하는 등 관심병사 관리 및 자살사건 방지 대책에 고심하고 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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