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소방관 국가직 전환" vs "조직개편보다 예산지원"

입력 : 2014-06-16 20:05:46 수정 : 2014-06-17 09:36:49

인쇄 메일 url 공유 - +

[이슈&현장] 지방직 소방관 처우 개선 논란
세월호 참사 이후 진통 끝에 나온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국회에서 재격돌이 예상된다. 그 갈등의 핵심에는 재난 대응의 주체인 소방조직이 자리 잡고 있다. 소방직 공무원들은 지역별로 예산이 달라 대부분 열악한 환경에서 재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참에 소방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대대적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반면 정부조직을 흔들기보다는 충분한 예산 지원 등으로 소방직 공무원의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예산에 따라 지역별 편차

7일부터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진압복을 입은 소방관이 피켓을 들고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이들이 거리로 나온 것은 소방공무원이 처한 열악한 환경을 알리기 위해서다. 한 소방관은 “소방차량이 20년 가까이 돼 비상 상황에서 갑자기 멈추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며 “안전장갑도 직접 구입했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소방관의 개인안전장비가 보유기준의 4.5%인 1만5743점이 부족한 상황이다. 노후율도 16.5%(5만6806점)나 된다. 개인안전장비는 공기호흡기, 방화복, 헬멧, 안전화, 안전장갑, 방화두건 등 현장에 투입되는 소방관에게 필수적인 장비로,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을 때 안전사고 위험이 크다.

특히 개인안전장비는 지역별로 부족하거나 노후한 정도가 다르다. 서울의 경우 개인안전장비 22.2%가 부족하고, 부산(19.2%)과 창원(18.2%)의 부족률도 높다. 노후율은 창원(24.6%), 인천(24.5%), 전남(24.4%) 순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지역별로 장비 수준에 차이가 나는 것은 지역에 근무하는 소방관들이 지방직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지역 소방조직은 지자체의 관할이어서 지자체 재정 여건에 따라 처우가 달라진다.

소방관 1명당 국민 1300여명을 담당해야 해 인력도 부족한 상태다. 지난 5년 동안 화재진압 등 직무를 수행하다가 순직한 소방공무원은 29명, 질병에 걸리거나 부상한 소방공무원은 1626명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최근 국회에 제출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소방공무원의 사기를 더욱 꺾어놨다. 개정안은 ‘소방방재청의 소방·방재 기능을 국가안전처로 이관하고 소방방재청을 폐지한다’고 적시했다. 또한 방재청은 국가안전처 내의 소방본부가 되고, 소방총감은 소방정감으로 1계급 강등된다.

◆정부조직 간 첨예한 갈등

소방조직 문제에는 방재청과 방재청을 외청으로 두고 있는 안전행정부, 전국 각 지자체가 모두 얽혀 있다.

소방공무원 4만여명 중 약 99%가 지방직 공무원이고, 나머지만 방재청 소속의 국가직 공무원이다. 조직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지방직 공무원의 신분은 그대로인 채, 국가안전처와 지자체의 지휘를 모두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소방공무원은 재난 대응 효율성을 위해 국가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한 소방공무원은 “현재는 한 지역에서 재난이 발생했을 때 다른 지역 소방본부로부터 빠르게 지원을 받기 힘든 구조”라며 “미국은 넓은 국토에서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소방조직을 국가직과 지방직을 나눴지만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소방공무원 신분체계를 일원화해야 재난이 발생할 경우 더욱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행부는 지역의 재난 대응 문제를 들어 이에 단호하게 반대하고 있다. 소방조직의 국가직 전환은 지방분권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고, 소방장비 등이 부족한 것은 예산 지원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는 것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경찰조직도 지방직화하는 자치경찰제도가 논의되고 있는 마당에 소방조직을 오히려 국가직으로 전환하면 제대로 된 지방자치가 이뤄질 수 없다”고 밝혔다.

소방공무원들은 일사불란한 체계 확립과 기능 강화를 위해 국가안전처 외청으로 소방청을 별도로 설치해 달라는 의견도 냈지만 조직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안행부는 개정안에 재난 상황에서 소방서장에게 군경의 현장 지휘권을 명시하는 조항을 넣었다가 국회에 제출하면서 이 조항을 삭제했다. 소방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추가했던 부분이 빠지면서 향후 논란의 소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화복을 입은 한 소방관이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을 요구하며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통과에 난항 예상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회 통과까지 험난한 앞길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국가안전처 산하에 소방본부를 두는 방안이 적합한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야당 의원뿐만 아니라 일부 여당 의원까지 조직 개정안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14일 소방방재청 폐지 등 내용을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문제 삼으며 정부 방침을 비판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5월 19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직후부터 정부조직 개편 작업을 진행해왔지만 이달 내에 완료될 수 있을지 기약 없는 상황이다. 조직 개정안과 관련한 주요 의제를 논의하는 정부 직제개편위원회도 3일에야 첫 회의를 열었다. 조직 개정안과 별도로 소방직의 국가직을 요구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2일 소방공무원의 지위를 국가직으로 전환하는 소방공무원법 개정안과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츄 '상큼 하트'
  • 강지영 '우아한 미소'
  • 이나영 ‘수줍은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