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주도하는 중동 평화운동의 전도사 문난영(72) 세계평화여성연합 회장이 지난 4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중동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여성연합은 9일(현지시간)부터 일주일간 요르단과 이스라엘에서 중동여성평화회의와 평화 대행진을 잇달아 개최한다.
이 두 행사는 문 회장에게 무척이나 뜻깊다. 그는 2000년 회장에 취임해 이듬해 중동여성평화회의 공동의장을 맡아 여성 주도의 중동평화운동에 공을 들여왔다. 2004년 41개국에서 여성 526명이 예루살렘에 모여 평화를 기원하며 시가지를 행진하면서 이 운동은 첫걸음을 내디뎠다. 문 회장은 이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 이스라엘 평화 대행진을 재연하고자 한다. 이번 행사에도 40개국에서 150여명의 여성이 참여한다.
왜 여성이 중동평화운동을 주도해야 하는 걸까. ‘분쟁의 땅’, ‘세계의 화약고’라 불리는 중동의 평화는 국제사회에서 난제 중의 난제로 꼽힌다. 문 회장에게 중동 평화 구축에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그는 “우리는 한 형제자매이며 인류는 한 가족이라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 한 중동 평화는 오지 않는다”면서 “어머니의 사랑이 마음의 변화를 이끄는 최선의 길”이라고 단언했다. 문 회장은 “중동 평화를 가로막는 증오는 정치적 문제에서 비롯돼 정치적으로는 마음의 변화를 가져오기 힘들다”면서 “결국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모성애”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포격으로 세 딸을 잃었으나 평화운동에 나선 이젤딘 아부엘아이시의 강연이 이번 회의에 포함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회장의 중동평화운동은 쉽지 않았다. 그는 “지난 3월 이스라엘 경비대가 요르단 판사를 사살하는 사건이 터졌을 때 아슬아슬했다”며 “요르단 정부가 (여성평화회의)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터키에서 개최하려 했다”고 뒷얘기를 털어놨다. 게다가 중동 여성들이 이스라엘을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문 회장은 “회의에 참가한 여성 가운데 이스라엘 비자를 받을 수 있는 여성만 평화 대행진에 참가한다”고 덧붙였다. 문 회장은 “(여성평화회의 때) 처음에는 고성이 오갈 정도로 분위기가 살벌해 양보나 타협, 화해가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하지만 회의가 끝날 무렵이면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며 화해한다”고 말했다. 자매 결연 프로그램이 비결 중 하나다. 남키프로스와 북키프로스처럼 사이가 좋지 않은 국가의 여성들이 서로 자매결연을 하게 하는 식이다.
문 회장은 또 회의가 끝나면 일종의 결의안을 만들어 반드시 유엔에 보낸다고 한다. 세계평화여성연합은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비정부기구(NGO) 최고 지위인 제1영역 NGO 자문기관 자격이 있다.
봉사활동도 활발하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아이 26명을 후원하는 ‘가자 아이 드림(GAZA I Dream)’과 회원들이 매달 1000원 이상을 기부하는 ‘지구가족 사랑 1% 운동’이 대표적이다. 여성연합은 이스라엘과 다른 중동국가 학생들이 히브리어와 아랍어를 함께 배우며 서로 형제임을 깨우쳐 나가는 예루살렘 핸드 인 핸드 학교도 후원하고 있다.
문난영 세계평화여성연합 회장이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의 세계평화여성연합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중동평화문제를 얘기하고 있다. |
그는 “전 세계 여성들이 원산이나 개성, 유엔본부에 모여 한반도 통일을 논의하는 게 꿈”이라면서 “물론 북한 여성들도 초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 회장의 눈빛과 말투에서 강한 의지가 묻어났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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