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로 적자를 메우는 공무원연금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이런 미봉책으로 근본적인 해결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 사람은 적다. 5년 전의 실패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폭과 수위를 보면 그렇다. 올해 메워야 할 적자는 2조5584억원에 달한다. 2022년에는 누적적자가 46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구멍은 또 있다. 지난해 국가결산보고서에서 드러난 군인·공무원연금에 대한 연금충당부채는 596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59조4000억원 늘어났다. 물가상승을 감안한 수치로, 공무원연금 적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그 적자는 누가 메우는가. 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노후를 걱정하는 국민이 내는 혈세로 틀어막아야 한다. 공무원연금은 낸 보험료의 평균 2.5배를 받는다. 국민연금은 1.7배를 받는다. 평균 연금 수령액은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보다 3배 많다. 공무원의 ‘복된 노후’를 위해 국민이 돈을 갖다 바치는 구조다.
안전행정부는 또 ‘개혁 시늉’만 하면 안 된다. 그러면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망은 배신감으로 변할 수 있다. 왜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에 근접한 수준으로 개혁하려 하지 않는가. 왜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는가. 선진국의 경우 적자로 누더기가 된 공무원연금을 따로 두고 혈세로 적자를 틀어막은 나라는 없다. 공무원에게 ‘셀프 개혁’을 하라고 맡기니 나온 결과다.
공무원연금 개혁이야말로 공직사회를 개혁하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국민을 ‘연금귀족’인 공무원의 봉이 되도록 하는 것을 막고, 우리 사회에서 공직사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좌표를 새로 설정하는 것이 바로 공무원연금 개혁이 갖는 의미다.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기구를 만들어 개혁해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 시늉만 하면 관피아 척결에 대한 의지도 의심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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