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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걸음마다 가야의 숨결… '김해 여행 1번지' 분산

입력 : 2014-05-29 22:07:54 수정 : 2014-05-29 22: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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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전체가 거대한 역사유적 박물관
분산 남쪽 능선 오르면 일망무제 풍경
부산의 서쪽에 자리한 경남 김해시는 그동안 여행 목적지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팽창을 거듭한 부산의 위성도시로 개발되며 상대적으로 경제·상업적 지위도 보잘것없었고, 고유한 관광자원·문화유산도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여행 분야에서도 엄청난 흡입력을 자랑하는 부산이라는 거대 도시가 김해에 드리운 그늘은 깊고 넓었다.

김해 시내 한복판에 자리한 분산에는 김해 2000년의 역사가 오롯이 담겨 있다. 분산성과 해은사는 가야시대에 처음 세워졌고, 고려·조선시대 유적도 여럿이다. 가벼운 산행코스로 좋은 분산성은 김해에서 가장 빼어난 전망을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해는 2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다. 가야 500년 역사의 고도(古都)였던 김해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역사박물관이라고 할 정도로 수많은 유물이 출토되고 있다. 특히 ‘김해토기’라는 고유명사가 생겨날 정도로 원삼국시대 토기는 김해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역사가 오래 된 만큼 여기에 서린 설화와 전설도 무궁무진하다. 여기에 분산, 신어산, 무척산 등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산들이 이 도시를 감싸고 있다. 그 안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과 함께 클레이아크 미술관, 김해분청도자관 등 멋진 문화공간도 여럿이다.

김해를 찬찬히 둘러보려면 여정을 시내 한복판에 솟아 있는 분산(382m)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분성산이라고도 불리는 분산은 2000년 김해의 역사를 함께한 김해의 진산(鎭山)이다. 경주의 역사를 한눈에 보려면 남산을 찾아야 하는 것처럼 김해의 역사가 한자리에 농축된 곳이 바로 분산이다. 분산에는 가야의 유적을 비롯해 고려, 조선, 구한말의 유적 등이 역사의 나이테처럼 남아 있다. 또 분산은 남쪽 능선에 오르면 김해 시내와 낙동강 하류, 멀리 남해바다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최고의 전망대이기도 하다.

분산에서 가장 먼저 찾을 곳은 분산성이다. 김해 시내의 유적지를 돌다 보면 어디에서든 이 산성이 올려다보인다. 분산성은 축조양식이나 인근의 고분 유적으로 보아 가야 때 축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후 고려와 조선시대에도 왜구를 막는 요새 역할을 담당했다. 고려말과 조선 고종 때 이 성을 수축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산성 둘레는 900m 정도지만, 가파른 경사면을 따라 미끈한 곡선을 그리는 성벽은 멋진 경관을 만들어낸다. 가파른 비탈에 세운 3.4m 되는 성벽에 오르면 남쪽으로 김해평야를 따라 거칠 것 없는 일망무제의 전망이 펼쳐진다. 산성 가장 높은 곳에는 봉수대가 남아 있는데, 가벼운 산행을 위해 분산에 오른 김해 사람들은 보통 이곳을 반환점으로 삼는다.

미끈한 곡선을 자랑하는 분산성의 성곽.
걸어서 오르면 산아래서 봉수대까지 1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자동차로도 성곽 바로 밑까지 갈 수 있다. 차길은 드라마 세트장이었던 가야역사 테마파크를 지나 해은사까지 이어진다. ‘가락 고찰’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해은사는 서기 48년 김수로왕과 결혼한 허황후가 인도에서 가락국에 무사히 도착한 후 풍랑을 막아준 바다에 감사하며 지은 사찰이라고 한다. 이 설화대로라면 무려 2000년의 내력을 지닌 절집이다. 해은사에는 여느 절집에서는 볼 수 없는 대왕각이라는 전각이 있는데, 이 안에는 김수로왕과 허황후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허황후가 인도에서 가져왔다는 ‘봉돌’도 이 안에 있는데, 신비한 영험이 있다고 안내문에 적혀 있다.

분산에서는 구한말 흥선대원군과 관련된 유적도 만날 수 있다. 김해 사람들은 분산성을 ‘만장대’(萬丈臺)라고도 부르는데, 대원군이 이곳에 왜적을 물리치는 전진기지가 되라는 의미로 ‘만길이나 되는 높은 대’라는 칭호를 내렸던 것에서 유래했다. 봉수대 인근 큰 바위에는 ‘만장대’라는 대원군의 친필이 새겨져 있다.

약 2000년 전 가야시대에 세워진 것으로 전해지는 해은사.
분산성의 수축내력 등을 적은 4개의 비석을 보존하기 위해 세운 ‘충의각’에도 대원군의 이름이 등장한다. ‘흥선대원군만세불망비’로, 분산성을 보수하도록 지원해준 대원군의 뜻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 분산 중턱의 사충단도 둘러볼 만한 곳이다. 임진왜란이 발발하던 해 김해성에서 장정들을 모아 왜구에 맞섰던 4명의 충신을 기리기 위해 후대에 세운 사당이다.

분산의 또 다른 명소는 북쪽 봉우리에 자리한 김해천문대다. 여러 천체관측 프로그램이 운영 중인 이곳은 김해 시내 전망과 야경을 즐기기 위해서도 찾을 만한 곳이다. 건너편 봉우리에 자리한 분산성의 성곽도 한눈에 들어온다. 이같이 분산은 김해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조망할 수 있어 김해 여행 1번지로 삼을 만한 곳이다.

김해=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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