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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식민지’ 공포에 떠는 유럽

입력 : 2014-07-07 06:00:00 수정 : 2014-07-07 14:3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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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공룡들 시장지배력 확대
유럽연합 ‘데이터와의 전쟁’
‘잔혹한 정보 자본주의.’ 지그마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 겸 경제장관이 최근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자이퉁과 인터뷰에서 구글과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 세계 정보기술(IT)업계 ‘빅 4’의 시장 독과점을 비판하며 한 말이다. 가브리엘 장관은 이들로부터 유럽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럽에서 ‘디지털 식민지’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세계 4대 IT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면서 유럽이 이들의 식민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와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의 일요판인 옵서버에 따르면 독일 연방카르텔청은 구글을 전기·통신 공급업자와 같은 기업체로 규제해야 하는지 조사 중이다. 독일 검색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91.2%에 달한다. 이에 대해 가브리엘 장관은 “구글 인터넷 플랫폼에 대한 반독점 형태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도 “최후 수단으로 구글의 검색 기능을 모바일이나 유튜브, 이메일 같은 서비스로부터 떼내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도 힘을 보태고 있다. 아르노 몽트부르 프랑스 경제장관은 “유럽이 세계 거대 IT기업들의 ‘디지털 식민지’가 될 위험에 처해 있다”며 “구글에 프랑스의 광대역 업그레이드 비용을 분담하라고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럽 규제당국은 이미 행동에 나섰다. 지난 5월 유럽사법재판소(ECJ)는 구글 이용자가 구글에 검색 결과 삭제를 요구할 일명 ‘잊혀질 권리’를 갖고 있다고 판결했다.

이렇게 유럽이 ‘빅 4’를 경계하는 것은 이들의 지배력이 그만큼 막강해서다. 지난 5월 시장조사기관인 밀워드브라운에 따르면 세계 100대 브랜드 중 구글의 브랜드 가치는 지난해보다 40% 증가한 1588억4300만달러(약 163조원)로 평가됐다. 애플은 1478억달러로 2위를 차지했고 세계 최대 온라인 소매업체 아마존(642억달러)은 10위권에 처음 진입했다. 이용자가 12억명이 넘는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357억달러)은 21위에 그쳤으나 전년 대비 증감률이 68%로 중국 최대 IT기업 텐센트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이는 유럽 IT기업의 경쟁우위 상실과도 맞물려 있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EU 통합을 통해 거대 디지털 기업을 만들자고 한 게 이를 방증한다.

이러한 가운데 애플과 아마존, 구글은 조세 회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11일 애플의 아일랜드 유럽 본사에 이어 지난 3일 아마존의 룩셈부르크 유럽 본사에 대한 역외 탈세 의혹 조사를 시작했다. 페이스북은 최근 감정 조작 실험과 관련해 영국과 아일랜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옵서버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능력은 국가 통제를 넘어서는 힘을 가진 단체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유럽은 종교나 영토, 천연자원을 둘러싼 전쟁이 아닌 데이터를 둘러싼 새로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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