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현덕사 동식물 천도재와 보은의 개

입력 : 2014-03-26 09:23:32 수정 : 2014-03-26 13:17:4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현덕사 마스코트 깜이(왼쪽)와 보리.
불교 조계종 강릉 현덕사가 매년 동․식물 천도재를 봉행하는 것은 살생을 금하는 불교의 교리뿐 아니라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는 존엄성을 갖고 있다고 설파한 붓다의 가르침과 맥을 같이 한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사람만이 일이 아니다. 자연이 살아야 인간도 살 수 있다는 평범하지만, 당연한 이치다. 이같은 지론을 가진 주지 현종 스님이 있기에 현덕사에 동식물 천도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일까. 실제 현덕사에는 유기견 센터에서 데려온 보리(흰둥이)와 깜이(검둥이)라는 개 두 마리가 부처님전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현종 스님은 강릉시 연곡면 싸리골에 처음 현덕사를 창건할 때에도 “이땅은 우리가 주인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살아온 많은 동물과 식물이 주인”이라며 “이제 우리도 이곳에서 터를 잡고 살게 되었으니 조금씩 양보하며 더불어 살자”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현종 스님은 일념으로 동식물의 불편함과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애쓰고 있다. 지금도 변함없이 ‘환경 본찰’ 현덕사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솔선수범하고 있는 것이다.

보리는 6년 전, 깜이는 2년 전 유기견 센터를 방문한 현종 스님과의 인연으로 현덕사의 새 가족으로 합류했다. 보리와 깜이는 모 방송의 ‘아빠 어디가’ 프로에 출연해 재롱과 애교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유명세를 탄 바 있다. 뿐만 아니라 현덕사를 찾는 등산객과 템플스테이 체험을 하고 가는 사람들의 블로그에 빠짐없이 등장할 정도로 인기다.

유기견 센터에서 처음 현덕사에 왔을 때 보리는 사납고 포악한 존재였다. 사람의 손길을 무조건 거부하는가하면, 다가가는 사람을 물어서 병원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사고뭉치였다. 하지만 현종 스님과 현덕사 가족들의 변함없는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옛 주인으로부터 받은 냉대와 유기견 센터에서의 가슴속 상처를 조금씩 치유하며 적응하기 시작했다.

낯선 곳에 와서 차츰 적응하며 변화돼 갔지만, 외로워 보이는 보리를 위해 어느 날 현종 스님이 새 가족 깜이를 데리고 왔다. 깜이는 선천적으로 긍정적이고 애교가 많은 개였다. 깜이는 보리와도 곧 친해졌다. 보리도 더욱 빠르게 적응해 주변 사람들의 애정과 관심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이제 보리와 깜이는 현덕사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아직 서로 출생지도, 나이도 모르지만.

보리와 깜이는 낯선이들의 방문이나 산책길에 곧 잘 길 안내자가 돼주고 있다. 현덕사에 왔다가 돌아가는 이들에게 버스정류정까지 동행해 깎듯이 인사까지 하고 돌아온다. 현덕사 주인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옛날의 포악한 모습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보리는 애교만점 애완견으로 변했다.

현종 스님은 동식물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며 매년 동식물 천도재를 통해 자연과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묵묵히 깨우쳐 주고 있다.

올해는 내달 13일(일) 현덕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제14회 동식물 천도재’를 지낸다. 유주무주(有住無住) 동식물들의 넋을 기리기 위함이다. 이번 천도재에는 동명낙가사 주지 청우 스님과 많은 사부대중이 참여한다. 또한 고혼천도를 위한 천혼무, 학춤 등 공연도 마련돼 있다. 현덕사는 인간과 동식물들이 공존하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tols@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