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에 참여한 기술·법률 전문가 대부분은 규제 반대론을 강력하게 설파했다. 정부 소속 반독점 변호사로서 행사에 참석했던 앨런 그뤼네스는 “마치 구글 신입사원 연수 같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이 행사가 구글의 은밀한 후원 속에 열렸을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이 최근 워싱턴 정가의 거물 로비스트로 떠오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쟁 로비스트와는 달리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교묘하게 정치권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구글 법무팀과 조지메이슨대 법·경제센터장이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을 폭로하며 이 대학이 주최한 콘퍼런스의 배후에 구글이 있었다고 전했다.
구글은 대학 측에 보낸 메일에 의회, FTC, 법무부 고위 관료 명단을 첨부하고 “초청장 발송에 활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초청장 발송을 이미 마쳤다면 몇 개를 추가로 보내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대학 측은 “그러겠다”고 답신을 보냈다. 조지메이슨대는 FTC가 구글을 조사했던 18개월 동안 이와 유사한 콘퍼런스를 두 차례 더 열었다. 이 대학 법·경제 센터는 구글로부터 지난해에만 35만달러(약 3억60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WP는 “이들 행사는 구글이 FTC 조사를 둘러싼 외부 논쟁을 촉발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진행한 것”이라며 “구글의 운명을 좌우할 당국자들 앞에서 규제 반대 논거를 잔뜩 늘어놓은 셈”이라고 꼬집었다.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사건은 지난해 1월 무혐의 처리됐다.
구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입법·행정부의 규제와 경쟁 기업의 도전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고 WP는 해석했다. 전자프라이버시정보센터(EPIC) 운영자인 마크 로텐버그 조지타운대 교수는 “워싱턴에서 구글 영향력의 확대는 인터넷 거대 기업에 대해 꼭 필요하고 이미 시행했어야 할 정책의 토론을 차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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