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준비위’서 주요 과제로 다뤄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지난 1년간 한국을 비롯한 관련 국가를 중심으로 북한 인권 실태를 집중적으로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그 해법을 유형별, 국가별, 단계별로 제시했다. 차제에 우리 사회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갖고 있던 관심과 해결 의지 등을 냉철하게 반성하고 이를 계기로 관련 정책을 적극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마침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네덜란드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와 더불어 북한 인권문제를 이슈화하고 중국을 압박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용기 있는 접근인 동시에 향후 북한 인권문제에 임하는 우리 정부의 적극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우선 COI 보고서와 유엔 인권이사회의 활발한 논의에서 확인됐듯이 보호책임을 중심으로 북한 정권 및 인권 유린 행위에 직접적으로 가담한 부서와 인물에 대해 유엔 안보리가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거나 유엔 산하에 임시 특별 재판소를 설치해 처벌할 구체적인 방식을 제시하는 등 합법적이고 현실적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유린당하고 있는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고,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법·제도적으로 구현함으로써 실제 해결에 임할 수 있다는 중요한 교훈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에 따라 우리도 북한 인권문제에 접근하면서 북한과의 대화나 교류협력을 우선하거나 이를 유일한 해법으로 간주하던 절충주의적 입장에서 탈피해 북한 인권문제를 국제 규범과 방식에 따라, 나아가 이를 선도하는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북한의 열악한 경제사정과 특히 식량난 등을 감안해 인도적 지원만을 강조하는 방식을 마치 유엔이나 국제법에서 인정하거나 권고하는 생명권적 인권이라고 하는 주장이 편협한 ‘인권’ ‘인도주의’를 자의적으로 해석했음을 반성해야 한다. 오히려 북한 정권이 정권 유지를 위해 일반 주민의 식량권을 박탈한 반인도적 정책, 식량정책의 대실패를 방조하거나 조장하는 행위는 그 자체가 반인권, 반인도주의적 행위와 조치임을 인식해야 한다. 향후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더라도 북한 인권문제는 별도의 사안으로 인식하고 분리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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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열 고려대 교수·북한학 |
이에 COI의 권고와 유엔 인권이사회의 결의안을 적극 이행하기 위해서 북한인권관련 정책 및 법제도를 본격적으로 정비하고 이를 선도할 ‘북한인권법’의 조속한 제정에 여야를 막론하고 적극 나서야 한다. 아울러 북한인권의 실태 조사를 비롯해 북한 인권과 관련한 연구, 정책개발 및 국내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특수법인인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하고 예산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COI의 권고에 따라 지속적인 현장 실태조사 및 관련 자료의 수집 보관을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의 기구를 개편 강화하고, 북한의 광범위한 인권침해사건에 대한 신고 및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 기록, 보존하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치 운영함으로써 조사의 신뢰도를 제고하고 법적인 구속력을 보장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아 추진할 ‘통일준비위원회’에서도 주요 과제의 하나로 북한 인권문제를 상정해 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제고하고 민관합동으로 구체적이고 다양한 해법을 지속적으로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북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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