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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호탄 울린 ‘쌀 개방’, 논란보다 실질대책 매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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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18 22:39:08 수정 : 2014-07-18 22:3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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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쌀 시장 전면 개방을 선언했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어제 “쌀 산업의 미래를 위해 관세화가 불가피하고도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관세화는 곧 시장 개방을 뜻한다.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고 세계무역기구(WTO)와 협의·검증을 거치면 내년부터 고율의 관세가 붙은 외국산 쌀이 들어오게 된다. 쌀 개방은 1995년 관세화 유예조치가 시작된 지 20년 만이다.

정부의 개방 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WTO 159개 회원국 중 쌀시장을 닫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필리핀 두 곳뿐이다. 필리핀은 최근 개방을 5년 미루는 대신 쌀 의무 수입량을 2.3배 늘리고 다른 품목까지 개방하는 대가를 치렀다. 이번에 시장을 열지 않으면 무역대국인 한국은 더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두 번의 관세화 유예로 의무 수입량이 8배나 늘어난 처지다. 미처 소비하지 못해 창고에 쌓인 수입쌀만 50만t에 이른다.

일부 농민단체와 야권은 “쌀 시장 개방은 국내 쌀 산업을 죽이는 길”이라고 반발한다. 전국농민회총연맹 회원들은 어제 정부서울청사 진입을 시도한 뒤 삭발투쟁에 들어갔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쌀 시장 개방을 여론에 귀를 막은 탁상행정이라고 몰아붙였다.

쌀 개방에 따른 일각의 불안감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달리 묘책을 찾기 힘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반대론자들은 의무 수입 물량을 늘리지 않고 계속 관세화를 유예하자고 한다. 그것이 가능한 일인가. 다른 회원국들이 우리 손을 선뜻 들어주겠는가. 시장 개방을 식량 주권을 팔아먹는 행위로 치부해선 곤란하다. 개방을 미루면 의무 수입량이 늘어 식량 자급률은 더 떨어진다. 개방은 늦출수록 손해다. 일본은 시장 개방을 앞당겨 의무 수입량을 크게 줄였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개방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아니다. 당장 농가 피해를 최소화할 방도를 찾는 일이 급하다. 정부는 외국산 쌀의 무차별 유입을 막기 위해 최고의 관세율을 얻어낼 수 있도록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농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일도 서둘러야 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12차 협상이 어제 종료됐다. 연내 협정이 체결되면 우리 농업은 전례 없는 대변화를 맞게 된다. 저가 수입 농산물의 공세에서 살아남으려면 선진농업을 향한 마스터플랜을 짜야 한다.

쌀 개방 논란이 국론 분열로 치닫는 것은 백해무익하다. 정부도 농민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야 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국가 대사를 선거용 정쟁거리로 삼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쌀 관세화를 선진 농업의 기회로 삼는 국민적 지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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