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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중독 막는다며 ‘앱’ 사용 부추기는 정부

입력 : 2014-03-25 19:52:43 수정 : 2014-03-26 07: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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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관들 청소년 앱 제작 봇물… 사실상 사용 장려 환경 만들어
중독 예방교육의무화 등 발표에 교사·학부모 “턱도 없는 미봉책”
중학교 3학년 딸을 둔 김모(46)씨는 요즘 ‘스마트폰 노이로제’에 걸렸다. 지난해 “나 빼고 친구들은 다 있다”는 딸의 성화에 못 이겨 스마트폰을 사준 뒤 집안 전체가 엉망이 됐기 때문이다. “아이가 자기 방에 처박혀 밤늦도록 스마트폰만 끼고 사는데, 돌아버리겠더라고요.”

김씨는 홧김에 딸의 스마트폰을 빼앗아 부숴버렸다. 사태는 심각하게 전개됐다. 딸이 금단 증세를 보이며 격렬히 반항한 것이다. 김씨 부부는 혹여 딸이 극단적인 행동을 할까봐 물러섰다. 김씨는 “애들이 스마트폰 중독에 빠지지 않게 하려면 사주지 않는 게 상책”이라며 “그런데 청소년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보급에 열을 올리는 정부는 뭐하는 거냐”고 꼬집었다.

정부 기관들이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과 ‘카톡 왕따’ 같은 사이버폭력의 심각성을 강조하면서 정작 스마트폰을 소유한 청소년만 활용 가능한 ‘도우미 서비스’를 내놓고 있어 학부모들의 불만이 크다. 정부는 24일 청소년층(만 10∼19세)의 스마트폰 중독이 가장 심각하고, 청소년층 4명 중 한명이 ‘중독 위험군’이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미래창조과학부와 교육부 등 8개 부처는 중독 예방교육 의무화 등 대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25일 일선 교사와 학부모 반응은 싸늘했다. 사실상 스마트폰 사용을 장려하는 환경을 조성해 놓고 턱도 없는 미봉책을 들고 나왔다는 지적이다. 실제 정부와 각 시·도교육청, 지자체는 ‘스마트기기 활용 교육’을 권장하거나 앞다퉈 학생 생활안전·교육·진로 관련 스마트폰 앱을 개발·보급하고 있다. 스마트 안전귀가·117Chat·EBSi·꿀박사·e진로채널·커리어넷 앱 등이 대표적이다. 한결같이 스마트폰이 있어야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다.

이마저도 대부분 앱이 청소년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15년째 학생들의 올바른 ‘미디어·스마트 기기’ 사용을 위한 연구 및 활동을 해온 강정훈 ‘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 대표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보급한 앱 상당수가 학생들의 눈길을 못 끌고, 다운로드된 것조차 활용빈도가 낮다”고 지적했다.

일선 교사들도 스마트폰으로 인한 수업 방해에다 학교 내 분실사고 발생 시 처리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교실에서 애들끼리 스마트폰으로 음란물을 주고받거나 메신저 대화를 수시로 해 학습 분위기를 저해하고, 분실사고가 나면 처리과정에서 골치 아픈 일이 많다”고 토로했다.

학부모 역시 마찬가지다. 이모(43·여)씨는 “100만원가량 하는 가격도 부담스럽지만 스마트폰에 쉽게 빠지는 아이들을 부모가 따라다니면서 감시할 순 없지 않냐”며 “근본적으로 사용을 막는 방안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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