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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k&樂… 흥겨운 콘서트장으로 안내하는 뮤지컬

입력 : 2014-05-29 22:52:23 수정 : 2014-05-30 09: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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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에 앉는 순간 관객은 뮤지컬이 아닌 록 콘서트장으로 날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낯선 가수의 열정적인 무대를 만나게 된다. 강남과 대학로 두 개의 공연장에서 비슷한 듯 서로 다른 두 개의 뮤지컬 공연이 벌어지고 있다. 록 뮤지컬의 고전 ‘헤드윅’과 창작뮤지컬 ‘트레이스 유’가 그것. 기존의 공연과는 다른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는 두 개의 공연을 만나보자.

◆배우·관객의 소통, 뮤지컬 ‘헤드윅’

극이 시작되면 짙은 눈화장에 금발 가발을 쓰고 한껏 여장을 한 남성 배우가 무대에 등장한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공연장 앞에 잘못 주차된 자동차 이야기를 한다. 또 객석에 앉은 관객들의 패션을 지적하기도 하고 늦게 온 관객들을 타박하기도 하더니, 돌연 자신이 동독 출신의 가수 ‘헤드윅’이라고 소개한다. 이때부터 모든 것은 모호해진다. 지금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수다와 노래들이 과연 배우의 것인지, 아니면 ‘헤드윅’의 것인지. 어디까지가 대본이고, 어디까지가 배우의 애드립인지.

뮤지컬 ‘헤드윅’은 국내 공연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중소극장에서 두 명의 배우와 소수의 밴드가 펼치는 소박한 작품임에도 매번 국내 공연시장 각종 기록들을 갈아치웠다. 역사상 최고 객석 점유율과 최다 누적관객 기록은 기본. 하지만 헤드윅은 결코 대중적인 작품이 아니다. 일단 소재부터 충격적이다. 동독 출신 성전환자 가수, 심지어 수술이 실패해 남성성과 여성성이 한몸에 공존하는 기묘한 캐릭터가 헤드윅이다. 조금은 어둡고 기괴하기까지 한 작품 속 강렬한 록음악들도 대부분의 관객이 뮤지컬 무대에서 기대하는 그것과는 다르다. 화려한 여장을 한 남성배우가 무대 위에서 쏟아내는 헤드윅의 인생 이야기와 음악들은 분명 낯설고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뮤지컬 ‘헤드윅’은 각본과 현실을 오가는 독특한 형식을 통해 관객이 이 낯섦을 극복하게 한다. 무대 위 배우와 객석의 관객들간에 이루어지는 끊임없는 소통들. 때로는 의미 없어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가벼워도 보이는 여러 퍼포먼스가 이어지면서 관객은 어느새 ‘헤드윅‘의 공연과 하나가 된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 소통의 과정을 겪은 관객은 이 독특한 인물의 기구한 삶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아픈 과거를 가졌고, 때문에 항상 분노를 가슴에 안고 살아가지만, 한편으로는 사랑을 갈망하고,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 늘 자유를 소망하는 인물. 그리고 이 인물의 삶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 역시 발견한다.

관객과 배우가 서로 소통하는 인터랙티브한 작품이다보니 헤드윅을 연기하는 배우마다 내용이 조금씩 달라지는 공연이기도 하다. 국내 공연 10주년을 맞는 올해에는 조승우, 박건형, 김다현, 손승원 등이 출연한다. 오리지널 버전으로 무대에 올려지는 마지막 공연이기도 하다. 내년부터는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는 새 버전의 ‘헤드윅’이 한국으로 옮겨 공연된다. 서울 삼성역 백암아트홀에서 9월28일까지 공연된다. 5만∼6만9000원. (02)-749-9038

◆두 남자의 독특한 록 콘서트 ‘트레이스 유’

뮤지컬 ‘트레이스 유’는 관객을 홍대의 작은 라이브클럽으로 안내한다. 그곳에서 노래를 부르는 록그룹의 보컬 구본하와 록그룹의 리더이자 클럽의 운영자이기도 한 이우빈. 관객들은 두 사람이 중심이 돼 펼치는 록 콘서트를 즐기는 것과 한편으로 콘서트가 펼쳐지는 클럽의 무대 뒤편을 몰래 엿볼 수 있다.

이렇게 ‘트레이스 유’는 록 콘서트와 구본하, 이우빈 두 사람이 펼치는 2인극이 번갈아 펼쳐지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극의 무대는 홍대 근처의 작은 록 클럽 ‘드바이’. 클럽에 소속된 공연장에서 노래를 부르는 구본하는 언젠가부터 매일 클럽을 찾아와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한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사랑에 빠진 그는 여자에게 고백을 하기 위해 클럽 마감 시간인 새벽 4시에 단둘이 만나자고 쪽지를 건넨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나타나지 않고, 그날 이후 본하는 매일 그녀를 기다리며 하염없이 시간을 보낸다.

뮤지컬 ‘트레이스 유’는 짝사랑하는 여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가운데 공연을 하고, 한편으로는 수다를 떠는 두 남자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록 공연은 정통 콘서트의 느낌으로 강렬하다. 가창력이 뛰어난 남성배우들의 노래는 묵직하고 마치 진짜 공연장에 와 있는 것 같다. 짝사랑하는 여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구본하와 이를 말리는 이우빈의 이야기는 때론 익살맞지만 그 안에 많은 의미와 복선을 깔고 있기도 하다.

출연 배우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무정형성도 ‘트레이스 유’의 매력. 배우들의 해석에 따라 극의 흐름과 내용이 다양하게 창출된다. 이 때문에 볼 때마다 극이 다르고 새롭게 느껴진다. 이런 독특한 면으로 유난히 마니아들이 열광하는 무대다.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6월29일까지 공연된다. 6만원. (02)511-4674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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