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급변사태 대비 각종대책 마련을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인재로 드러나고 사태 수습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국민에게 엄청난 분노와 좌절감을 안겨주고 있다. 사건이 수습되기도 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국무회의 석상에서는 참사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하고 대처도 미흡했다고 공식 사과할 만큼 이번 사건의 파장이 크다. 사후 조치로 총리실 산하에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이제는 정말 대통령의 다짐대로 제대로 된 안전시스템이 구축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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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열 고려대 교수·북한학 |
다행히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고 사소한 문제는 그럭저럭 처리됐지만 만약 세월호와 같은 대형 사고가 발생했더라면 구조나 사태 수습이 지체되는 등 복잡한 일들이 발생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대북 인도적 지원물품 등을 실은 각종 선박을 대상으로 설정됐던 안전시스템도 예외는 아니다.
남북을 왕래한 선박만이 아니라 육상에서의 안전문제도 시스템으로 정착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2008년 8월 박왕자씨가 금강산에서 북한군 초병에 의해 피격 사망한 사건이 대표적인 경우다. 사건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과오도 있지만 사건 직후 대처 방식에 우리 측이 개입할 여지가 극히 제한적이었다는 점에서 안전상 커다란 허점이었다. 하루 최대 수천명까지 체류했던 금강산관광지구 내 각종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얼마나 신속하게 인명을 구할 수 있을지, 남북 간 재난구호체제가 다르고 상호협조가 미흡한 상태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지난 2월 어렵게 성사된 남북이산가족상봉사업이 금강산지구에서 이뤄졌을 때 안전사고에 대한 예방조치가 어느 수준에서 이뤄졌는지, 사고 발생 시 북측의 대처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남북 간에 얼마나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협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는지 새삼 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5·24조치 이후 현재 남북 교류협력은 개성공단에 한정돼 있다. 120여개의 우리 업체가 조업하고 있고, 수백명의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 개성공단에 보건소와 소방서가 있으나 긴급히 헬기를 투입할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를 뒷받침할 남북 간 합의나 그러한 시설이 준비돼 있는가를 점검해봐야 한다. 우리측 인원만이 아니라 북측 근로자 상당수가 재난 발생으로 위험에 처했을 때 우리의 인력과 장비가 신속히 접근해 구호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이를 현지와 중앙에서 체계적으로 지휘, 통제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도 구축돼 있어야 한다.
남북 교류협력을 넘어 통일과정에 진입하게 될 경우 재난에 대비한 보다 본격적이고 현실적인 대응체제가 구축돼야 할 것이다. 우리의 경우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 시 군·관·민 대비 계획이 수립돼 매년 보완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의 급변사태가 통일이라는 과정으로 전격 전환될 경우 대량 난민 발생 이상의 혼란과 위기가 발생할 것이며, 한반도 전역에 걸쳐 긴급사태나 재난지역을 선포해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음을 예상해야 한다. 미국의 전략가들은 최소 10만명의 치안담당자를 육성할 것을 권고한 적도 있다. 조만간 구성될 통일준비위원회나 국가안전처에서는 이 같은 통일프로세스하에서의 재난방지와 국민의 안전보장을 위한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담당자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숙지하고 숙달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 세월호의 교훈을 잊지 말고 통일준비과정에서 발생할 각종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고 안정적인 남북교류협력을 통해 통일의 대업을 완수해야 할 것이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북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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