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팔경 중 이즈음 풍광이 으뜸인 곳은 제2경인 강선대다. 양산면 봉곡리에 있는 강선대는 금강을 내려다보는 우뚝한 바위 절벽 위에 세워진 정자다. 강물과 바위, 노송이 절묘히 어우러진 강선대가 빚어내는 정취는 여간 그윽한 게 아니다. 아찔한 절벽 위에는 늙은 소나무들이 가지를 휘휘 늘어뜨리고 서 있고, 그 아래로는 푸른 강물이 흘러간다. 옛날에 이 강물에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했다고 해서 강선대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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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영동군 양산면 ‘양산 팔경’의 중심에는 소나무 1만 그루가 들어선 송호국민관광지가 있다. 바로 앞에 금강이 흘러가는 이 울창한 소나무숲은 최고의 오토캠핑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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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대는 금강의 유려한 물길과 노송, 바위가 어우러져 그윽한 정취를 빚어낸다. |
강선대에서 금강 건너편에 보이는 울창한 소나무숲이 송호국민관광지다. 이 강물에 발을 담근 사람들 대부분이 송림에 텐트를 친 캠퍼들이다. 송호관광지는 100년 넘은 1만 그루의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바로 앞에 금강이 흘러가 일찌감치 캠핑 명소로 각광을 받았다.
이 강가에 우뚝 솟아 있는 기암이 8경인 용암이고, 상류인 수두리로 올라가면 제4경인 봉황대가 있다. 예전에는 봉황대의 경치를 으뜸으로 쳤지만, 지금은 시멘트 다리와 전깃줄 등으로 인해 경관이 강선대에 미치지 못한다.
양산팔경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제1경인 영국사일 것이다. ‘충청의 설악’이라고 불리는 천태산 중턱에 자리한 영국사는 1000년 넘은 은행나무가 절집 입구를 지키고 있다. 높이 31m, 둘레 11m인 이 나무의 위용은 대단하다.
영국사에서 멀지 않은 월이산의 옥계폭포도 영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이 고을 출신인 악성(樂聖) 난계 박연이 그토록 아꼈다는 폭포다. 조선 세종 때의 음악가로 궁중음악의 체계를 세운 박연은 이 폭포에서 피리를 즐겨 불었다고 한다. 어느날 그는 폭포수 아래서 피리를 연주하다가 바위 틈에 핀 난초를 보고 매료됐다. 그래서 ‘난초 난(蘭)’에 ‘시내 계(溪)’를 써서 호를 난계(蘭溪)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옥계폭포의 물줄기가 떨어지는 주변 절벽은 마치 음악당 건물처럼 반원형 모양이다. 그래서 폭포 앞에서 큰 소리를 내면 울림현상이 있다. 20m가 넘는 절벽 위에서 떨어지는 폭포는 아직 수량이 많지 않은데, 한여름 비가 내린 후에는 폭포수가 떨어지는 웅장한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질 것 같다.
반야사는 10분 거리인 월류봉과 함께 둘러볼 만한 곳이다. 1박2일 여정이라면 첫날에는 동쪽에 자리한 월류봉, 반야사를 물한계곡과 함께 둘러보고, 둘째날에는 서쪽에 자리한 강선대와 송호관광지, 영국사, 옥계폭포 등을 돌아보는 게 좋다. 반야사는 황간면 우매리 백화산 자락에 석천이라는 작은 물길을 끼고 들어서 있다. 이 절집에서는 요사채 지붕 위를 눈여겨 봐야 한다. 요사채 뒤편 산 사면에 돌무더기가 산재해 있어 이를 파쇄석이라고 부르는데, 멀리서 보면 그 모양이 꼬리를 치켜 든 호랑이 형상이다. 경내는 고졸한 멋이 흐른다. 극락전 앞에 단아한 삼층석탑(보물 1371호)이 서 있고, 수령 500년이 넘었다는 배롱나무 두 그루가 호위병처럼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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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사의 파쇄석은 영락없는 호랑이 형상이다. |
영동=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 여행정보(지역번호:043)=서울에서 출발한다면 경부고속도로 황간나들목에서 빠져 나오면 된다. 영국사는 주차장쪽에서 들어가면 산길을 20분 정도 걸어야 하고, 산허리를 돌아가는 차도를 이용하면 절집 마당까지 자동차로 갈 수 있다. ‘송호국민관광지’(740-3228)에서 여름 성수기에 오토캠핑을 하려면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 물한계곡 인근에는 ‘푸른숲펜션’(010-3076-2309)이, 월류봉 앞에는 ‘달이 머무는 집’(742-4347)이라는 펜션이 있다. 영동 읍내에는 ‘몽블랑 모텔(745-2220), ‘샵모텔’(745-6623) 등 모텔이 여러 개 있다. ‘가선식당’(743-8665)은 어죽과 도리뱅뱅이로 유명하다. 도리뱅뱅이는 피라미나 빙어를 동그랗게 돌려담아 고추장으로 조린 음식을 말한다. 황간면 ‘안성식당’(742-4203)은 올갱이국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읍내에 ‘덕성생고기’(744-0900) 등 고깃집도 여럿이다. 읍내에서 아침식사를 하기에는 ‘사랑채’(745-6004)가 괜찮다. 깔끔한 백반과 올갱이국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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