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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시스템에 반기든 시골의 경제혁명

입력 : 2014-06-06 19:54:26 수정 : 2014-06-06 19:5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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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 이타루 지음/정문주 옮김/더숲/1만4000원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와타나베 이타루 지음/정문주 옮김/더숲/1만4000원


일본의 평범한 빵집 주인이 칼 마르크스의 고전 ‘자본론’에 관해 강의하는 독특한 책이다. 저자는 ‘자본론’을 토대로 설계한 자신만의 시스템으로 일본 시골에서 조용한 경제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그가 직접 읽고 해석한 ‘자본론’과 빵집 경영의 에피소드를 엮어 재미난 이야기로 풀어냈다.

저자는 유기농산물 유통회사에 재직하다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에 신물을 느끼고 제빵사가 됐다.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본주의의 핵심이 노동력과 음식이라는 것을 깨달은 그는 마르크스가 자본주의의 본질을 신랄하게 파헤친 ‘자본론’을 공부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자신의 빵집이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탈출할 길을 찾아낸다.

책은 21세기 일본 도쿄와 산업혁명이 일어난 19세기 영국 런던의 현실을 비교하며 ‘자본론’의 핵심을 차분히 설명해 나간다. 저자가 볼 때 가혹한 노동 환경, 상품의 조건, 가격의 비밀, 임금의 정체, 이윤의 탄생 과정, 기술혁신의 무용(無用) 등 경제 시스템의 핵심은 19세기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책은 현대의 식료품 대량생산에 특히 주목한다. 자본주의 초기인 19세기에 인위적으로 배양한 이스트 균으로 식료품 가격이 대폭 내려가면서 노동력의 가치도 덩달아 낮아졌다. 식품 대량생산에 따른 노동 가치의 하락은 자본가의 이윤 축적으로 이어졌다.

저자가 운영하는 빵집 ‘다루마리’는 사람들 사이에 희한한 가게로 불린다. 깊은 산골에서 천연균으로 만든 주종으로 발효시킨 빵이라 가격은 다소 비싼 편이다. 더욱이 일주일에 사흘은 휴무이고 매년 한 달 동안은 장기 휴가를 떠나 가게 문을 닫는다. 저자는 “제대로 된 먹을거리에 정당한 가격을 붙여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팔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존 자본주의 시스템에 반기를 들고 산골에서 조용한 경제혁명을 이어가는 저자의 철학이 담담하면서도 흥미롭게 펼쳐진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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