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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평득어공(平得於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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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5-16 21:39:09 수정 : 2014-05-16 21: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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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갈수록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운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편법적인 기득권 지키기가 부른 이 시대의 자화상이다. ‘신분상승의 사다리’가 사라지는 ‘폐쇄사회’의 단면이다.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지 않는, 정의의 실종에 다름 아닐 터이다. 진(秦)나라는 기원전 209년 진승(陳勝)과 오광(吳廣)이 주도한 농민 봉기로 나라가 흔들리기 시작한 지 3년 뒤 통일제국 15년 만에 무너졌다. 진승 등은 “왕후장상의 씨가 어디 따로 있는가!(王侯將相 寧有種乎)”라고 외치며 정의로운 사회를 간절히 바랐다.

두 번의 천 년이 훌쩍 넘은 지금, 이 땅에서 ‘정의’를 이야기함이 무색한 것은 그들이 부르짖던 말을 여전히 힘주어 이야기해야 하는 현실 때문이다. 즉, 왕후장상의 씨는 여전히 따로 있는 일들을 목도할 수 있다. 우리나라 20대 청년 10명 중 9명은 대한민국을 ‘불공정한 사회’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잘 보여주고 있다. 세계일보가 최근 재단법인 아산정책연구원과 ‘연고주의에 대한 인식도’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이다.

‘순자’의 가르침에 귀기울여보자. “공평함은 정치를 다스리는 준칙이다. …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면 백성들이 화목하여 방종하지 않는다(公平者 治理之衡也 … 中平 則民和而不流).”

순자에 앞서 진시황의 생부로 알려진 여불위(呂不韋)는 저서 ‘여씨춘추(呂氏春秋)’에서 공정·공평의 귀한 가치와 관련, “태평함은 공정함에서 나온다. 옛 기록들을 살펴보건대 천하를 얻은 이는 공정함에서 비롯됐고, 천하를 잃은 자는 치우침 때문이었다. 이슬과 적절한 비는 한 종류의 사물만 적셔주는 게 아니잖는가(平得於公 嘗試觀於上志 有得天下者衆矣 其得之以公 其失之必以偏. 甘露時雨 不私一物)”라고 역설했던 것이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도 노력하면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갖도록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를 만들어야겠다. 빌 게이츠가 “가난하게 태어난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지만, 죽을 때도 가난한 건 당신 잘못이다”라고 말한 그 의미를 살리는 세상을 만들어가자.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平得於公 : ‘태평함은 공정함에서 나온다’는 뜻.

平 평평할 평, 得 얻을 득, 於 어조사 어, 公 공평할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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