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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부녀 대통령들의 성공과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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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16 22:13:27 수정 : 2014-07-16 22: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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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와티·아로요 국정운영 낙제점
박근혜 대통령이 성공 대통령 되려면 인사적폐 청산해야
인도네시아의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필리핀의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는 부녀(父女) 대통령의 진기록 보유자들이다. 메가와티는 인도네시아의 국부 아크멧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의 맏딸이다. 아로요 역시 부패 척결에 매진했던 디오스다도 마카파갈 대통령의 장녀다.

우월한 정치 DNA를 물려받은 그들이다. 당연히 국정운영 성적도 좋았을까? 실망스럽게도 이들은 ‘실패한 대통령’ 평가를 받는다. 자신과 남편의 수뢰·이권개입, 정부의 부정부패, 민생경제 악화 탓에 민심을 잃었다. 아로요는 퇴임 직후 경찰에 체포돼 군병원에 구금되는 신세로 전락했다. 막장 드라마가 따로 없다.

아버지 명예에 흠집을 남겼으니 이보다 더한 불효가 또 있을까. 아버지 영전에서 고개를 들 면목이 없게 생겼다. 또 한 명의 부녀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이 평가의 시험대에 섰다. 취임 1년 반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국민 눈높이보다 낮은 인사 시리즈가 민심 이반을 불렀다. 60%가 넘던 콘크리트 지지율이 40%대로 주저앉은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실패의 여신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메가와티, 아로요 같은 부패와 정책 실패가 없는데도 민심이 떠나는 상황을 보면서 박 대통령은 무척 속이 상할 것이다. 상념에 밤잠을 못 이룰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업자득이다. 박 대통령은 대탕평 인사를 통한 ‘100% 대한민국’을 약속해 지역주의 타파의 기대감을 높였다. 여성 대통령으로서 당연히 성불평등의 장벽을 허물 것으로 국민은 예상했다. 원칙의 아이콘이었기에 도덕성을 갖춘 인재의 중용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오랜 뜸을 들인 끝에 차려낸 인사밥상들은 설익은 밥에 상한 반찬투성이였다. 부산·경남(PK) 지역 편중, 인색한 여성 발탁, 비도덕적 인물 기용. 청와대는 “일 잘하는 사람을 찾다 보니 어쩌다 그렇게 됐을 뿐”이라고 항변하지만 작정하지 않고선 그런 밥상을 차릴 수 없다는 게 여론의 현주소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도 크다. 정권의 성패는 유능한 인재 발굴과 적재적소 활용에 달려 있다. 동서고금의 철칙이다. 성공한 지도자는 용인술의 귀재와 동의어다. 인사에서 비롯된 지지율 추락은 인사로 회복하는 것이 최선이다. 인사 혁신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환기 논설위원
실기하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인재풀의 외연 확대가 살길이다. 시선을 진영 밖으로 돌려나 보고 인재가 없다는 소리를 하는지 의문이다. 한쪽 눈을 감고 찾으니 인재가 보이지 않는 것 아닌가. 감동과 메시지 없는 인사에 국민이 박수를 보내겠는가. 도덕성과 능력을 겸비한 인물이라면 정적이라도 기꺼이 손을 내밀어야 한다. 소외감을 느끼는 지역 출신과 여성, 야권 인사를 파격적으로 중용하는 대탕평 인사는 국민의 염원이자 명령이다.

반대자까지 자기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훌륭한 지도자의 리더십이다. “높은 태산은 한 줌의 흙마저도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저런 높이를 보전할 수 있는 것이다.” 진나라 이사(李斯)의 말이다. 진나라 왕은 이 말에 공감해 외국에서 온 빈객을 내쫓으라는 명령을 거둬들이고 이들을 중용했다. 진나라의 개방적인 인재 등용은 중국 통일의 토대가 되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63년 대선에서 자신의 남로당 연루 사실을 공격하고 민간에 정권이양을 촉구했던 동아일보 최두선 사장을 초대 총리로 기용했다. 용인술의 대가다운 한 수다. 박 대통령은 그런 아버지의 용인술 DNA까지 물려받았을 터이다. 인사 마인드를 바꿀 DNA의 발현이 임박했다고 믿고 싶다. 박 대통령에게는 성공의 역사를 쓸 시간과 기회가 많이 남아 있다. 대통령의 성공을 바라는 국민도 많다. 자신감을 잃어선 안 될 일이다.

인사 적폐의 청산은 국가혁신의 출발점이다. 박 대통령의 성공을 위한 기본조건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성공은 국가의 성공과 직결된다. 박 대통령이 부녀 대통령의 실패 시리즈에 마침표를 찍기를 기원한다.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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