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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부처별 성인지 예산집행 실태 살펴보니…

입력 : 2014-08-04 06:00:00 수정 : 2014-08-0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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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달성률 취합 급급… 적절성 평가·개선 노력 ‘뒷전’
성인지(性認知) 예산 제도에 참여하는 부처와 사업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 세계일보가 지난해 ‘성평등예산 세상을 바꾼다’ 기획시리즈를 통해 지적한 부처 간 소통 부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 6월 여성가족부와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한 성인지 예산 관련 상설협의체가 꾸려지는 등 제도 개선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예산서 작성 단계부터 목표 설정이 잘못된 사례가 많은 데다 사업별 성 격차가 발생하는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점을 모색하는 등의 질적인 발전은 여전히 더디다는 지적이다.


◆부적절한 사업선정·성과 목표 여전

3일 기재부와 국회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지 결산 대상사업은 35개 기관의 278개로, 352개 성과목표 중 73%(257개)가 달성됐다. 여성가족부는 가장 많은 54개 목표를 설정해 49개를 달성, 90.7%의 달성률을 기록했다. 문화부도 36개 중 26개(72.2%)가 목표에 도달했다. 이에 비해 대법원은 2개 중 1개(50%), 환경부는 11개 중 5개(45.5%), 국토부는 8개 중 2개(25.0%)를 달성하는 데 그쳤다.

문제는 목표나 수혜자 설정이 잘못돼 있어 목표를 달성했다고 해도 성 격차 개선 여부를 알 수 없는 사업이 많다는 점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과학관 전문인력 양성사업은 과학전시에 특화된 대학원(석·박사 과정)과 수요기관(전문가 과정)을 지원하는 것으로, 여성의 과학 분야 진출 확대를 통해 여성인력의 활용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그런데도 성과목표를 여성이 아닌 남성의 수혜비율로 설정해 이를 넘어서면 달성한 것으로 정했다. 

‘성인지=여성을 위한 것’으로 오인해 성과목표를 부적절하게 제시한 사업도 있다. 고용노동부의 직업정보제공 및 직업지도는 청년·퇴직자 등 취업활동계층을 돕기 위한 사업으로 여성 수혜율 70%를 목표로 설정했다. 성별을 떠나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오히려 남성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낳을 수 있는 목표 설정이라는 지적이다.

통일부의 북한이탈주민 지역적응센터 운영과 안전행정부의 북한이탈주민 지원사업은 우리 정부가 사업대상자인 북한이탈주민의 성별을 결정할 수 없음에도 2012년부터 3년 연속 포함됐다. 외국에서 대상자를 선정해 한국 정부가 성별 영향을 고려할 수 없는 환경부의 국제환경교육사업도 마찬가지다. 부적절 사업을 제외하게 되면 전체 성인지 사업 규모와 달성률도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목표 달성률 등 수치 취합에 그쳐

2010년 회계연도부터 중앙행정기관은 예산안의 첨부서류로 예산이 남성과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성인지예산서를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성인지 결산서에 성과목표 달성 현황, 평가항목, 전년도 개선사항을 추가하는 등 제도가 조금씩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는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사업별 예산 운용 실적과 성과 달성률을 취합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사업에서 성별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를 분석하고 개선점을 도출하려는 노력이 부족하고, 관련 통계나 자료의 축적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보건복지부의 기초노령연금 사업이다. 이 사업이 성인지 사업으로 적절한지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성별 추이를 분석하고 원인을 제시하는 등 분석을 충실하게 하지 않은 탓이 크다. 국회예산정책처와 일부 국회의원은 기초노령연금이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일정 소득 이하에게 지급하는 법정 의무지출 사업이기 때문에 성별에 따른 분석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가부 관계자는 “특정 성별의 문맹률, 정보 접근성 등의 영향으로 수급률 변화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성별 영향에 따른 추이 분석이 필요하다”며 “법정 의무지출 사업이라고 해서 성인지 대상 사업이 안 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어업인교육훈련 및 기술지원)와 국토교통부(U-City 인력양성 사업), 문화체육관광부(관광전문인력 양성 및 단체 지원) 등은 사업을 추진하면서 대상자조차 파악하지 않고 수혜자 안에서 성비를 나누는 허술한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는 우리나라보다 앞서 성인지 예산제도를 도입한 독일 베를린 시청의 사례와 대조적이다. 베를린 시정부는 남성의 도서관 이용률이 여성보다 저조하게 나타나자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 나가 원인을 파악하고 남성이 선호하는 도서 구입을 늘려 예산의 수혜를 고르게 누리도록 조치하는 등 세계적으로 성인지 예산의 모범 도시로 꼽히고 있다.

이현미 기자, 세종=우상규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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