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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 타고 신나게 해변 질주… 마을 풍경도 함께 달린다

관련이슈 강주미의 올라 카리베

입력 : 2014-03-13 21:01:31 수정 : 2014-12-22 17: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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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미의 올라 카리베] 〈8〉쿠바 바라데로의 마지막 밤
쿠바는 여행하기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의 교통편을 제공해 준다. 도시 간을 이동할 수 있는 직행버스 연계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쿠바 현지인만 탈 수 있는 버스와 외국인 여행자가 탈 수 있는 버스가 구분되어 있다. 외국인 여행자를 지키기 위한 쿠바 정부의 배려 같지만, 사실은 관광 수입을 챙기려는 정책이다. 일반버스를 타 보려고 했지만 외국인 여행자는 ‘비아술’만 탈 수 있다며 태워주지 않았다. 버스 요금이 몇 배 차이가 나지만, 여행자 버스인 ‘비아술’도 비싼 편은 아니다. 비아술은 버스회사 이름으로 대부분 외국인 여행자들이 이용한다. 어느 도시에서든 비아술 터미널만 찾으면 어느 곳으로든 이동할 수 있다.

도시 안에서 이동수단은 의외로 많다. 도시마다 특색이 있는 것 또한 재미있다. 클래식카 택시와 ‘코코탁시(Coco-taxi)’라 불리는 택시가 있다. 코코탁시는 큰 도시에만 있는 교통수단으로, 타 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노란 모양의 귀여운 코코탁시는 일반 택시보다 요금이 저렴하고 흥정을 할 수 있다. 물론 일반택시도 미터기가 없기에 흥정을 해서 타지만 코코탁시는 1000∼2000원이면 탈 수 있다. 문이 따로 없는 코코탁시는 시원한 바람을 맞기에도 참 좋다.

모양새가 특이한 코코탁시.
바라데로 투어버스는 런던의 빨간 2층버스를 생각나게 한다.
시내버스는 큰 도시가 아니면 거의 없다. 트럭이 시내버스 역할을 해주고, 자전거를 이용한 인력거도 있다. 쿠바의 바라데로는 해변 휴양도시답게 관광객만을 위한 투어버스가 존재한다. 영국의 빨간 버스를 떠올리게 하는 이층버스는 종일권을 구매하면 언제든 재탑승이 가능하다. 20㎞나 되는 긴 해변을 처음부터 끝까지 구경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곳에 내려서 놀다가 다시 그 버스를 타고 돌아올 수가 있어서 나도 하루는 이용해 봤다. 리조트 투숙객이 대부분 이용한다. 리조트에 묵으며 다른 해변도 구경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탄다.

바라데로에는 이런 버스 말고도 일반 쿠바인이 이용하는 이동수단이 있다. 바로 마차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이 마차는 잘 살펴보면 관광객만 태우는 것과 일반 쿠바인을 태우는 것으로 구분된다. 그 요금 또한 열 배 이상 차이가 난다. 관광객을 태우는 마차는 원하는 곳 어디든 데려다 주고, 일반 마차는 지정된 코스만 다닌다. 비아술 버스터미널에 표를 예매하러 갈 때도 일반 마차를 타고 갔다. 한두 번 이용해 보니 일반 마차가 재밌고 좋았다. 쿠바 아줌마들은 한없이 친절하고 푸근하다. 비아술까지 데려다 주기도 하고, 일반 마차를 타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관광객만을 태우는 마차는 일반 마차와 열 배가량 요금 차이가 난다.
일반 쿠바인들이 타는 마차는 바라데로의 시내 교통수단이다.
관광객만 태우는 마차 중에서는 완전히 관광용으로 개조한 마차들이 있다. 뒷좌석에 2인용 의자를 설치해 편하게 관광할 수 있게 해 놓았다. 그 마차 주인이 계속 나에게 거래를 시도해 왔다. 점점 내려가는 가격에 혹했다. 바라데로 끝까지 갈 것이라고 하니 선뜻 내가 요구한 가격을 받아들였다. 그때 의심을 했어야 했는데, 너무 좋은 사람들만 만나다보니 방심했었다. 그 마차 주인은 중간에 자기 가족까지 태웠다. 내 자리에 탄 것이 아니므로 상관하지 않았다. 신나게 마차를 타고 해변을 달리고 달렸다. 일반 마차와는 또 다른 재미를 느끼며 한참 신나했더니, 갑자기 내리라고 한다. 분명 끝이 아닌데 내리라니 이상했다. 지도를 보여주며 아무리 설명해도 반복되는 말만 돌아올 뿐이었다. 마차가 갈 수 있는 곳은 여기가 끝이란다. 여기서부터는 자동차와 버스밖에 못 들어간단다. 그것은 맞는 말이었는데, 처음에 바라데로 끝까지 가겠다고 해놓고 약속을 안 지킨 게 됐으니 난 속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나를 웃게 만들어 준 마지막 그의 조언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가 내려준 곳은 좋은 해변을 끼고 있는 리조트였는데, 그 해변에는 그 리조트에 묵는 사람 아니면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는 그 해변에 가는 길을 알려줬다. 넝쿨로 된 숲에 개구멍처럼 만들어진 문을 가리키며 그곳으로 들어가란다. 어이가 없어 웃음만 나왔다.

