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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의 땅 모성애로 보듬어 평화 정착시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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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5-09 20:51:23 수정 : 2014-05-09 20: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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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중동평화운동’ 문난영 세계평화여성연합 회장 “중동 평화는 중동지역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세계 평화와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이번 18차 중동여성평화회의에 각국의 여성 지도자들이 참가하는 이유입니다.”

여성이 주도하는 중동 평화운동의 전도사 문난영(72) 세계평화여성연합 회장이 지난 4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중동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여성연합은 9일(현지시간)부터 일주일간 요르단과 이스라엘에서 중동여성평화회의와 평화 대행진을 잇달아 개최한다.

이 두 행사는 문 회장에게 무척이나 뜻깊다. 그는 2000년 회장에 취임해 이듬해 중동여성평화회의 공동의장을 맡아 여성 주도의 중동평화운동에 공을 들여왔다. 2004년 41개국에서 여성 526명이 예루살렘에 모여 평화를 기원하며 시가지를 행진하면서 이 운동은 첫걸음을 내디뎠다. 문 회장은 이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 이스라엘 평화 대행진을 재연하고자 한다. 이번 행사에도 40개국에서 150여명의 여성이 참여한다.

왜 여성이 중동평화운동을 주도해야 하는 걸까. ‘분쟁의 땅’, ‘세계의 화약고’라 불리는 중동의 평화는 국제사회에서 난제 중의 난제로 꼽힌다. 문 회장에게 중동 평화 구축에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그는 “우리는 한 형제자매이며 인류는 한 가족이라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 한 중동 평화는 오지 않는다”면서 “어머니의 사랑이 마음의 변화를 이끄는 최선의 길”이라고 단언했다. 문 회장은 “중동 평화를 가로막는 증오는 정치적 문제에서 비롯돼 정치적으로는 마음의 변화를 가져오기 힘들다”면서 “결국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모성애”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포격으로 세 딸을 잃었으나 평화운동에 나선 이젤딘 아부엘아이시의 강연이 이번 회의에 포함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회장의 중동평화운동은 쉽지 않았다. 그는 “지난 3월 이스라엘 경비대가 요르단 판사를 사살하는 사건이 터졌을 때 아슬아슬했다”며 “요르단 정부가 (여성평화회의)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터키에서 개최하려 했다”고 뒷얘기를 털어놨다. 게다가 중동 여성들이 이스라엘을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문 회장은 “회의에 참가한 여성 가운데 이스라엘 비자를 받을 수 있는 여성만 평화 대행진에 참가한다”고 덧붙였다. 문 회장은 “(여성평화회의 때) 처음에는 고성이 오갈 정도로 분위기가 살벌해 양보나 타협, 화해가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하지만 회의가 끝날 무렵이면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며 화해한다”고 말했다. 자매 결연 프로그램이 비결 중 하나다. 남키프로스와 북키프로스처럼 사이가 좋지 않은 국가의 여성들이 서로 자매결연을 하게 하는 식이다.

문 회장은 또 회의가 끝나면 일종의 결의안을 만들어 반드시 유엔에 보낸다고 한다. 세계평화여성연합은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비정부기구(NGO) 최고 지위인 제1영역 NGO 자문기관 자격이 있다.

봉사활동도 활발하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아이 26명을 후원하는 ‘가자 아이 드림(GAZA I Dream)’과 회원들이 매달 1000원 이상을 기부하는 ‘지구가족 사랑 1% 운동’이 대표적이다. 여성연합은 이스라엘과 다른 중동국가 학생들이 히브리어와 아랍어를 함께 배우며 서로 형제임을 깨우쳐 나가는 예루살렘 핸드 인 핸드 학교도 후원하고 있다.

문난영 세계평화여성연합 회장이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의 세계평화여성연합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중동평화문제를 얘기하고 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문 회장은 “마음의 변화는 결코 쉽진 않지만 의외로 어렵지 않다”면서 마음론을 다시 꺼냈다. 이는 문 회장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다고 한다. 고향이 함경남도 원산인 문 회장은 6·25전쟁 때 가족들과 남쪽으로 내려오다 아버지를 잃었다. 아버지의 행방은 아직도 모른다. 이 때문에 2001년 처음 방북했을 때 북한에 대한 미움이나 두려움이 없지 않았다고 한다. 문 회장은 “‘미제를 몰아내자’ 같은 구호를 보며 분단의 벽이 높고 공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19차례에 걸쳐 방북하며 북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해하려 노력하니 두려움 같은 마음에서 해방되고 행복해졌다”고 말했다. 인간의 선한 본성 때문에 용서하거나 화해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어느 순간 자유롭고 편안해지는 마음의 변화가 온다는 것이다. 문 회장은 2003년부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공동의장도 맡고 있다.

그는 “전 세계 여성들이 원산이나 개성, 유엔본부에 모여 한반도 통일을 논의하는 게 꿈”이라면서 “물론 북한 여성들도 초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 회장의 눈빛과 말투에서 강한 의지가 묻어났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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