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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책 만드는 사람들의 요즘 화제 두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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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6-13 21:35:51 수정 : 2014-06-13 21:3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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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사장 떠난 출판계 앞날은
교과서·참고서만 팔리는 암울한 현실
화제 하나.

어느 분야나 그렇겠지만 출판계에도 레전드라 불리는 분들이 있다. 지난 25년 동안 김영사를 이끌어온 박은주 사장도 그런 분이다. 1989년 박은주 편집주간이 사장이 됐을 때, 김영사의 직원은 10명 남짓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과문한 탓이겠지만 1989년 이전에 출간된 김영사의 도서목록을 나는 알지 못한다.

박은주의 김영사가 한국 출판의 한 흐름을 이끌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전까지 한국 출판 산업이 ‘문사철’(文史哲·문학 사학 철학)에 기반한 ‘선비형 출판’이었다면, 박은주는 기업형 출판시대를 연 인물이다. 한국 출판 산업은 90년대 들어서 비로소 자본주의 시장체제에 편입했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 선두에 박은주의 김영사가 있었다.

사장에 오른 그해 김우중 회장의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를 출간해 5개월 만에 100만부 판매라는 기록을 세운 박은주의 김영사는 이후 25년 동안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양산하며 단행본 출판사 최고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거기에는 이전까지의 한국 출판사들과는 다른 행보가 있었다. 우리 사회를 이끄는 인물들의 성공철학을 담은 기획과 과감한 홍보 마케팅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한 행보에 대해 이런저런 평가가 있을 수 있다. 분명한 것은 그렇게 해서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단행본 출판사들의 꿈의 숫자이던 연매출 100억원을 달성하고, 2010년에는 연매출 500억원에 이를 만큼 김영사의 성공시대를 이끌었다는 점이다.

그 박은주 사장이 김영사를 떠났다. 박은주 이후의 김영사를 짐작하기란 쉽지 않다. 앞으로 김영사의 도서목록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무언가 변화가 있으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출판은 그 어떤 사업 분야보다도 ‘사람’이 중심이고 거의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출판사도 책을 만드는 특별한 솔루션을 가지고 있지 않고 특별한 기기도 없다. 어떤 출판사도 김영사와 다른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다. 책상과 의자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그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이 다를 뿐이다. 그 다른 사람이 다른 발상을 하고, 다른 기획을 하고, 다른 편집과 다른 디자인을 하고, 다른 홍보 마케팅을 하고, 다른 결과를 낳는다.

화제 둘.

출판계의 불황은 이제 말하기도 민망한 실정이다.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교보문고가 지난해 처음 매출액이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3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고 한다. 우울한 통계 자료 사이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교과서 및 학습참고서 부문은 매출액, 영업이익, 영업이익률이 지난해보다 호전됐지만 단행본 부문은 모두 악화됐다’는 사실.

강태형 시인
이 발표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교과서와 학습참고서만 보게 하는 교육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책 읽는 사회’는 요원하고 단행본 출판의 미래도 없다는 것이다. 언젠가 우리나라에는 교과서 참고서 학습지 출판사만 남고 문학과 인문 학술 출판사는 모두 도태되는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과서와 참고서는 기능적 인재를 양산하는 데는 유효할지 모르나 창조적 인재를 낳지는 못한다. 상상하고 꿈꾸고 다른 생각을 하게 하는 독서를 교과서와 참고서에서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동네 도서관이었다’는 빌 게이츠는 강연 때마다 “하버드대 졸업장보다 책 읽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빌 게이츠뿐이겠는가. 세계를 움직이고 역사를 창출하는 인물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책 읽는 습관이다. 책 읽는 습관은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배지 않으면 평생 습득할 수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 출판이 위기다. 위기의 시기에 한 시대를 이끌던 출판인이 떠났다. 요즘 책 만드는 사람들의 화제는 어느 때보다 아프고 암담하고 쓸쓸하다.

강태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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