마차를 타고 가는 동안은 쉼없이 풍경 변화가 있다.
다시 클래식 택시를 타고 바라데로 끝을 향해 갔다. 바라데로 끝에는 이 일대에서 가장 큰 리조트가 자리 잡고 있었다. 돌아갈 차가 없을 줄 알면서도 그곳에서 내렸다. 일단은 리조트에 들어가서 방값이라도 알아봤다. 사실 너무 더워서 더위를 식힐 요량이었다. 생각 외로 친절히 대해주는 직원들은 나를 차로 모셔서 방까지 구경시켜 줬다. 기다리는 동안에는 칵테일도 가져다 주고, 바다도 구경시켜 줬다. 구경을 잘하고 돌아와서는 본의 아니게 허세를 부릴 수밖에 없었다. 시내 호텔에 묵고 있는데, 내일 옮기겠다는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면서 그곳을 유유히 빠져나왔다. 그 리조트는 생각보다 비싸진 않았다. 하지만 내가 묵을 곳은 아니었다.

투어 이층버스를 타고 다시 마을로 돌아왔다. 현실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그래도 재밌는 구경이고, 경험이었다. 나는 이 마을이 편하고 좋다. 걸어 다녀서 힘들어도 이곳이 사람 사는 곳이라 정감이 간다. 다음 도시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표를 예매해 놓은 상태라서 바라데로 끝까지 구경을 해본 것뿐이다. 바다로 향한 끝을 가봤다면 반대편 끝도 가봐야지 하는 생각에 그곳까지도 가 본다.

손수 만든 그물망으로 게를 잡아서 좋아하는 현지인.
그곳은 육지와 연결되어 있는 바라데로의 시작점이다. 그곳은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으로 낚시하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다. 강태공이 아니라,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잡은 고기는 시장이나 레스토랑에 판다고 한다.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랍스타와 게를 잡고 있었다. 그물망부터 모두 손으로 만든 도구들로 잡고 있었는데, 그것이 생각 외로 과학적이다. 나도 잡고 싶은 마음에 던져보기도 했지만 쉽지 않았다. 던져 놓으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단다.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있는 이곳이 좋다.

바라데로에서의 하루는 길게 느껴진다. 수영을 하고, 집에 돌아와 씻고, 나가서 밥을 먹고, 다시 돌아와 낮잠을 자고 다시 나가도 해가 떠 있다. 여행자들에게 쉼터를 제공한 바라데로를 뒤로하고 다음 갈 도시는 ‘트리니다드(Trinidad)’다. 트리니다드에 가기 전에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다시 여행자 모드로 돌아가기 전날은 고요하게 노을을 보며 밤을 기다렸다. 바다와 노을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 조합인지 새삼 느낀다. 노을을 삼켜버리는 저 넓은 바다를 보며 질투를 느낄 정도다. 짙은 어둠이 내릴 때는 이미 술병이 바닥났다. 노을에 취한 건지 알코올에 취한 건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와 내일의 트리니다드를 기대하며 잠이 든다.

강주미 여행작가 grimi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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