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평가는 그나마 나아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 59개국 중 44위(3.68), 2012년에는 59개국 중 49위(3.40)에 머물렀다. 기술대국의 지수는 어떤가. 두뇌유출지수 1위인 노르웨이 8.04, 스위스 7.6, 스웨덴 7.51, 핀란드 7.28, 미국 7.11로 우리보다 훨씬 높았다. 실제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이공계 인력 실태를 조사했더니 2011년에만 이공계 대학원생 1만2240명이 해외로 떠났다. 해외로 나간 고급두뇌의 절반이 현지에 그대로 눌러앉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세계 각국이 두뇌 유치에 사활을 거는 ‘인재전쟁’의 흐름과는 상반되는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굳이 해외로 눈을 돌릴 것도 없다. 우리 주변만 둘러봐도 이공계 기피 현상은 이미 중증이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최연소 합격자가 연세대 치대로 진로를 틀고, 대학 교수마저 가르칠 제자가 없어 강단을 떠난다. 국가경쟁력과 무관한 로스쿨에는 인재가 넘쳐난다. 의대로 간 인재도 생명공학을 연구하기보다는 돈 잘 버는 전공을 택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이공계 인재가 홀대받는 사회 풍토 탓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국내 이공계 박사를 대상으로 두뇌 유출 요인을 조사한 결과, 52.3%가 열악한 연구환경을 첫손에 꼽았다. 임금이나 사회적 대우도 형편없다. 지난해 정부부처의 고위 공무원 중 이공계 출신은 10.4%에 불과하다. 대기업은 연구인력 채용이 많지 않고 중소기업은 이들을 뽑더라도 연구개발에 쓸 돈이 별로 없다.
두뇌 유출의 악순환을 막자면 국가정책을 대전환해야 한다. 무엇보다 과학기술인재의 자긍심 회복이 절실하다. 중국처럼 정부와 기업 인사에서 이공계 인재를 과감히 발탁해야 한다. 반값 등록금 포퓰리즘에 재정자금을 쓰기보다 이공계 학자금 지원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체계도 근본적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꽃피우기 위해 과학기술 육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두뇌 유출이 계속되는 한 과학 육성은커녕 국가경쟁력도 담보하기 어렵다. 창조경제의 꽃을 피우려면 이공계 텃밭부터 가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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